획기적인 신소재가 개발돼

비행선 시대는 지난 1937년, 전장이 245미터에 달하는 독일 비행선 제플린 힌덴버그호가 사라짐을 계기로 종말을 고한 듯했다. 실제로 힌덴버그호는 뉴욕 레이크허스트 상공에서 폭발, 추락하는 끔찍한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비행선의 시대가 정말 끝났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저렴하며 강도가 우수한 신소재가 개발되는 것에 비례해 설계 비용이 줄어들면서 힌덴버그호의 잔해로부터 비행선 시대의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마치, 절대 죽지 않는 불사조처럼 말이다. 현재, 비행선 개발에 유구한 역사를 지닌‘제플린사’와 이미 유럽에서 운항중인 동사의 제플린 NT를 필두로 적어도 7개의 개발사들이 화물을 수송하거나 여객 운송을 위한 비행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곤돌라와 엔진을 장착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구조를 갖고 있는 열기구와는 달리 비행선은 확장된 내부 프레임을 외피로 둘러싼 구조를 갖고 있다. 열기구보다 적하량이 더 크고 훨씬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 또한 비행선은 비행기에 비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비행선 역사학자이자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J. 고든 배스는“비행선은 부양하는데 동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비행체”라고 말한다. 즉, 연료비가 적게 든다는 말이다. 노스 캐롤라이나 랠레이의 비행선 제조업체인 카고 리프터사는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화물비행기 운행 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스가 주장하는 비행선의 또 다른 장점은 비행장의 크기에 관계없다는 점이다.“비행선은 활주로 없는 원격지로 다량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이를테면, 댐 건설 공사장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수송하거나 외딴 섬에 필요한 의료 장비와 식량,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고리프터사의 CL-160 비행선은 160미터톤의 화물을 들어올릴 수 있다. 이것은 셰비 서버밴 자동차 70대를 합친 것과 맞먹는 무게인데 보잉 747기의 경우 45대 정도의 무게를 수송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카고리프터사의 비행선은 외진 곳에 공장 한 채분의 설비를 공수할 수 있다. 카고리프터사의 마케팅 및 병참 담당 부사장직을 맡고 있는 톰 보일은“사람들이 대규모 공사를 입안하는 기본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귀뜸한다.

우주왕복선의 엔지니어이자 비행선 애호가들의 동호회인 ‘공기보다 가벼운 비행선’ 협회의 회원인 리처드 밴 트루렌은“공중부양 비행선의 가장 큰 매력은 엔진이 멈춰도 승객이 안전하다는 점”이라고 덧붙인다. 다른 비행선 제조업체들은 편안하고 호화로운 비행선 여행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이언스톤에 있는 해밀톤 에어쉽사에서 일하는 조나단 해밀톤은 하늘을 항해하는 유람선을 구상중이다. 24개의 객실과 도서관, 헬스클럽을 갖춘 해밀튼 비행선은 마치 포시즌 호텔리조트와 카니발 호화 유람선을 합쳐놓게 될 것이다. 이 비행선은 뉴욕-런던 항로를 바다 표면에서부터 150미터 상공에 떠서 48시간 내에 비행하게 된다.

이 거창한 사업 계획은 모두 설계방식의 발전과 신소재 개발에 힘입어 진행되고 있다. CAD를 사용하여 설계비를 줄였고 테들라와 케블라와 같은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해 중량과 제작비를 절감했다. 비행선 내부를 감싼 기낭은 과거 헬륨을 담는데 사용되었던 코팅 목화와 라텍스 피복과는 달리 헬륨과 같이 잘 새어나가는 기체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얇은 플라스틱 합판으로 덮여 있다. 메릴랜드주 콜롬비아의 티콤과 같은 섬유재료 제작업체가 비행선의 가벼운 폴리에스터 섬유 외부 덮개에 테들라와 마일라층을 도포했다.“기존 섬유의 평균수명은 1-2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테들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는 것이 플로리다주 키심미에 있는 에어쉽 오퍼레이션사의 기장인 봅 파울러의 설명이다.

워싱턴주 올림피아에 있는 터틀 에어쉽의 비행선은 섬유 외피를 탄소 섬유 외피로 대체했다. 터틀 에어쉽의 디자이너 대럴 캠벨은“외부 골격은 다각형 격자를 짜 맞춘 측지선 돔처럼 벌집 구조로 돼 있다”고 말한다. 비행선 내부의 골격은 탄소 섬유로 되어 있다. 내부 트러스 구조물은 마치 현수교처럼 케블러 케이블에 의해 지지되는데, 외부 표피에 섬유 대신 탄소 섬유를 사용해 늘어난 중량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다.

헬륨이 충전된 비행선의 내부 디자인도 바뀌었다. 전통적으로 비행선의 기둥과 곤돌라에 나무와 사용됐던 금속은 각각 더 가볍고 강도가 우수한 재료로 대체되었던 것. 곤돌라는 케블러로 지어졌고 단단한 구조물에는 알루미늄이 사용됐다. 제플린 NT는 알루미늄과 조합된 복합재료인 그래파이트-에폭시 기둥을 사용하여 반-강체 구조를 갖고 있다. 터틀 에어쉽은 내부 곤돌라와 갑판에 케블라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비행선이 안정된 교통수단으로 정착하려면 개선할 것이 아직 많다. 배스는 힌덴버그 비행선을 현대판으로 제작하려면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경험이 많은 조종사가 부재하다는 점. 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선에서 근무했던 배스는 당시 경험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300m에 달하는 자동차를 운전한다고 한번 상상해 보세요.”
<감수: 한국항공대학교 장영근 교수>

제플린 NT
제조업체 제플린사, 독일
전 장75m
가스 체적8,200㎥
승 객 수12명
최대 속도시속 115km
개발 상황미국 연방항공국
(FAA)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항공기관에서
운항 면허 심사중


카고리프터 CL-160
제조업체노스캐롤라이나주 랠레이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카고리프트사
전 장260m
가스 체적538,000㎥
승객수무인
최대 속도시속 100km
개발 상황8분의 1 크기의 시제기 ‘Joey’가
1999년 9월 실험 비행.
정상크기의 CL-160 시제기는
올해 중 비행 예정.



해밀턴 비행선
제조업체남아공 브라이언스톤의
해밀톤 에어쉽사
전 장160m
가스 체적46,000㎥
승객수48명
최대 속도시속 145km
개발 상황시제기를 제작하여 비행 완료.
2001년 확장 모델 제작 계획.



터틀 비행선
제조업체워싱턴주 올림피아의
터틀 에어쉽사
전 장110m
가스 체적 미정
승객수 30명
최대 속도 미정
개발 상황개발중



쿠 퍼 쉽
제조업체쿠퍼쉽 인더스트리스사
전 장231m
가스 체적1백 5십만 ㎥
승객수2,000명
최대 속도시속 278km
개발 상황설계 단계



네덜란드 네비게이터
제조업체네덜란드 렐리스태드의
리지드 에어쉽 디자인사
전 장180m
가스 체적75,000㎥
승객수240명
최대 속도시속 148m
개발 상황2001년에 RA-180
실험기 제작 예정



지 오 쉽
제조업체뉴멕시코주 앨부퀘르크의
퀀텀 에어로스터틱스사
전 장500m
가스 체적3백만 ㎥
승객수미정
최대 속도시속 125km
개발 상황설계 단계



스카이캣 1000
제조업체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스 그룹
전 장307m
가스 체적2백만 ㎥
승객수무인
최대 속도시속 204km
개발 상황시제기에 의한 시험 비행 완료.
스카이캡 1000의 소형 기종이
2001년 말 비행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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