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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샐리는 한번도 서부지역 밖에서 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샐리는 취업을 하기 위해 본 최종 면접차 잠깐 들렀던 것을 제외하고는 피닉스엔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잭이 동부 직장을 구하면서 샐리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보러 혼자 돌아다녀야만 했다. 샐리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집 저집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곳을 사진으로 찍어 잭에게 이메일로 전송한다. 그날 저녁 무렵 두 사람은 최종 선택 범위를 다섯 집으로 좁혔다.

아마 이 과정이 꽤나 복잡할 것이라 여기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즉, 사진을 촬영한 다음 노트북 컴퓨터에 카메라를 연결, 디지털 사진을 노트북으로 전송하고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다음, 이메일로 잭에게 사진을 전송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 샐리는 노트북 컴퓨터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디지털 카메라만 있을 뿐이다. 이게 바로 차세대 디지털 사진 촬영의 신풍속도다. 디지털 사진 처리를 탄생시키는 데 PC가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주변기기가 발달해 꼭 집에서만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 필름 인화 장치를 일일이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되었듯, 앞으로는 디지털 사진을 인화하거나 이메일로 발송하기 위해 전송용 PC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대신 무선 모뎀이나 휴대폰 또는 일반 전화선을 통해 카메라로부터 직접 사진을 전송하게 된다.

무선 옵션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제품들로는 리코의 RDC-i700(1,500달러)과 RDC-i500을 꼽을 수 있다. 모두 올해 말 시판할 예정으로, 무선 모뎀 카드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산요의 SX 560(올 여름 시판)과 코닥의 DC 290(600달러)은 휴대폰에 연결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무선 전송 방법을 이용하려면 리코 모델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별도의 모뎀 카드 서비스 계약이 필요하다. 연결은 정말 쉽다. RDC-i700의 경우, 자신의 인터넷 계정을 입력하고 카메라 메뉴에서 인터넷 연결 옵션을 선택하면 세팅 완료. 3.5인치의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사진 공유 사이트에 이미지를 전송해 인화 주문을 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웹 검색과 홈페이지 제작도 가능하다. 리코의 RDC-i500은 이보다 더 작고 간편한 모델로 아직 특징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리코에 따르면, 동일한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산요와 코닥의 디지털 카메라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전화를 거는 대신 카메라를 휴대폰에 연결하기만 하면 휴대폰이 자동으로 포티비티(Photivity)라는 인터넷 연결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스프린트 PCS는 무선 휴대 단말기로는 최초로 이런 방식의 디지털 이미지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티비트티 서비스를 이번 여름부터 자사 브랜드로 서비스한다. 사용자는 전화 이용요금과는 별도로 이미지 전송과 저장 서비스에 따른 이용료를 매월 내게 된다. 다른 무선 휴대 단말기들도 머지않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PC를 놔두고 다니고 싶으면 한 가지 대안은 있다. 폴라로이드사의 PDC 640 모뎀 카메라(249달러)는 코닥이나 산요 카메라와 비슷하게 작동하며 전화잭에 꽂아 쓴다. 일단 전화잭에 꽂으면 전송하려는 이미지를 골라 세비아넷(CeviaNet) 사진 공유 사이트로 전송한다. 단점은 이미지들을 직접 전송할 수는 없다는 점인데 디지털 액자로는 전송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의 연간 사용료는 59.95달러로 전송 이미지 수에는 제한이 없다. 각 이미지를 전송하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이는 사진의 최대 해상도가 640×480으로 낮기 때문이다.

반면 코닥 제품은 5×7인치 경우는 고화질의 8×10인치 사진을 뽑아낸다. 물론 해상도가 높을수록 이미지 데이터 용량은 커지고 전송 시간도 최대 7분까지 지연되는데, 이 때문에 폴라로이드사는 초기부터 저해상도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느린 전송 속도를 참을 수 없다면, 카메라의 최고 해상도로 촬영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물론 포티비티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해상도 사진의 해상도를 낮춰 저해상도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니면 2002년쯤 선보일 100만 픽셀의 고해상도 폴라로이드 모뎀 카메라를 기다리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아이디에이션 테크놀로지스사의 표준 플래시메일러는 어떤 해상도의 이미지도 척척 처리한다. 이 독립형 제품은 어떤 디지털 카메라를 연결하든 컴팩 플래시카드에 저장된 이미지는 모두 읽어들인다. 플래시메일러를 전화잭에 꽂고 플래시카드를 장착하면 일단 사진을 공유할 준비가 된 셈이다. 사진 인화나 T셔츠, 머그잔도 주문할 수도 있다. PC가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들과는 달리 플래시메일러 표준 모델은 전세계 지역 번호로 전화를 걸게 돼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최종 제품의 기능과 사양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기기를 생산할 협력업체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향후 1년간은 시장 출시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현재는 무선 전송 속도가 느려 카메라 사진을 인터넷으로 직접 올리고 싶은 욕구는 그렇게 자주 생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몇년간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 이러한 전송 방식은 우리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산요 SX560
출시 시기: 올 여름
가격: 미정
연결 방식: 휴대폰 접속 케이블
온라인 인화 주문: 불가능
최대 인화 크기: 3×5인치
평가: 스프린트 PCS 회원용

리코 RDC-i500
출시 시기: 금년 말
가격: 미정
연결 방식: 무선 콤팩 플래시 모뎀 카드
온라인 인화 주문: 가능
최대 인화 크기: 8×10인치
평가: 근거리 여행용

아이디에이션 테크놀로지스사 플래시메일러
출시 시기: 수 년 내
가격: 미정
연결 방식: 56Kbps 내장 모뎀
온라인 인화 주문: 가능
최대 인화 크기: 제약 없음
평가: 디지털 카메라 소지자에 적합

폴라로이드 PDC 640 모뎀 카메라
출시 시기: 판매중
가격: 제품가 249달러, 연간 서비스 이용료 59.95달러
연결 방식: 56kbps 내장 모뎀
온라인 인화 주문: 불가능
최대 인화 크기: 지갑 사이즈
평가: 초보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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