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프로타입 차량

연료전지 자동차 시대를 여는 시험차가 완성되었다. 실용화까지는 고비용과 제한된 주행거리라는 산을 넘어야 하지만 미래 자동차의 동력에너지를 대체한다는 자동차 업체들이 각오에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한 지역에 여러 대의 차들이 질서정연하게 정열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중고차 시장과 다를 바가 없는 이곳이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첨단 기술혁신의 현장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을 연료전지로 바꾸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혁명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연료 파트너쉽의 개막식에 들어서자마자 행사장 구석구석에 혁신적 동력원인 연료전지를 알리는 현란한 선전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포드, 제너럴 모터스, 도요타, 현대, 혼다, 닛산, 폭스바겐 등이 자사의 소형차 14종에 연료전지를 탑재한 것이다. 소형 연료전지차는 아직 개발단계에 있으며 2003년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최근까지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은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큰 부피와 고비용 및 저장기술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과거 어떤 경우에는 테스트차량의 크기가 유류정제기를 탑재한 밴처럼 크기도 했다. 그러나 연료전지 그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지금 도열한 시험차량들은 기술의 성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연료전지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현재는 실내 공간도 일반차량 수준까지 늘어났다.

최첨단 연료전지기술을 확인하려면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혼다가 개발한 전지 차량을 타보면 잘 알 수 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네카 5’ 프로토타입에 최신 연료전지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유르겐 슈렘프 회장도 “네카 5 프로토타입은 양산에 들어가기 직전의 최종판”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베를린에서 단거리 시험운행을 마친 네카 5는 유럽에서 4번째로 가장 많이 팔린 컴팩트 세단인 컴팩트형 메르세데스 A 클래스 해치백에 기초해 제작됐다. 외형과 실제 느낌도 표준 세단이다. 시운전에서 네카 5는 순수 전기자동차처럼 소음을 거의 내지 않고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갔다. 운전중에는 가벼운 기어소리와 공기압축기 소음만 들릴 뿐이었다. 가속능력은 도시교통의 흐름 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정도. 연료전지 시스템의 무게를 생각해 보았을 때 핸들링은 놀랄 만큼 부드러웠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연료전지자동차 시리즈 중 다섯 번째인 네카 5는 상당히 발전한 모델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볼 때 가속시 부드럽게 속도가 상승해 종전처럼 순간 둔화나 변동이 없어졌다. 또한 시스템 기계부품에서 발생하던 소음도 대부분 사라졌다.

네카 5는 개질기를 탑재, 메탄올을 연료전지용 수소로 변환해준다. 메탄올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복잡한 개질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기에는 순수 수소를 사용할 때보다 후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임러 크라이슬러 엔지니어들의 주장에 따르면, 순수 수소는 저장문제와 공급망 구축에 어려움이 있어 실용적이지 못한 단점이 있다고 한다.

반면, 메탄올은 일반 주유소의 주유기만 개조하면 보급에 별 어려움이 없다. 네카 5는 개질기와 연료전지 전체를 차량 바닥 아래로 장착하며 75kw 연료전지는 효율과 동력이 개선되고 무게도 가벼워졌다. 네카 5는 탄화수소나 일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기존 내연기관의 3분의 1 정도라고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강조한다. 현재 직면한 어려움은 기술문제보다는 재정문제가 더 크다. 아직까지 연료전지시스템은 동일 규모의 내연기관에 비해 몇 배나 비싸기 때문.

한편, 혼다는 연료전지차량을 자체 개발, 캘리포니아에서 있은 시승식에서 최신형 FCX-V3를 선보였다. 이는 혼다의 3세대 차량으로 가속용 초고성능 축전지를 장착하고 있다. 80마력의 엔진은 24.3 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최대 시속 104km로 1회 기체수소 충전만으로도 약 176km를 주행할 수 있다. 도로주행실험에서는 단 10초만에 시동이 걸렸다.

가속은 꾸준하게 힘을 받으면서 빠르고 부드러웠다. 감속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동안 초강력축전기는 동력의 저장과 공급을 반복한다. 운전자는 대쉬보드의 계기판에서 에너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차량내에서는 공기압축기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연료전지를 실용화하는 데는 연료공급망 확보와 고비용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프로토타입에서 알 수 있듯 기술적으로는 일반 자동차에 연료전지기술을 적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연료전지차량은 과연 산적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용화 단계로 접어 들 수 있을까? 자동차 업계의 관심은 지금 연료전지 차량의 ‘실용화’에 쏠려 있다.
<감수: 현대 자동차 가솔린 엔진 연구팀 조영우 책임연구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