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인류가 지구에 살기 시작한 것은 약 20만년 전부터이다. 그렇다면 현대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은 누구일까? 현재 학계에서는 약 2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와 같은 원시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유럽 지역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여러 번 진화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다지역설’과 아프리카에서 현대 인류가 생겨난 후 전세계로 퍼졌다는 ‘아프리카 유래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지역설’보다 ‘아프리카 유래설’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전세계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서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채취하여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역시 현대 인류가 모두 4만~8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동일한 공통 조상의 자손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각 세포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세한 구조물인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추출한 DNA의 염기 서열을 조사해 보았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간단히 mtDNA라고도 하는데 인간 유전자 대부분이 들어있는 세포핵의 DNA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mtDNA는 다른 방식으로 유전이 되기도 하는데 모계를 통해서만 자녀에게 유전이 된다. 따라서 mtDNA 연구는 모계를 통해 혈연관계를 추적할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이다. 그 뿐만 아니라 mtDNA을 분석하면 종족이 분리된 시점까지도 측정이 가능하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울프 길레스텐이 주도했던 이 연구는 매우 방대한 지역에 걸쳐 이루어졌고, mtDNA 염기 배열 전체를 비교하고 분석했기 때문에 폭넓은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고고학자와 고지자기학자들이 현대 인류가 최초로 아프리카 지역을 벗어나 중동지역에 정착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와도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