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은 개의 증언을 좋아한다. 증인이 사라져버린 경우 개만큼 진실성과 신뢰성을 갖춘 이는 없다. 또한 하운드의 어설픈 웃음과 흔들흔들 거리는 꼬리처럼 음침한 법정의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는 것도 없다.
“배심원단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죠”라고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경찰국의 출신인 K-9 경찰견 핸들러인 팻 매컬허니는 말한다. “검찰 측 입장에서는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법정에 경찰견을 데려오는 것이 제일이죠.”
실제로 피고인을 지목하기 위해 경찰견을 증인으로 세우는 관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 해 로스앤젤레스 법정에서의 한 강간사건이 이러한 절차의 실례이다. 한 젊은 여성이 경찰서에 야만적인 범행을 신고했다. 남자 두 명이 공단지역의 버스정류장에 있는 그녀를 좁은 골목길로 끌고 가서 성폭행을 했다. 정신적 쇼크를 받은 그녀는 처음에 그 범행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틀 후에 그녀는 강간범 중에 한 명이 그녀의 목에서 잡아 뜯은 것으로 보이는 목걸이를 발견했다. 그 목걸이는 그녀가 일하는 학교 밖에 놓여있었다. 강간범 중에 적어도 한 명이 그녀의 동네에 살고 있어 그녀의 일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까? 그녀는 또한 강간범 중 한 명과 흡사한 남자를 시장에서 목격했다. 겁에 질린 그녀는 경찰서로 향했다.
이처럼 시간이 경과하면 강간 검사키트에서 DNA 증거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문제 될게 없다. 직업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지닌 자신만만하고 노련한 감정인인 레일리를 만나보자.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냄새탐지견 K-9 조련사인 조셉 달루라의 손에 묶여 있는 이 초콜릿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냄새탐지 기술은 여러 살인자들을 법정에 세웠다. 이번 강간사건의 경우, 달루라는 진공청소기처럼 작동하는 냄새이전장치를 사용해 탈취된 목걸이에서 강간범의 냄새를 채취해 진공청소기의 공기 흡입구 위에 놓여진 살균거즈패드 위로 옮겨 “냄새 라인업”을 만든다. 그런 다음, 시장에서 희생자가 지목한 이웃주민으로부터 채집된 옷 조각을 진공장치로 빨아들였다.
달루라는 용의자의 패드와 다른 사람들의 냄새가 주입된 세 개의 유인물과 나란히 두어 냄새 라인업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레일리에게 목걸이 냄새 패드의 냄새를 맡게 한 뒤 같은 냄새를 풍기는 것을 찾도록 했다. 1번 패드를 그냥 지나친 레일리는 2번 패드에서 멈추고는 짖기 시작했다. 바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경찰은 명확한 증거를 잡은 셈이다.
정말 그럴까? 배심원들은 이런 도그쇼를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솔직히, 개가 경고신호를 보낼 때 무엇을 집을지는 모릅니다”라고 로렌스 마이어스는 전한다. 그는 오번 대학교의 감각행동생물학자로 이번 강간 사건에서 피고측 감정인을 맡았다. 지난 21년 동안 마이어스는 연구실 혹은 현장에서 50마리 이상의 냄새탐지견을 훈련시켰고 수 백 마리를 연구해왔다. 대부분 폭발물과 마약과 재난희생자 그리고 숨겨진 무덤을 탐지하는데 개를 최대한 이용하기를 원하는 연방기관을 위한 것이었다.
마이어스는 개의 후각을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냄새탐지시스템의 완성판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여러 경우에서 “우리는 여전히 블랙박스를 다루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과학자들은 개의 냄새식별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개의 후각의 한계를 규명하지도, 사람들의 냄새를 구별하는데 개가 사용하는 공통된 “냄새인자”를 발견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우리 몸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피부 부스러기와 땀방울의 화학적 작용의 차이를 개가 포착한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개가 짜 맞추기 수사게임을 할 때 이러한 미세한 혼합물의 어떤 측면이 개의 주의를 끄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까? 아니면 그 사람이 전날 먹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라면 어떨까?
사람의 체취처럼 복잡한 경우 개마다 달라진다고 마이어스는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개도 완벽하게 일관성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마이어스의 연구 결과, 치석처럼 특별할 것이 없는 경우 개의 식별 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양치질을 해도 금방 입안에서 냄새가 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냄새식별견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가 있고 알레르기나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문제는 개에게 ‘정말 확실해?’하고 반대신문을 못한다는 점이죠”라고 마이어스는 말한다.
그래서 마이어스는 개의 후각에 크게 의존하는 강간 및 살인사건에서 입증을 해 달라는 요청이 점점 늘어나자 큰 시름에 잠겨있다. “마치 수문이 열린 듯해요”라고 그는 말한다.
개의 냄새 라인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1923년 이후 1천여 건 이상의 형사사건에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대부분 주와 워싱턴 DC에서 “적절한 근거가 마련되는 경우” 개의 냄새입증을 유효한 피의자 식별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근거 자료로서의 과학적 기반이 세워지지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냄새 라인업은 개를 이용하여 도망자를 추적한다든가 마약을 탐지-오래전에 법적으로 승인된 용도-한다든가 하는 관행의 논리적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런 사실을 회피하려 한다. 일부 판사는 그런 주장을 수용하고 있으며 또 일부는 그렇지 않다.
법원은 조련사가 제출한 훈련기록을 통해 신뢰성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조련사들이 개의 실수를 기록하기 꺼려한다고 한다. 그런 실수가 나중에 개의 식별작업을 불신하는데 사용될까 우려되어서이다. 연구결과, 경험이 많고 노련한 개들도 신원을 확인하는데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유럽(냄새 라인업이 엄격히 통제되고 표준화되어 있다)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개들의 신원확인 확률은 22%~55%로 다양하다. 과학자들은 그러한 연구를 조련사가 가죽 끈을 잡은 채 실시하기도 하고 조련사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가죽 끈을 해제한 채 실시하기도 했다.
일부 조련사가 무의식적으로 개를 부추긴다는 점은 냄새 라인업에 대한 주요한 비난이다. 미국에서 가장 노련한 수색견 조련사도 그중 하나. “개 조련사들 사이에서 생겨난 속담이 있습니다”라고 미국 경찰 블러드하운드 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K-9경찰견 훈련강사인 로저 티터스는 설명한다. “잘 훈련된 개들은 조련사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합니다. 몸을 앞으로 숙이면 개도 숙이고 천천히 가면 개도 천천히 가죠. 야구 모자를 여러 개 늘어놓고 그 중 하나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으면 개는 바로 그 모자를 집어오죠.” 일부 사람들은 19세기 천재라고 소문난 말의 수학능력이 조련사 머리의 무의식적인 끄덕임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 이를 천재 한스의 효과(Clever Hans effect)라고 부른다.
티터스는 개의 증거능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 조련사가 개에게 은연중에 지시를 내린 것이 비디오테이프 판독결과 적발된 경우가 있었다.
냄새 라인업 사용이 증가하면서 경찰견 조련사들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 경찰 블러드하운드 협회와 법집행 블러드하운드 협회는 적절한 라인업 절차를 위한 지침을 개발했지만, 그런 관행의 합법성에 관해서는 회원들간 의견이 분분하다.
“개가 누군가를 전기의자로 내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조련사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주죠”라고 매컬허니는 전한다. “제 개와 제 자신에 대해 저는 대단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제 개가 법정에서 냄새 샘플을 이용하여 용의자의 신원을 밝힌다는 것이 뿌듯해요.”
개와 조련사에 대한 신뢰는 그렇다 치더라도, 냄새수집과정은 논쟁을 벗어날 수가 없다. “냄새는 설득력이 너무 약해요. 제 생각엔 냄새장비의 이용이 이런 생각을 더욱 조장하는 것 같아요”라고 티터스는 말한다.
냄새이전장비의 발명가인 나이아가라 카운티 경찰국의 빌 톨허스트는 이런 주장에 반박한다. 톨허스트는 냉동된 비닐주머니 속에 11년 이상 저장된 증거패드를 사용하는 냄새 라인업에서도 성공했다고 말한다. 미국 경찰 블러드하운드 협회의 회장을 3번이나 역임한 톨허스트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발사한 총알의 탄피에서도 인간의 체취를 채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자랑스러운 성과 중 하나는 유괴 및 살인미수 사건에서 유죄를 입증한 것이었는데 그의 블러드하운드는 원고의 자동차 시트에서 채집된 냄새와 피의자의 냄새가 동일함을 입증했다.
지금까지 톨허스트는 캘리포니아 경찰당국에 35대, FBI에 7대를 비롯하여 모두 80여대의 냄새 채집 장비를 판매하였다.
변호사들은 수년 동안 개를 이용한 피의자 식별의 장점과 절차에 대해 떠들어 댈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강간사건의 경우, 판사는 달루아의 라인업 절차를 인용하면서 레일리의 냄새식별을 수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달루아는 레일리가 두 번째 패드에서 신호를 보내자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라인업을 중단했다. 또한, 달루아는 세 개의 유인용 패드를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를 기억해 내질 못했다.
물론, 재판과정에서 증거가 흔하게 기각된다. 어떤 것은 채택되고 또 어떤 것은 기각된다. 달루아는 레일리의 입증이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몇몇 사건을 지적했다. 냄새 라인업 지지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최근 캘리포니아의 한 항소법원은 종신형을 언도받은 젊은 남자뿐만 아니라 이중살인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10대에 대한 레일리의 신원확인을 증거로 수용했다.
레일리가 알고 있을까? 형사사건 배심원단은 당연히 ‘그렇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과학적 판결이라고 보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