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연구가인 케니스 피엔타가 그가 재직하고 있는 미시건大 연구실의 젊고 유망한 박사학위 이수 후 과정자가 작성한 논문을 훑어보고 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두 개의 특수 단백검출 검사(protein blot)결과가 자신의 것과 너무나도 유사하게 나타난 것이었다.
정말이지 동일하리만치 유사했다. 피엔타는 이 동일한 이미지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여학생이 이 자료를 조작한 것이었다. 그는 급히 대학관계자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그 여학생에게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었다. 그녀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녀의 말이 사실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다른 논문들도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제 앨런 프라이스와 연구감독국(ORI)으로 눈을 돌려보자. 연방기금을 지원받는 연구원들이 논문을 날조 했다는 혐의를 받을 때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대개가 프라이스와 그의 9인조 사기전담반의 몫이었다.
날조와 궤변은 과학계에서 드문 일이기는 하나 새로운 일은 아니다. 아이작 뉴턴이나 벤자민 프랭클린 그리고 그레고 멘델은 모두가 사후에 그의 연구결과 일부를 날조하거나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2002년 벨연구소의 대표 연구원인 얀 헨드릭 숀이 획기적인 분자전자공학 연구물을 날조했다는 게 밝혀졌을 때 물리학자들은 한바탕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올해 6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저명한 유전학자인 스티븐 리든은 그가 1998년 유방암 연구결과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표면으로 떠오르자 사임을 했다. 프라이스와 그의 팀은 국립보건연구원과 기타 공중보건기관의 지원을 받는 연구원들만 조사를 한다. 그렇지만 업무량은 산더미 같고 바쁘기 그지없다. 새로운 ORI 보고에 따르면 대학과 병원과 기타 연구소들은 2002년에 83건의 과학연구 부정행위 조사를 착수했다고 한다. 게다가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을 범죄의 물결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ORI의 조사감독부장인 프라이스(61세)는 말한다.
“하지만, 무언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한 경향 배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그는 말한다. 다른 팀원들처럼 프라이스도 ORI에 몸담기 전에는 과학자였다. 그는 미시건대에서 바이러스 연구를 했었다. 1989년 12월에 ORI에 합류한 그는 이 일을 즐기고 있단다. 날조행위와의 전쟁은 “마치 매일 새로운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것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수정액이 사용된 부분이나 찢겨지거나 다시 붙인 흔적을 찾습니다. 이 일은 정말 재미있어요.”
실험실에서 ORI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프라이스와 그의 팀은 먼저 전직 FBI요원들이 운영하는 신병훈련소를 무사히 통과해야만 했다. 거기서 전직 FBI요원들은 과학자들에게 증거수집과 인터뷰 전략 그리고 기타 수사기법들에 관해 훈련시킨다. “FBI요원들은 우리에게 ‘대부분 범죄자들은 신경외과의사가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죠. 한데 우리 팀원 중 몇몇은 신경외과 의사죠”라고 프라이스는 말한다. 수년 간에 걸쳐 ORI조사요원들은 그들만의 정교한 기법과 전문기술을 몇 가지 개발했다. 전 AIDS 연구원이었던 존 달버그는 팀의 숫자맨으로 통한다. 그의 전문은 부정행위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용의자의 실험실 노트북에 담겨있는 난해한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가 사용하는 한 가지 기법은 숫자빈도 분석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간단하다고 존은 말한다. 대부분의 과학적 데이터는 임의성(randomness)의 요소를 갖는다. 인간의 두뇌는 이 요소를 반복하는데 매우 힘들어한다. 그래서 과학자가 데이터를 조작하려고 할 때 동일한 숫자를 계속해서 반복하려는 경향이 짙다.
날조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달버그는 DiGiProbe라 불리는 ORI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용의자의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 프로그램은 각 숫자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를 그래프로 나타낸다. 그래프에 급격한 상승이 나타나면 일부 숫자가 다른 것보다 더 자주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언가가 조작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단서이다. 하지만 숫자가 과학자들이 조작하는 유일한 대상은 아니다. 달버그 사무실에서 복도를 따라 내려가면 ORI의 이미지분석 전문가인 존 크루거의 사무실이 있다. 전 생물의학자였던 크루거는 어도비 포토샵과 다른 이미지 편집 툴을 사용하여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오디오방사선사진, 그리고 기타 생물의학 시각자료를 면밀히 검사하여 조작의 증거를 찾는다.
크루거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가장 손쉬웠고 기억할만한 사건은 국립보건원(NIH) 보조금 신청을 하면서 한 젊은 연구원이 제출한 나무모양의 뇌세포 이미지에 관한 것이었다. 검사자들은 순간적으로 의심이 갔다. 그 신청인이 주지하지 못했던 점은 그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미지가 과학계의 모나리자라는 것이었다. 그 이미지는 푸르키녜 세포의 이미지로 너무나도 유명하여 학계 저널지와 교과서 물론 심지어 국립보건원 T셔츠에도 장식되었었다. 나중에 크루거는 그 연구원이 인터넷에서 그 이미지를 도용했음을 밝혀냈다.
날조행위를 한 과학자들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 또한 드물다. 전 벨연구소의 슈퍼스타였던 헨드릭 숀은 자신의 고향인 독일로 돌아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케니스 피엔타의 그 연구원은 5년 간 정부지원 연구가 금지되었다 “조사 대상자 중 한 명은 은행가가 되었습니다”라고 달버그가 날조행위를 가리키는 ORI은어를 사용하여 말한다. - 마이클 스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