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자원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방식은 이미 일부에 도입돼 있다. 대용량의 서버나 스토리지를 제공하돼 사용량을 늘려갈 때마다 단계적으로 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도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형태로 요금을 받고 응용 솔루션을 인터넷을 통해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는 유틸리티 컴퓨팅의 초보적인 수준. 앞으로 수 많은 컴퓨터를 연결 마치 하나의 컴퓨터를 이용하듯이 가상화하는 그리드 컴퓨팅 인프라를 토대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입배경 3가지 이유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이 IT서비스 업계에 도입된 배경은 크게 3가지.
우선 무엇보다도 이 서비스가 비용을 꽤많이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산 자원을 통합해 서비스하기 때문에 적은 전산 자원으로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보자. 은행의 경우 전산시스템을 최고의 피크를 보일 때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피크 때 100이란 규모의 전산 자원이 필요하다면 은행마다 그만큼 PC, 서버컴퓨터, 스토리지(저장장치) 등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두 은행일 경우 200의 전산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피크 타임이 다르고 한 곳에서 이 두 은행에 서비스한다면 120으로만 구성해도 돌아갈 수 있다. 이 경우 80이란 전산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이익이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3개, 4개의 은행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두 번째로는 기업들이 굳이 돈을 들여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돼 재무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에 대한 자금 부담이 없어지고 수요 변동에 따라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IT 비용 예측이 한층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기업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 핵심 역량에 보다 더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세번째로는 IT부문의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 서비스를 전문 업체에게 맡김에 따라 어느정도 검증된 다음에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 기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는 글로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공급 회사들을 중심으로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IT전문업체 공급 본격화
IBM은 차세대 컴퓨팅 전략을 핵심화해 ‘e비지니스 온디맨드(e- Business On Demand)’를, HP는 ‘AE(Adaptive Enterprise)’, SUN은 ‘N1’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IBM은 쓰는 만큼 제공한다는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을 근본 바탕으로 삼았으며 HP는 기업이 상시 구조조정으로 급변하는 만큼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UN은 중앙 컴퓨터에 전산 자원을 집중해 관리를 쉽게 한다는데 포인트를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IT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을 강조하면서 차세대 전략으로 유틸리티 컴퓨팅을 기초로 삼고 있다.
이들 서버 벤더 3개사에 이어 EMC,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 히타치 등 주요 스토리지 하드웨어 벤더들도 유틸리티 컴퓨팅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EMC는 지난해 여름 미국 본사에서 처음으로 유틸리티 컴퓨팅을 하나의 전략으로 채택했고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도 지난해 9월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글로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도 유틸리티 컴퓨팅에 대한 접근이 활발하다. 다양한 기종의 서버와 하드웨어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하드웨어에 종속된 벤더가 아니라 오히려 객관적인 입장에선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며 유틸리팅 컴퓨팅 기반 소프트웨어를 제시하고 있다.
SI업체들도 도입 검토
베리타스는 가용성, 성능, 자동화야말로 유틸리티 컴퓨팅 현실화를 위한 필수 영역으로 판단, 이 3가지 서비스 솔루션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CA는 인프라, 보안 등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 유틸리티 컴퓨팅 환경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오라클은 통합의 기반이 되는 그리드 컴퓨팅 솔루션을 내놓았다.글로벌 IT서비스 업체들이 유틸리티 컴퓨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기술 동향 추이 변화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은 주로 하드웨어 공급 회사를 중심으로 도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들을 중심으로 유틸리티 컴퓨팅 도입에 대한 검토가 준비되고 있다.
대형 SI업체들은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이 기술이 무르익지 않아 시스템 구축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특히 기업체 내부의 전산 자원은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어 이들을 통합, 가상화하는데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삼성SDS, LG CNS, SK C&C, 현대정보기술 등 내로라하는 대형 SI업체들도 아직 요금제도 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이 기종의 하드웨어를 통합해 운용하는 기술적인 측면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요금 제도적인 두 측면 중 후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가상화 기술 사용화
삼성SDS는 지난해 말 IBM, HP, SUN의 유틸리티 컴퓨팅의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 유틸리티 기술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삼성SDS 관계자는 “아직은 글로벌 회사들은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시스템을 구축한 수준”이라며 “연말쯤 이 기종의 하드웨어까지 통합할 수 있는 버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 CNS도 3대 빅밴더의 유틸리티 컴퓨팅 기술 변화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안정성이 검증되면 곧바로 도입할 태세. 현대정보기술은 마북리 IDC센터를 유틸리티 서비스를 위한 기지로 삼고 역시 요금제도 측면에서 산업별로 접근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틸리티 컴퓨팅이 도입되면 경쟁사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가격 품질 경쟁력은 SI시장에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상화 기술을 토대로 한 본격적인 서비스도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전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사내 시스템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점차 아웃소싱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T서비스의 중심이 SI에서 아웃소싱으로 이동하면서 몇 안되는 대형 아웃소싱 회사를 중심으로 과점 체제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