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다목적헬기사업 중대 고비

사상 최대규모의 전력증강 사업으로 경제성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달 10일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산업자원부 장관 및 감사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토론회를 갖고 KMH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논의했으나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KMH 사업은 지난 60-70년대 도입, 노후화된 477대의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오는 2010년까지 기동형 헬기(299대)를, 2012년까지 공격형 헬기(178대)를 외국과 공동개발한 뒤 양산하겠다는 사업이다.

477대의 생산비용은 8조~13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NSC가 중심이 되어 별도의 팀을 구성, 중간중간 점 검하면서 여유를 갖고 심층 검토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올해 사업 착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7월 미국 보잉사 등 5개 업체에서 제출한 제안서 평가결과를 심의, 프랑스와 독일 합작사인 유로콥터 등을 협상대상으로 선정했지만 감사원은 국방부의 계산이 개발비를 8조원이나 낮춰 잡았고 해외직수입보다 13조원이 더 들어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지적, 논란이 돼 왔었다.

그동안 진행돼온 논란의 핵심은 ● 경제적 타당성 ● 전력공백 우려 ● KMH 수출 가능성 ● 소요비용 산출상 오류 ● 해외 직구매 및 미래전장의 헬기전력 유용성 ● 헬기개발 성공 가능성 등이다.

우선 감사원을 비롯한 KMH 반대론자들은 선진국들도 신기술이 적용된 첨단헬기를 생산하는데 10∼20년 소요된 데다 개발에 실패한 사례가 많은 점에 비춰 6∼8년 이내에 한국형 헬기를 생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은 KMH는 기존 헬기전력을 대체하는 사업으로 새로운 첨단기술이 아닌 이미 검증된 기술을 적용하는 만큼 2010년 생산 목표 달성은 무난하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경제성 유무에 대한 논쟁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KDI의 분석 결과 KMH는 9조8천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해외 도입보다 3조7천500억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 데 대해 감사원 등에서 전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KDI가 비용기준을 잘못 적용한 탓에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개발 및 양산에 38조7천억원(KDI 추산치보다 8조원 증가)이 소요돼 공격형 아파치와 UH-60을 수입할 경우 국내 개발보다 13조원까지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공백 우려에 대한 양측의 입장도 팽팽하다.

반대론자들은 기존 헬기는 60∼70년대에 도입돼 운용수명 초과로 KMH 개발 기간안에 200대 이상이 도태될 것으로 우려하는 데 반해 찬성측은 노후헬기의 기술검사 및 안전운항 관리로 수명을 최대한 늘리고 노후 정도가 심할 경우 선별적으로 폐기하면 헬기전력 운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외 헬기시장이 줄어들고 선진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어 KMH 수출 가능성이 작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군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DD 관계자는 “KMH 양산이 시작되는 2010년부터 2035년까지 4천대 이상의 헬기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KMH 기종은 경쟁기종이 적어 틈새시장 공략시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공동개발에 참여한 선진업체와 협력해 판로를 개척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그는 또 사업비가 30조원으로 단군이래 최대규모라는 주장과 관련해 “30조원은 50년간 개발비와 양산비, 운영유지비를 합친 추산치이고 생산목표량인 477대의 실제 개발 및 양산 비용은 10조원 수준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헬기가 대공화기에 취약해 미국도 코만치 헬기사업을 취소하고 헬기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미래전장에서 헬기전력은 여전히 유용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헬기는 2차대전 이후 공중기동, 정찰, 대전차공격, 탐색, 구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입증됐고 한국과 같은 산악지형에서 핵심전력으로 매우 유용하며 미국이 코만치 사업을 취소한 것은 경제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KMH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면서 기동형 헬기만 국내 개발하고 공격형은 외국에서 직도입하는 방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되자 이는 특정 해외업체의 로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음모론’마저 나오고 있다.

공격형 헬기를 수입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도입대상 기종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아파치를 생산하는 미국 보잉사가 최대 수혜업체가 될 것이라는 가정을 근거로 의혹의 시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보잉과 시콜스키사는 KMH의 핵심부품 개발 참여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최근 국방부의 심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하고 프랑스와 독일 합작사인 유로콥터,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사인 아구스타 웨슬랜드(AWIL), 미국의 벨이 협력대상업체로 선정됐다.

국방부는 이들 3개 협상대상업체를 대상으로 작전요구성능(ROC)과 국산화 및 기술 지원·이전, 계약조건, 절충교역 등을 중심으로 조건충족 협상을 벌인데 이어 지난달 중순 개발 업체를 최종 확정해 대통령 재가를 거쳐 KMH 개발에 본격 나설 계획이었다.

기동·공격 헬기 477대를 개발하는 KMH 사업은 군이 운용 중인 노후헬기를 단계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사업으로 기동헬기는 2010년, 공격헬기는 2012년까지 개발이 완료돼 약 20년에 걸쳐 양산될 예정이었다.

** 한수진 기자 popsc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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