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안전담당자가 전세계에서 시판중인 대형 의약품 5개에 대해 안전성 문제를 들어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 등 외신에 따르면 FDA 약품안전 검열관인 데이비드 그래햄 박사는 지난달 18일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미국과 전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의약품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FDA에서 20년 이상 근무해온 그래햄 박사는 문제의 의약품 5종으로 ▷애보트의 비만치료제 `메리디아’(Meridia, 한국명 `리덕틸’) ▷아스트라제네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크레스토’(Crestor) ▷화이자의 진통제 `벡스트라’(Bextra) ▷로슈의 여드름 치료제 `에큐테인’(Accutane)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천식약 `세레벤트’(Serevent) 등을 꼽았다. 이들 5개 의약품 가운데 벡스트라를 제외하고 나머지 4종은 모두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다.
그는 `리덕틸’에 대해 “FDA가 이 약품의 효과가 고혈압과 심장발작의 위험을 넘어설 만큼 효과적인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크레스토’에 대해서는 “정부가 크레스토를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일어난 신장 문제와 다른 심각한 부작용 사태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에큐테인’에 대해서는 “FDA에 의해 20년간 `규제에 문제가 있었던’ 약품으로 당장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면서 “`벡스트라’는 바이옥스와 같은 심장 마비 및 발작 위험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세레벤트’의 경우는 “영국에서 이뤄진 연구결과 이 약품을 사용하는 환자가 천식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90%”라고 언급했다.하지만 그래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FDA에서 의약품 평가 및 연구를 맡고 있는 스티븐 갤슨 박사는 “엉터리 과학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FDA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FDA에서 신약을 담당하는 샌드라 크웨더 박사도 당시 청문회에서 그래햄 박사의 주장을 반박하며 그가 제시한 문제의 5종 의약품은 “다른 의약품보다 더 걱정스런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약사들도 그래햄 박사의 주장을 반박했다.애보트는 “계속되는 과학적 근거가 메리디아의 비만 치료 효과를 뒷받침한다”고 밝혔으며 아스트라제네카도 “지금까지, FDA는 크레스토와 관련돼 어떤 주요 지시사항도 내린 바가 없다”고 말했다.
로슈는 “에큐테인이 위험성이 있긴 하나 그것은 아주 심각한 경우로만 제한된다”고 강조했고 화이자는 “처방전대로 사용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했으며 GSK도 비슷한 성명서를 냈다. 외신들은 이번 논쟁이 FDA내에서 수십년간 잠재해온 긴장관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의약품의 잠재력에 초점을 둔 이들과 의약품을 위험한 부작용이 있는 고가(高價)상품으로 보는 이들간의 다툼이라고 풀이했다
상원 재정위원회는 FDA가 올해 관절염 치료제인 바이옥스(머크 제약회사)의 약효 등 몇몇 논란에 연루되자 FDA에 대해 수개월간 조사를 벌인 뒤 이날 청문회를 열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한수진 기자 popsc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