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센터, 국내기업-해외로…외국기업-한국으로

최근 연구개발(R&D) 거점 확보를 위한 해외 유수 전자·반도체·IT· 통신업체들의 한국행 `러시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생산기지에 이어 R&D기지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 국내외 기업간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삼성, LG 등 한국 메이커들이 해당 분야의 첨단기술 개발을 주도, 한국이 세계 시장의 ‘테스트베드’(Testbed)로 떠오르면서 한국내 R&D센터 설립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해외 수출부문이 비약적으로 증가,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핵심 R&D부문은 국내에 유지하면서도 현지 시장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중국을 필두로 한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R&D센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우수한 인력이 많고 기술수준이 높은데다 시장상황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어 해외 굴지의 반도체·IT·통신 업체에게 있어서는 R&D 강화를 위한 매력적인 장소”라며 “외국 R&D 거점의 유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결국 이들 기업과 한국기업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국 경쟁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중국 등 해외 R&D 기지 확충 작업은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핵심 첨단기술의 R&D 허브역할이 국내 본사에서 해외로 이전되는 개념은 전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해외업체, 한국행 ‘러시’

업계에 따르면 AMD와 후지쓰의 플래시 메모리부문 합작 자회사인 스팬션(Spansion LLC)은 최근 서울, 프랑스, 독일 등 3곳에 시스템 엔지니어링센터 설립을 완료, 글로벌 R&D 시스템 구축작업을 일단락했다.

스팬션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서울센터는 휴대폰 제조전문업체 및 휴대폰 개발전문업체들을 위해 플래시 메모리 관련 각종 시스템 성능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스팬션측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이 있는 곳인데다 휴대폰 부문에서도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장 상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내 R&D 거점 확보는 스팬션의 R&D 역량 강화에 있어 전략적으로 필수적”이라며 “아태지역 고객과 파트너사에게도 보다 앞선 기술 및 솔루션을 용이하고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R&D부문 한국 진출 취지를 밝혔다

통신·전자·생명과학·화학부문 다국적 기업인 애질런트테크놀로지의 에드워드 반홀트 회장은 지난달 2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한국내 R&D센터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센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제품개발·기술지원 등 핵심역할을 맡게 된다.이 회사는 이와 별도로 광주광역시에 고휘도(High Brightness)의 발광다이오드(LED)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EMC, 노텔네트웍스, 퀄컴 등 IT 업체들도 한국내 R&D센터 건립을 놓고 한국 정부와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앞서 IBM, 인텔, 프라운 호퍼 등이 올 상반기 한국내에 R&D센터를 설립했으며 지난달에는 HP가 여의도에서 ‘KDC(Korea Develop-ment Center)’를 개소, 향후 5년간 4천만달러 이상을 투입해 유비쿼터스를 기초로 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키로 한데 이어 듀폰도 한국과학기술원(KIST)내 한국기술연구소를 세웠다.

이어 독일의 전기, 전자 솔루션 업체인 지멘스는 1억1천만달러를 투자, 경기도 판교에 메디칼 R&D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MOU를 산자부, 경기도와 체결했다.

국내업체, 글로벌 R&D 거점확보

삼성전자는 지난 8월께 중국 난징에 TV, 비디오 등 디지털 미디어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연구하는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개소했다.앞서 지난해말 중국 쑤저우에 메모리패키지 개발과 관련, 조립·테스트 등 후공정을 담당하는 반도체 연구소가, 올초에는 항저우에 시스템 LSI 연구소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우수 IT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인도에 디지털 TV 연구소인 ‘삼성 인도 소프트웨어센터’도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현지에서 요구하는 기술 및 시스템을 개발, 단시간에 지원하는 `밀착형’ R&D 체제를 통해 글로벌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생산공장 등과의 연계성을 높여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기도 국내 R&D 인력에만 의존할 경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중국 현지에 RF(무선고주파) 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종합 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내 R&D 거점 확보 작업도 적극 검토중이다.

LG전자는 미국법인을 3,4세대 휴대폰 시장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계획하에 샌디에이고 연구소를 차세대 휴대폰 부문 R&D센터로 집중 육성키로 하고 R&D인력을 현재 20∼30명선에서 내년 200명으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6개 지역에 R&D 거점을 갖고 있다.

한편 지난달말 중국 지주회사인 ‘SK 중국투자유한공사’를 설립한 SK㈜도 아스팔트 사업 부문에서 현지 R&D, 생산, 물류를 포괄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구본혁 기자nbgkoo@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