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CEO포럼]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한반도 원자력기술과 한국경제
과학CEO포럼(회장 정근모 과학기술한림원장)은 지난달 24일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초청 '한반도 원자력기술과 한국경제'란 주제로 월례조찬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장인순 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원자력 기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핵연료 설계 가공기술의 국산화 수준을 제시했으며 한국 표준형 원전건설과 핵연료 국산화가 가져올 수입대체 효과와 이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기대효과 등을 설명했다. 이번 포럼에는 정근모 회장을 비롯, 과학기술 관련 정·관·연구계 인사 및 기업인이 대거 참석, 북핵문제와 관련된 한반도 원자력 기술수준에 따른 대외적인 파장 등도 논의됐다

원자력은 최소의 천연자원을 활용하는 초고밀도의 에너지원으로 대량의 경제적 에너지 생산에 적합하다. 원자력발전 연료인 우라늄 1그램은 석유 9드럼, 석탄 3톤에 상당하는 에너지량을 보유하며 연료를 재 순환하여 사용할 경우 연료이용 효율을 70배 이상 제고 가능하다. 또한 원자력은 최소량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청정에너지이다. 1,000MWe급 발전소를 1년 운전하면 원전은 약 150드럼 내외의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발생하나, 환경오염 가스의 발생이 전혀 없는데 비해, 화석연료는 수만에서 수백만 톤의 환경오염 물질 배출한다. 프랑스의 경우 과거 30여 년에 걸친 원자력발전의 과감한 도입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80%이상 감소했다. 원자력은 두뇌집약적인 하이테크 에너지이다. 원자력기술은 종합과학기술이며, 에너지생산비중 연료비의 비중이 5%내외로 기술 자립시 준국산 에너지로서 활용 가능한게 특징이다.

미국의 공학아카데미(NAE, 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는 20세기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학기술 20가지를 선정 발표했다. 여기에는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라디오, 우주선 등과 함께 전기와 원자력이 포함된다.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20세기 공학기술의 집결체로서 20세기 에너지시대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말할수 있다.

에너지와 국가 경제
에너지자원은 식량 및 수자원과 더불어 국가를 지탱하는 3대 생존 요소의 하나이다. 한 국가의 진정한 독립은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을 때에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국제분쟁의 한 원인은 에너지 확보 문제이며 자원 부존지역의 편재성, 부존량의 유한성, 생산의 비탄력성 등 화석에너지는 본질적인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은 현 석유수입량의 불과 1/100인 연간 400만톤의 석유자원 확보책 봉쇄로 1941년 대미 선전포고(제2차 세계대전)를 했다. 특히 21세기 고학력, 고령화, 정보화 사회로 진행됨에 따라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온실가스 등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국가 경제발전과 국민생활수준 향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느냐는 향후 국가 생존 문제와 직결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부존자원이 거의 없으며,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급격하게 증가하여 2002년의 에너지소비량이 199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량 세계 10위, 석유소비량 세계 6위이다. 국내의 태양열, 풍력 등 대체에너지도 실용성이나 경제성에서 제한적이다. 풍력이나 태양열로 원자력에너지를 대체할 경우, 풍력은 서울과 부산광역시를 합친 면적, 태양열은 광주광역시 면적이 소요된다.

에너지 소비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구조에서 유가1불 상승은 무역수지 11억불의 악화요인 발생한다. 특히, 1988년부터 IMF체제를 맞이한 1997년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와 농수산물 수입액은 각각 약 1,520억불과 810억불이었는데 반해, 이 기간동안 무역적자액은 약 440억불이었다. 2002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원전 18기에서 1,191억kWh를 생산(전체 발전량의 약39%)하여 고유가시대의 외화 유출 방지에 기여했다. 핵연료 비용은 4억불이 소요되나, 이를 LNG로 발전할 경우에 약 80억불이 필요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원자력은 기술 및 경제성이 입증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국내자립을 통해 대규모인 동시에 저렴한 전력공급원이 되고 있다. 전기요금이 변화하여 1982년부터 2002년까지 5.74%만 인상되고 같은 기간의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은 147%에 이르렀다. 이는 원자력발전이 주 요인으로 1982년 원자력발전 비중이 8.8%에서 2002년은 39%로 증가한 것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선진국은 지구온실가스 감축의 구체적인 목표량에 합의했다(평균 1990년 배출량의 -5.2% 감축). 제9차 당사국 총회(COP-9) (‘03년 1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러시아의 비준 지연으로 교토의정서의 발효가 지연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구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지속되고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해 탄소 배출권 거래 및 탄소세 등의 시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대용량 발전방식인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감축 의무 부과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2001년 기준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8%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1억3천1백만 탄소ㆍ톤에서 약 1억5천5백만 탄소ㆍ톤으로 증가한 규모다.

제1차 장기 전력 수급계획(02년)에 따라 2004년 이후 도입 예정된 11기의 원전의 건설이 중단될 경우 2015년까지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력부문에서 15% 증가된다. 이 경우, 2015년의 전력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4천8백만 탄소ㆍ톤에서 6천5백만 탄소ㆍ톤으로 37% 증가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부문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에 해당되는 규모다.

세계의 원자력개발 움직임
세계는 21세기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에너지시스템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원자력시스템의 개발을 위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여러나라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OECD/IEA 및 OECD/NEA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노력을 경주하고있다.

미국은 NERI(Nuclear Energy Research Initiative)프로그램을 시작으로 21세기 원자력기술 주도권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요청으로, 1997년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위원회가 21세기 미국의 에너지 안보 및 환경 수요를 충족할 국가 에너지 및 환경 기술개발 현황을 검토하고, 같은 해 11월 원자력의 이용확대를 위한 집중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대통령에게 권고함으로써 시작됐다. 원자력발전의 안정성, 핵비확산성 및 경제성의 제고에 중점을 두고 정부(미국 에너지부)가 주도하고 국립연구소, 원자력산업계 및 대학 등에서 참여하는 국가적 프로그램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원자력에너지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Generation IV Nuclear Reactor System)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과 Euratom이 참여하는 국제공동 프로그램(GIF)도 동시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은 21세기 유럽에서의 원자력발전 시장을 겨냥하여 유럽형 경수로(EPR)를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내의 15개 원자력 산업체들은 공동으로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원자력발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MICA (Michelangelo Initiative Concerted Action) 프로그램을 추진하고있다.

일본은 원자력 연구, 개발 및 이용에 관한 장기계획을 2000년 말에 개정하여 21세기 사회 및 환경과 적합성을 가지는 원자력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FR(Fast Reactor) Cycle System 개발을 본격 진행하고있다.



2020년 원전수요 지금의 3배
이와 함께, 러시아는 원자력부(MINA-TOM)에서 “Strategy of Nu-clear Power Development in Russia in the First Half of the 21st Century”(2000년 5월)라는 원자력정책을 발표하고 2020년경 원자력수요가 3배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여 원자력발전설비를 52.6 GWe (2003년 말 현재 20.8GWe)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INPRO 프로젝트는 1999년 총회의 결의에 따라 미래 원자력기술 개발에 관한 사업인 INPRO(Inter-national Project on Innovative Nuclear Reactors and Fuel Cycle)을 2000년 1월 착수했다. OECD/IEA에서는 IAEA와 OECD/NEA와 공동으로 미래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3개 기관 공동 프로젝트인 “Three Agency Study”를 1998년부터 수행하여 2002년 제1단계 보고서를 발간했다.

세계의 주요 원자력 관련 산업체들은 21세기 원자력시장에 대비하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 통합, 전략적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의 원전설계 및 설비공급회사인 Framatome사와 독일의 거대 원자력산업체인 Siemens사는 두 회사의 원자력 부문을 통합했다. 세계 경수로 핵연료 시장의 41%, 매출액 31억불 예상된다. 영국의 국영 원자력산업체인 BNFL사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의 원자력부문을 합병하여 다국적 기업화했다. 프랑스는“CEA Industry + COGEMA + Framatome ANP + FCI”로 구성된 세계 최대규모의 원자력그룹 AREVA를 설립(01년 9월)했다. 종업원수 45,000명, 연간 매출 100억 유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원자력 이용개발
원자력발전소의 국산화율은 한국표준형 원전인 영광 5, 6호기 기준으로 85.7% 수준이다. 원자력발전 분야 기술 자립율은 95% 이상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국산화율은 기자재의 경우 약 79%, 설계엔지니어링 95%, 건설시공 100%로 평균 85.7% 수준이다.

석유 및 석탄 화력은 높은 국산화율을 보이나 LNG 화력은 매우 낮다. 중유발전의 경우 99.5%, 석탄 화력의 경우 약 90% 정도며 LNG복합 화력의 경우는 아직 국산화율이 4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연료의존도가 적은 원자력발전을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ㆍ건설함으로써 준국산 에너지화 달성할 수 있다. 원자력의 연료비 비중은 약 5%인 반면 석유는 약 70%이다. 국내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반영한 표준화된 고유설계 개선사항이 1,000여건에 이르고, 첨단기술의 최대한 적용 및 관련기술의 내재화 성공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의 체격을 고려한 인간공학을 적용함으로써, 원전 운전 및 보수유지의 효율성 극대화했다. 원전 설계에서부터 건설ㆍ시공에 이르는 전 공정의 국내 수행 및 품질보증으로 건설, 전기, 전자, 토목, 화학 등 관련 산업의 발전 및 고용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연료 설계ㆍ가공 기술의 국산화로 국내 원전 소요 전량 공급 및 해외수출기반 확립했다. 핵연료 수입대체 효과로 경수로용 핵연료 연간 약 725억원, 중수로용 핵연료는 연간 약 160억원 정도. 국산화에 따른 고용효과 연간 500∼6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북한 경수로공급사업 (KEDO프로젝트)을 주도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국내 원자력기술 수준의 우수성을 확인하게 되어 세계 진출의 기반확립과 남북 교류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경제 발전과 원자력
원자력 발전 기술 자립과 기자재 국산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하여 직접. 간접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산업규모는 10조 2천억원(GDP 2% 수준, 2002년)이다. 방사선 및 RI 경제기여 효과는 10조원(GDP의 2.2%, 1998년 평가)이다. 원자력발전을 통한 안정된 전기요금으로 수출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 1982년-2002년 전기요금 인상율 5.74%(반면 동기간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율은 147%)이다.

100만kW 원자력발전소 1기당 외화유출은 6,500억원을 절감한다. 년간 석유 140 만톤의 에너지수입 대체를 하며 년간 600 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및 환경오염 완화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8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고, 2002년 1,191억kWh의 전기를 생산하였으며 낮은 연료비용으로 외화유출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연간 연료비(농축우라늄)는 4억불달러다. 이것을 LNG로 발전할 경우 약 80억달러의 외화유출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첨단방사선이용연구센터는 2005년까지 설립 예정이다. 방사선 이용 기술 개발의 국가 중점연구기관으로 육성하고 산ㆍ학ㆍ연 협동연구체제 구축 및 방사선 이용 벤처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주요시설로는 감마선 조사시설(고준위 100만 Ci, 저준위 1만 Ci). 전자선 조사시설 (10 MeV급), 이온빔 조사시설, 시험농장 및 감마필드 및 방사선조사시험시설(RITF) 등이다.

후손을 위한 원자력기술자립
20세기는 물질적 풍요를 위한 대량 소비, 대량 폐기의 시대였고, 21세기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조화의 시대이다. 20세기 자원과 자본 부국에서 21세기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와 번영의 원천이 이동하고있다.

우리의 후손이 미래에도 이 땅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에너지 자립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환경이 잘 보존된 금수강산과 원자력기술자립인 것이다.

**정리=한수진 기자popsci@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