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잠수부들이 구하려는 건 우주비행사들이 아니라 낙하산이다. 밸러스트 외에 아무것도 없는 텅빈 캡슐은 외관은 비슷하지만 사실상 전혀 새로운 우주선 디자인을 테스트하기 위해 제작된 모형이다. 잠수부들은 낙하산이 물에 잠기기 전에 서둘러 건져내려 하고 있다. 그래야 다음번 테스트에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캡슐도 화물용 헬리콥터에 의해 회수된 뒤 다시 사용된다. 이 우주 비행의 예산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8월 3일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에서 트랜스포매셔널 스페이스 코포레이션, 혹은 티스페이스라는 한 회사가 수행한 이 실험은 NASA에 전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이 기관의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NASA의 계획보다 더 빨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 궤도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NASA는 디스커버리호의 외부 연료 탱크로부터 발포 단열재가 날아가는 사고가 발생하자 7월에 우주왕복선의 발사를 취소했다. NASA는 올해 디스커버리호의 발사로 콜럼비아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의기양양하게 비행을 재개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발사로 우주왕복선의 수많은 설계상 결함과 이들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NASA의 무능력만 더욱 부각되었다.
우주왕복선이 언제 다시 발사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NASA는 궁극적으로 우주왕복선을 승무원 탐사기(CEV)라는 수십억 달러짜리 우주선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 우주선은 우주왕복선의 목적지인 지구 저궤도는 물론 달까지도 비행할 것이다. 하지만 이 우주선은 2011년에야 완성되는데 NASA에서 노화되는 우주왕복선에 계속 돈을 쏟아붓고 있어 이 우주선 제작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우주 관광 비행을
목표로 할 것이다.
NASA에 필요한 것은 이 기관이 과거에는 보유한 적이 없던 실속형 우주선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이 우주선은 우주왕복선의 주요 장치가 개발 또는 가동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 대신 투입되어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의 비행이나 다른 저궤도 임무 수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이런 전략을 추진해 온 티스페이스사는 올 여름 디스커버리호의 임무 수행에 문제가 생기고 유인 우주선에 모든 것을 쏟아붓던 NASA의 종전 접근 방식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기면서 우주왕복선을 대체할 단기 후보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봄 티스페이스사는 최근에 등장한 여러 계획들 중 하나인 저렴한 우주 비행을 목표로 두 남자가 만든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설립자인 데이빗 검프와 개리 허드슨의 접근 방법은 이들의 기술과 더불어 차이가 있었다. 이들은 NASA에게 혁신적인 제안을 했다: 차세대 우주선에 연구에 대해 형식적으로 체결하는 계약을 이용해 실제로 자동하는 우주선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검프는 제대로 작동하는 우주선 개발이 진행되면 추가로 자금이 지원되어 개발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말도 안 돼.” 검프가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내자 허드슨이 이렇게 말했다.
“NASA가 우리와 계약을 할 리가 없어.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NASA와 일하는 건 끔찍한 일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프는 사면초가에 처한 NASA에 변화의 기류가 있음을 알아챘다. 소수의 대형 항공사들이 개발한 기술이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에도 기술 개발 대가로 이들에게 대규모의 “비용 외 이익”을 안겨주는 기존의 NASA 계약 방식이 바뀔 조짐을 보이자 검프는 자신과 허드슨에게 기회가 왔음을 알아챘다.
두 사람 모두 우주 분야 창업 베테랑들이었다: 허드슨은 1,130만 달러짜리 국방성 계약을 따내 로켓을 개발하는 에어런치사를 운영중이었고, 검프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최초의 라디오 쉑용 TV 스팟 광고 촬영을 중개한 루나 코프사의 대표였다. 이들은 뛰어난 제안서 작성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허드슨은 여전히 NASA와의 계약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사실 그는 애초에 티스페이스라는 회사를 세우지 않은 채 제안서만 보내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었다.
그는 NASA 탐사 시스템 개발국 조달부 부서장인 마이클 렘벡에게 의존하지 않았다.
개발국에서는 ISS 유지와 달로의 복귀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렘벡과 그의 동료들은 기존의 대형 항공업체 계약자들과 더불어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가들과 일을 시작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티스페이스사는 이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그와 탐사시스템 수석 엔지니어인 게리 라일즈는 허드슨과 검프의 제안서를 개발국 책임자인 크레이그 스테이들에게 곧바로 보내 300만 달러짜리 초기 연구와 나중에 승인된 추가 300만 달러짜리 연구 옵션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탐사 시스템국에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던 중이어서 티스페이스사의 아이디어를 통해 이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연구를 하도록 했습니다.”라고 렘벡이 말한다.
티스페이스사가 초기 자금 600만 달러로 제작한 우주선의 일부 모형은 지난 봄 워싱턴 디씨의 한 전시장을 가득 메웠는데, 이곳에서는 민간 및 공공부문의 과학자와 기술자, 기업가들이 모여 국제 우주 개발 컨퍼런스를 개최했었다. 이 회사가 제안한 CXV라는 승무원 이송기의 실물 크기 모형이 방안을 가득 메운 채 책 판매상과 우주 예술가, 다른 전시자들로 북적였다. 참석자들은 뒤쪽 입구로 승선한 다음 전직 NASA 우주비행사인 짐 보스의 안내로 우주선 내부를 둘러보았다. 현재 티스페이스사의 기술 부장인 보스는 우주왕복선으로 다섯 차례 비행을 했고, ISS에서 5.5개월간 체류했으며, 항공우주공학 학위가 2개이다. 콜럼비아호 참사 이후 NASA가 이용한 러시아제 우주왕복선 캡슐 소유즈호 조종과 우주정거장 시스템에 관한 경험 덕분에 그는 CXV 제작을 총괄하는 적임자가 되었다.
CXV는 승무원용 캡슐, 프로판과 액화 산소로 추진되는 2단 추력 로켓, 그리고 보잉 747기 크기의 화물기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티스페이스사에서 VLA라고 부르는 이 초대형 화물기는 캡슐과 이에 부착된 로켓을 최고 15,000미터의 발사 고도까지 끌어올린다. 캡슐의 구조재와 VLA는 기업가이자 디자이너인 버트 루탄의 회사 스케일드 컴포지트사에서 제작한다. 이 회사는 작년에 최초의 민간 우주비행사들을 스페이스쉽원에 태워 우주로 보낸 바 있다. 추진 로켓 퀵리치는 허드슨 에어런치사가 국방성을 위해 개발중인 대형 로켓이 사용될 것이다. 이 로켓은 재사용될 부분이 없지만 아무곳이나 편리한 해역에 낙하산으로 안전하게 착륙한 뒤 캡슐은 수거되어 다음 비행에 재사용된다.
CXV에는 1인용 조종실과 최대 세 명의 승무원용이 추가 탑승할 좌석이 있고, 보급품과 장비, 무중력 화장실용 별도의 칸막이도 있다.
보스와 오번 대학교 공학도들이 디자인한 혁신적인 섬유질 좌석은 최대 8G의 하중까지 지탱할 수 있고 그물침대만큼이나 편안하며 우주선이 궤도에 진입한 후 쉽게 끌어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 좌석의 또다른 특징은 180도 회전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캡슐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거나 재진입할 때 현대화된 세라믹/실리콘 타일 열 방지 시스템을 이용해 앞부분이 먼저 대기권에 닿기 때문이다. 회전식 좌석은 궤도를 벗어나거나 재진입할 때 승무원들이 가슴에 작용하는 관성력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검프는 컨퍼런스에 직접 참가해 이 기술을 선보이고 자신의 독특한 개발 전략을 설명했다. “우리가 NASA에 제안하는 것은 미국의 차세대 우주선을 개발하는 대형 우주항공업체들의 노력에 약간 일조하자는 겁니다”라고 검프가 말한다. 즉, CEV를 개발할 간략한 예비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6~12개월마다 우리는 일련의 새로운 장비들을 개발해왔습니다. NASA에서는 ‘약속했던 것들을 수행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NASA는 우리와 대형 계약은 하려하지 않았습니다.” 대형 우주항공업체들의 차세대 CEV 개발은 록히드 마틴이나 노스롭 그루먼과 보잉으로 구성된 팀이 주도하기 때문에 NASA로부터 이런 요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티스페이스사는 NASA의 주요 우주선 발사 시스템 개발 계약을 따기 위해 이 회사들과 경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이 회사는 예비용 우주선을 더 단기간에,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것이다. “우리는 우주왕복선 대체물 개발업체가 아닙니다.”라고 검프가 말한다. “우리가 개발하는 것은 소유즈 대체품으로, 우주왕복선처럼 자체 추진력을 가진 우주정거장보다는 사람들을 궤도로 왕복해 실어나를 간단한 우주선입니다.”
6월에 캘리포니아 모자브 사막 위에서 연속 3회에 걸친 시험 비행을 통해 CXV의 단계별 발사 절차의 주요 요소들이 검토되었다. 스케일드 컴포지트사의 조종사인 척 콜맨은 루탄이 디자인한 프로테우스라는 연구용 제트기를 몰고 23퍼센트로 축소된 캡슐과 배 밑에 걸린 추력 엔진 모형을 달고 발사고도까지 상승했다. 연결을 해제하자 이 모형은 보조낙하산을 펴고 떨어지는 동안 꼬리가 지면으로 향하게 기울어졌다.
보조낙하산 덕분에 모형의 수직 방향 회전이 줄어들어 떨어지는 동안 꼬리가 먼저 아래쪽을 향한 채 똑바른 자세를 취했다. 실제 CXV는 이 시점에서 첫 단계 엔진에 점화를 해 대기권 상층부를 뚫고 운반기를 뒤따라 우주로 진입한다. 모형이 계획대로 수직으로 추락해 사막 바닥에 부딪치자 먼지가 풀썩 인다. 하지만 전직 해병대 시험 비행 조종사인 티스페이스사의 엔지니어 마티 사리굴 클링의 주도로 개발된 새로운 방식의 우주선 공중 발사의 가능성이 입증되었다.
기존의 공중 발사에서는 로켓이 모선으로부터 분리되어 수평 상태로 발사된 후 엔진 출력이 높아지면서 위로 향했다. 하지만 발사 하중이 높아 구조물이 더 무거워졌고 날개 때문에 중량이 증가했다. 사리굴 클링의 트라페즈 랜야드 에어 드롭 t/LAD는 코 부분이 끈으로 운반기에 고정된 채 모선에 수직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모선으로부터 분리된 후 1초 동안 공중곡예를 하듯 작동한다. “전 당신이 추력 로켓을 모선에 매단 채 우주에서 90도 회전을 할 수 있게 해서 깜짝 놀랐어요.”라고 시험 비행 후에 콜맨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 로켓이 똑바로 선 채 떨어져 나와 전혀 구르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죠. 대단해요. 마치 수직 하강하는 것 같았어요. 전체 시스템이 상당히 안정적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MIT의 항공학 및 우주비행학부에 있는 우주선 시스템 연구소 부소장이자 NASA 우주선 설계 자문인 레이몬드 세드윅은 티스페이스사의 방법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 방식과 간편성을 살린 이 회사의 캡슐 운용법에 동의할 수 밖에 없군요.”라고 그가 말한다. 오래됐지만 훌륭한 스페이스 캡슐들이 1960년대 초 이후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비행을 해왔다. 세드윅은 티스페이스사의 공중 발사 시나리오 덕분에 NASA가 발사 지점을 악천후 영향권 밖으로 이동하거나 보다 이상적인 발사 궤도를 선택할 수 있고, 우주비행사들은 로켓 불발이나 다른 발사상의 문제가 발생할 때 간단히 캡슐을 분리한 후 대기권 재진입시 낙하산으로 착륙하면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을 좋아한다. 대체로 “티스페이스사가 중요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시험 비행이 끝날 무렵 모든 게 예상대로 전개되어 NASA의 관심을 끌지 여부만 판가름나면 될 듯 싶습니다.”라고 세드윅이 말한다.
모든 게 계획대로 전개되도록 하려면 티스페이스사가 이미 잘 처리하고 있는 기술적 과제보다는 NASA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 여름 공식적인 발표없이 NASA가 혁신 조달이라는 탐사 시스템 내에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신설하면서 이 회사의 전망이 밝아졌다. 프로그램 이사인 브랜트 스폰버그는 NASA 책임자인 마이클 그리핀으로부터 가급적 새로운 회사들을 현재 진행중인 개발에 투입, NASA의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을 기업들에게 공개해 제대로 작동하는 장비를 정해진 비용으로 제작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설명한다. 티스페이스 같은 회사들이 한 때는 NASA가 소유해 운영하는 우주선의 설계와 제작 계약을 따려고 했었지만 이제는 직접 이 우주선들의 소유와 운영권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가 주요 사안들만 제시하고 다른 업체들이 시연과 시험을 하는 계약을 체결할 생각입니다.”라고 스폰버그가 말한다. “업체가 자체 비용으로 시험을 해야 하지만 시험에 성공할 경우 각 사안별로 대가를 지급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