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틀 굴착의 도전

지구 심장부로의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봄직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구의 암반투성이 지각(地殼)을 고작 7.5마일 깊이만큼 뚫어봤을 뿐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더 뚫어야 할 깊이가 3,962마일 가량 더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신형 연구용 굴착기 ‘치큐(Chikyu)’가 개발되면서 지구의 핵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한 깊이까지 굴착할 수 있게 됐다. 이 장비는 오는 2007년 말 일본 서남해안에서의 굴착작업에 첫 투입될 예정이다.

무게 57,500톤의 치큐에는 4마일 두께의 지각을 뚫고 그 아래 위치한 반(半)용해 상태의 맨틀에 도달토록 고안된 5.9마일 길이의 드릴이 장착된다. 학계에서는 이 정도 깊이의 맨틀 지점에 도달함으로써 원시 생물체의 흔적과 함께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지구심부탐사센터 타히라 아사히코 소장은 “이런 고대 생물체를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언급했다. 현재 지구심부탐사센터는 21개국의 참여 하에 5억4천만 달러 상당의 선박을 거느린 ‘통합 해양 굴착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다.

드릴 구조 드릴 파이프에 점토 광물질, 점성(粘性) 고분자, 해수로 구성된 인공 진흙을 집어넣는다. 이 “진흙”이 드릴의 끝 날을 통해 쏟아져 나오면서 노즐에 윤활제 역할을 함으로써 암석에 부딪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진흙과 잔해는 천공을 통해 다시 올라오면서 천공 벽면의 코팅제 역할을 함으로써 벽면이 붕괴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라이저 파이프 굴착작업은 지각 두께가 가장 얇은 태평양에서 착수될 예정이다. 우선 1.6마일 길이의 강철 소재 공관(空管), 일명 '라이저(riser)'를 해저에 설치한 6층짜리 압력조절 시스템에 장착한다. 이 시스템은 석유나 가스 폭발로부터 선박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폭발 방지 장치 라이저에 드릴을 끼운다. 해저면에 닿은 드릴의 끝 날이 시속 50피트 속도로 굴착을 시작하면서 깊이 별로 30피트의 코어샘플을 채취해낸다. 이 샘플들은 선상에서의 분석작업을 위해 윈치에 의해 수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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