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일본의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로봇에 관한 연구가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이런 열기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본 것 중 가장 정교한 로봇은 혼다에서 한시적으로 선보인 춤추는 로봇 아시모였다. 분명 인상적이긴 했지만 일꾼 로봇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일본 아이치에서 개최된 2005년도 세계 박람회의 로봇 프로젝트를 보러 갔다가 눈이 번쩍 띄였다.
박람회측은 세계 최대 규모로 실험적 로봇과 현재 활용되고 있는 로봇들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했다. 필자는 헤엄치는 뱀과 양손잡이 거미 로봇들을 비롯해 몇 가지 최첨단 원형 로봇들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구경이 지루하기는 커녕 머지않은 미래에 인조인간이 등장하리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박람회 관람기 |
오전 10시 52분 ① 액트로이드, 나긋나긋한 안내원
처음 만난 로봇은 여성 로봇인 액트로이드였는데 소녀같은 모습의 인조인간
몸을 한 안내소 로봇이었다. 하지만 안내하는 게 미덥지 않아 외모 치장에만
너무 신경을 쓴 게 아닌가 싶었다. 박람회장에서 다른 로봇들이 어디 있는지 묻자 요염하게 알몸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집사람이 재빨리 거절했다.
액트로이드는 질문을 처리할 때 머리와 눈동자들이 다소 떨리는 경향이 있어
레드 불에 등장하는 미친 로봇처럼 보였다.
오전 11시 30분 ② 앨속, 물감 탄환을 장전한 경비원
간이 식당 근처에서 한 떼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서도 앨속은 친절해 보였다. 앨속의 배에는 LCD 터치 패널이 달린 회전식 정보단말기가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박람회 도우미 한 명이 서성대며 조종장치를 꽉 쥔 채 커다랗고 빨간 정지 버튼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얼핏 보니 앨속은 자극을 받아 경비 모드로 전환되면 180도 달라져 몸통을 돌리며 물감 총알들을 발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로봇이 냉정함을 유지해 손님들에게 물감으로 “표시”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박람회 관리에는 만전을 기한 것 같다.
오전 11시 42분 ③ 무지로, 복수의 딱정벌레 로봇
이 로봇의 시연 과정을 보고 있자니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했다. 보통 때는 조용하고 너그러운 모습인 무지로는 지시를 받을 경우 등껍질을 펼치고 7개의 관절로 된 두 개의 길쭉한 팔을 뻗어 수상한 물체들을 제거하는 듯 싶은데, 그 외에 어떤 것들을 잡을 수 있는지 다가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 로봇은 한때 인기있던 일본의 TV 드라마에서 큰 밀짚모자를 쓴 채 복수를 하는 가상 인물인 모방해 디자인했지만 실제로는 화가 난 대형 딱정벌레처럼 보인다. 무지로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후 12시 16분 ④ 와카마루, 답변 로봇
박람회를 빠져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이 꼬마 로봇은 그야말로 매력덩어리였다. 키가 90cm를 조금 넘는 와카마루는 얼굴 및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해 몸을 돌려 어떤 질문에든 인터넷에서 찾은 실시간 자료로 대답을 한다. 다른 로봇들이 어디 있는지 질문을 받자 액트로이드처럼 치마 밑에 뭐가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하는 대신 와카마루는 정중하게 원형 로봇 갤러리쪽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발견한 로봇들은
다음 페이지에 있다.
원형 갤러리 |
Papero |
용도 아이의 좋은 새 친구 특수 기능 1997년 이후 제품들의 경우 파페로는 최대 10가지 얼굴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으며 8개의 별개 마이크를 이용해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음성들을 인식해 처리할 수 있다. 이 로봇은 노래와 재미있는 퀴즈들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계속 기록을 해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는다. 파페로에는 휴대폰이 내장되어 있어 요청하면 아이 부모에게 전화를 건다. 느낌 응용 동작으로 이 로봇은 동그랗게 몸을 말아 터치 센서들을 머리와 발에 댄 채 춤추고, 낄낄거리기도 하며 토닥거려주면 얼굴도 붉힌다. 아이들은 이걸 좋아하지만 필자는 기르던 개가 그리워졌다. 규격 7kg; 15.2 x 10.3 x 9.8인치 조종 자동 |
ASTERISK |
용도 수색과 구조; 접근이 어려운 수중 보수 특수 기능이 거미 로봇은 앞뒤나 위아래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을 뒤집어 관절 4개로 된 발 여섯 개로 계속 움직일 수 있다. 카메라 6대와 적외선 센서 3대를 장착한 애스터리스크는 네 발로 이동하거나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도 나머지 두 발로 작은 물체를 식별하거나 주울 수 있다. 느낌 이런 로봇들 여러 개가 박람회 전시관 주변을 기어다니는 걸 보자 로봇용 살충제를 뿌리고 싶어졌다. 규격4.4kg; 20.5 x 3인치 조종 리모콘 |
ACM-R5 |
용도 희생자 수색이나 건물 검사를 위해 좁은 장소에 투입 특수 기능 이 거미 로봇은 방수용 몸을 나선형으로 헤엄치듯 움직이며 물속에서 우아하게 움직인다. 머리에 비디오 카메라를 달고 여섯 개의 발끝마다 바퀴를 단 채 ACM-R5는 일상적인 해저 장비 검사는 물론 육상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도 수행한다. 느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기어가는 모습이 진짜 뱀같아서 오싹했다. 규격 8kg; 77.2 x 3.1인치 조종 리모콘 |
M-Tran III |
용도 구조; 시공; 심해나 행성 탐사 특수 기능 M-Tran은 하나의 로봇이라기 보다는 비행중에 네 개짜리나 여섯 개짜리 일꾼 로봇으로부터 기어다니는 뱀이나 구르는 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모듈들의 집합체에 가깝다. 이 모듈들은 액체처럼 모듈들이 서로 한 번에 한 칸씩 타고 넘으며 벽을 오른다.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기계적 결합 방식을 이용해 신속하게 모양을 바꾼다. 현재 이 모듈들은 상호작용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연결이 되야 하지만 향후 버전은 블루투스를 이용해 교신할 것이다. 느낌 감탄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스로 조립되는 나노봇 같았지만 크기가 좀 더 컸다. 규격(각 모듈) 0.5kg; 2.6 x 2.6 x 5.2인치 조종 자동 및 리모콘 |
Wabian-2 |
용도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내 의료기기 테스트하기 특수 기능 웨비안은 우스꽝스러운 춤도 출 수 있다. 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안드로이드는 알루미늄 합금 몸체가 센서들로 덮여 있는데 인간의 보행 장애나 재활 연구를 위한 실험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 관절을 이용해 동작 폭이 넓고 사람처럼 무릎을 벌린 채 걸을 수 있는 웨비안을 보면 무릎을 부벼대며 걷는 다른 로봇들은 노인의 걸음걸이 같아 보인다. 느낌 “로봇다운 일을 하는” 로봇은 다 마음에 든다. 규격; 키 60kg; 55.2인치 조종 리모콘 및 프로그램밍 |
Enryu T-52 |
용도 자동차나 불도저처럼 무거운 물체 밑에 갇힌 사람 구하기 특수 기능 3.3미터가 넘는 높이에 팔을 11미터까지 뻗을 수 있는 이 대형 강철 로봇은 중량급에 속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불도저 바닥 절반에 로봇 몸통을 부착한 것이다. 수압식으로 구동되는 두 팔을 이용해 엔류는 최대 1톤까지 들어 올려 잔해에 갖힌 희생자들을 구해내거나 찌그러진 차를 찢는다. 이 로봇은 몸체를 굽혀 팔 닿는 거리를 늘릴 수도 있고 바위 대신 사람을 잡을 때는 쥐는 힘을 조절할 수도 있다. 느낌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엔류의 시연을 봤을 때 박람회 조직위 측에서 이 로봇이나 오퍼레이터가 무거운 물건 다루는 게 못 미더웠는지 갇힌 자동차에서 강철 빔을 들어올리는 대신 길다란 회색 스티로폼들로부터 희생자들을 구출하게 했다. 규격 10통; 11.3 x 11.5 x 7.9피트 조종 수동(조종실 안에서) 및 원격 조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