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겸허한 자세로 연구에 임해야 할 것… 스스로 공부하는 학풍조성도 필요
“아인슈타인은 특허 심사국에서 사무국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밤마다 틈틈이 연구에 전념, 상대성원리를 증명해 보여 노벨상을 받은 논문을 비롯, 물리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세계적인 3편의 논문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덕용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는 아직도 물리학계의 존경하는 인물로는 아인슈타인 박사를 꼽을 수 있다며 연구비는 물론 직장도 연구환경과는 열악한 상황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그 사람의 과학을 대하는 열정과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과학자들이 알고있는 사실은 우주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항상 겸허한 자세로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과학은 인기투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던 윤 교수는 지난 72년 KIAST 신소재공학과(당시 재료공학과) 최초의 전임교수로 부임, 학과 설립을 주도했으며 지난 33년간 재직하며 박사 43명과 석사 68명 등 모두 111명의 석학을 양성해낸 우리나라 과학계의 거목으로 그의 삶의 일대기를 통한 연구업적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윤 교수님이 과학자의 길을 택하게된 동기와 성장배경을 들려주시지요.
“지난 1940년 평양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바로 전에 월남했다. 부모님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 교편을 잡으시면서 윤 교수는 서울에 혼자 계시던 이모님 슬하에서 자랐으며 부모님은 모두 음악가로서 지금도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1957년 경기고 2년을 마치고 도미, 과학자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미시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 법학을 공부하라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 M.I.T 물리학과로 1958년에 진학했다.
논리적 접근을 통한 문제해결
그 당시 M.I.T.에는 900명 가량 입학했는 데, 대부분 미국과 세계 각지의 고등학교에서 1등과 2등을 차지하는 학생들이었다. 이는 미국 M.I.T대에 입학하는 것이 바로 과학자로 입문하는 것임을 뜻했다.
그 곳은 1학년 때 300명 가량이 낙제학점을 받아 떠났고 600명 가량만 남아서 졸업을 했을 정도로 학업의 강도가 높았다. 그래도 내가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물리학이 재미있었고 논리적으로 접근해 결과를 얻는다는 점에서 내 적성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 유학시절 느꼈던 외국 명문대학의 문화와 국내 대학의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 M.I.T대는 매우 강압적인 분위기를 고수하는 대학으로서 공부도 강제로 시키는 전통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 많은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봤으나 스스로 재미있게 공부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62년 M.I.T.를 졸업하고 하바드대학 대학원에 진학, 재료과학을 중심으로 한 응용물리를 전공으로 선택했을 당시 하바드도 역시 매우 창의적인 수학 분위기를 유도했다. 한마디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지 않을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물리학과 20명 교수 가운데 5명이 노벨상을 받았으며 나머지는 노벨상 후보에 올라 있거나 곧 노벨상 수상을 기다리는 정도의 석학들로 구성돼 있어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를 안할 수 없었다고 본다. 이같은 외국 명문대학의 학업규범을 우리 대학들도 본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귀국 후 연구방향 선회
◎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하게된 동기와 그 후의 국내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1972년 미국 웨인 주립대 재료공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에 당시 창설중인 KAIST 재료공학과 교수로 와달라는 정근모 총장의 권고를 받은게 계기가 됐다. 15년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 과학교육의 산실인 카이스트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하바드 대학시절과 웨인 대학에서는 금속과 산화물 재료에서 고압력 영향에 대한 기초적 연구에 치중했으나 KAIST에 부임한후, 분말야금 분야로 연구방향을 전환했다. 이 때부터 방위산업용 텅스텐 중합금의 국산화를 위한 액상 소결 기구의 기초적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액상 소결 중에 일어나는 입자성장에 대한 논문을 국내 최초로 Metallurgical Transaction과 Acta Metallurgica에 발표했다. 이 논문으로 미국금속학회(AIME)와 IBM 연구소 등에 초청돼 강연하기도 했으며 국내에서는 이 이론이 방위산업용 텅스텐 중합금을 국산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공로로 1990년 국방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단일 연구소가 국내에도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뒤 1997년도까지 한국 분말야금학회 회장, 1998년도까지 KAIST 원장으로 재직했다. 특히 원장 재직시절 연구수준 향상, 학부교육의 강화, 테크노 경영대학원 설립, 부설 고등과학원 설립 등에 치중했다.”
70년간의 과학계 숙제 해결
◎ 교수님의 가장 큰 연구업적으로 알려진 ‘비정상 입자성장의 원리 규명’에 대해 알기 쉽기 설명해주시지요.
“모든 고체 재료는 입자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입자는 미세한 계면을 형성하고 있고 이는 비누방울이 모여있는것 처럼 큰 것만 남고 작은 것들은 소멸하는 비정상적인 입자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이들의 원리를 실험을 통해 증명함으로써 고체들의 원자 움직임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고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입자간의 액상 막이 움직이는 유사한 현상을 발견, 원자들이 입자 내로 확산할 때 생기는 응력이 이러한 계면 이동의 구동력이라는 원리를 실험으로 증명했다고 볼수 있다.”
- 윤덕용 교수의 가장 큰 연구업적으로 알려진 재료계면연구는 미래의 고성능 자동차나 컴퓨터 등 첨단 제품에 필수적인 연구분야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이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이스트의 윤덕용 교수와 그의 연구진은 입자간의 액상 막이 움직이는 유사한 현상을 국내 최초로 발견, 원자들이 입자내로 확살할 때 생기는 응력이 이러한 계면 이동의 구동력이라는 원리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원자확산에 의한 입계면 이동'현상으로 명명된 이 원리는 저장된 핵폐기물의 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하는데에도 활용되는 등 실용적인 문제로 이어지면서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됐다. -
◎ 이같은 연구를 진행하게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1980년대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은 원자 확산이 일어날 때, 입자간의 계면이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실험의 원리는 액상과 고상간의 평형을 이용, 확산하는 큰 원자와 작은 원자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이뤄진다는 사실로 밝혀졌다.
이후 ‘원자확산에 의한 입계면 이동’현상으로 명명된 이 원리는 저장된 핵폐기물의 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되는 등 실용적인 문제로 이어지면서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됐다.
나노 재료 등의 입자성장 제어
이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재료계면의 원자구조와 입자성장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이는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에도 불구, 실제공정에서 중요한 계면 구조와 입자성장의 원리는 규명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와 우리 연구진은 연구 끝에 온도 증가와 조성 변화에 따라 계면의 원자구조가 불규칙하게 되고, 입자성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70년간의 과학계 숙제를 푼 것이다. “
◎ 이 연구성과가 항공기엔진 제작 등 산업현장에서 크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추가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요.
“재료계면 연구는 미래의 고성능 자동차나 컴퓨터 등 첨단 제품에 필수적인 연구분야이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차세대 핵심기술인 나노 재료 등에서 입자성장을 체계적으로 제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미국의 GE는 관련 특허를 항공기 엔진생산에 활용하고 있으며, 포항제철과 한국전력에서도 이 연구결과를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실용화 연구를 의뢰해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재료계면 연구에서 우리 연구진이 세계 학계를 주도하게 됐으며 이 연구결과들은 지질학과 물리학 등 다른 분야로도 파급되고 있다.”
소재분야 단일 연구소 설립 필요성
◎ 우리나라 부품소재분야의 기술수준과 발전방향을 제시 하신다면.
“연구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구를 진행할수 있는 시대가 열려있다. 국내 부품소재 업계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산업분야는 우리나라 무역적자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내수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하루빨리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해 국제시장에 나가는 것만이 살길이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자체적으로 소화가 가능한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관련분야의 연구소도 하나로 통합해 연구활동도 국제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렇다할 연구소가 없으며 각 분야별로 분산돼 있는 것이 약점이다. 하루빨리 금속 세라믹 소재 등을 통합한 재료분야의 단일 연구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 남북 과학기술협력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계획이 있으시면
“사실 평양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쳤다. 퇴임후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남다른 관심을 갖게됐다. 최근엔 북한의 요청으로 연변 과학기술대학이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에 관여하면서 몇 차례 접촉이 있었다.
내 후년쯤 개교를 앞두고 있는 평양과기대는 전산 경영 농업 등을 특화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양과기대가 설립되면 남북과학자들간의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공계가 해야할 일 많아진다
◎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하시고싶은 말씀은.
“역사적으로 볼 때 과학기술이 증가하고 시간에 따라 급격히 변화하면서 과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도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선택의 필요성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이공계가 해야할 일 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론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통해 또 다른 개념과 이론을 만드는 것은 보람있는 일이라 할수 있다. 연구자들은 재미있어야 한다. 어린이 교육이 호기심에서 출발하듯이 연구자들도 의문점을 해결하며 이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나타날 수 있을 때 개인적으로도 보람있는 삶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수진 기자 popsci@sed.co.kr
윤덕용 교수 프로필
학력_ 1958.9.7∼1962.6.23 미국 M.I.T. 물리학 학사|1962.9.10~1967.8.25 미국 Harvard Univ.응용물리학(재료공학) 박사.
경력_ 1967.9.1∼1970.8.31 미국Illinois Univ.재료연구소 Post-Doc|1970.9.1∼1971.12.31미국 Wayne주립대 재료공학과 조교수|1972.1.1∼2002.8.31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 교수|1977.9.1∼1978.8.31 독일 Max-Planck 금속연구소 초빙연구원|1981.12.31∼1982.5.31 한국과학재단 사무총장|1991.3.1∼1995.6.8 재료계면공학연구센터소장|1995.6.9∼1998.6.8 한국과학기술원장|1996.1.1∼1997.12.31 한국분말야금학회장|2002.9.1∼2005.2.28 한국과학기술원석좌교수|2003.3.19∼현재 포항공과대학교 법인이사|2005.3.1∼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명예 교수 |2005.4.1∼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상훈_ 1990.12.27 연구개발상(과학기술처)|1998. 국민훈장 동백장|1995.6.20호암상(공학)|2004.4.20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05.2.28 옥조근정훈장.
윤덕용 교수 연구업적 |
미국에서 재료의 상변태와 원자이동에 관한 기초연구를 했다. 1972년 한국과학기술원(당시 한국과학원)에 부임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시작단계에 있었던 분말야금 연구를 착수하여, 이 분야 기술의 파급에 기여했다. 특히 방위산업용 텅스텐 중합금 생산과 성능 향상에 기여했고, 기공소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액상소결 이론을 제시하고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또한 1978년 독일 Max Planck 연구소에서 연구연가중 다결정체에서 원자의 확산에 의해서 계면이 움직이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 현상은 당시 물리야금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KAIST 연구진은 그 구동력이 용질원자의 확산에서 생기는 정합변형 에너지 (coherency strain energy)임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 정립된 이론은 분말의 소결, 용접, 불연속석출, 전자세라믹, 핵 폐기물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윤교수 연구진은 다결정체의 비정상 입자성장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많은 재료에서 오래전부터 이 현상이 관찰되었으나, 그 원리가 밝혀지지 못하고 있었다. 윤교수는 입계, 또는 입자-액상의 계면이 규칙적인 원자구조를 가져 평평한 모양이면, 2차원의 step이 움직여 비정상입자성장이 일어나고, 온도가 높아지거나 조성의 변화가 일어나면 입계나 계면의 조직이 불규칙하게되어 모양이 둥글게 되면서 정상성장이 일어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윤교수 연구진은 여러금속과 세라믹 재료에서 이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 새로운 입자성장 이론은 항공기 엔진 합금의 열처리와 세라믹 단결정 성장 등 재료가공에 응용되고 있다. 특히 세라믹 학계에서 중요한 미해결과제로 남아있던 alumina의 입자성장에서 MgO 첨가 효과의 원리가 밝혀지게 됐다. 이외에도 다이아몬드 박막, 산화물 초전도체, 내열합금, massive 상변태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모든 연구결과들은 국제학술지에 약 140여편의 논문으로 발표했고, Acta Metallurgica와 Metallurgical Transaction(미국금속학회)에는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Annual Review of Materials Science(1989)와 International Materials Review(1995)에 초청 review논문을 발표했고, Gordon Conference 등 국제학회와 국내 외 대학 및 연구소에서 수차례 초청강연 했다. Zeitschrift fur Metallkunde(독일 금속-재료학회)의 2005년 2월호는 윤교수의 퇴임을 기념하는 논문들을 모아 발간됐다. 한수진 기자 popsci@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