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무기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려워할 만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미국의 도심에 테러분자들이 천연두 바이러스를 퍼뜨려 질병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간다는 상황 정도가 아닐까?
오늘날 천연두는 치료 불가능한 질병일 뿐 아니라 백신조차 없는 상태이므로 최초의 접촉자나 기타 구급인력의 경우 특히나 취약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최근 새로 발명된 장비로 인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샌디에고 소재의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인 이쓸론 메디컬(Aethlon Medical)에서는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해주는 휴대용 장비를 개발 중에 있다. 일명 헤모퓨리파이어(Hemopurifier)로 알려진 이 장비는 천연두뿐 아니라 마르부르크, 에볼라 등의 기타 각종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헤모퓨리파이어는 줄어든 투석 카트리지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크기가 밀대만 하며 신장 기능이 정지된 환자들의 혈액을 정제해주는 기능을 한다. 헤모퓨리파이어나 투석 카트리지 모두 필터를 통해 혈액의 독소를 제거해낸다.
하지만 여느 투석장치와 달리 헤모퓨리파이어는 시아노비린 같은 식물성 항체를 함유하고 있다. 이들 항체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혈류에서 이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식물성 제재를 적절히 변형시키면 유전자 조작 병원균도 제거해낼 수 있다.
이쓸론 사에서는 2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는 길이 1피트, 너비 1인치로 병원에서 사용토록 제작된 제품이며 다른 하나는 커다란 펜 크기만 한 제품으로 현장에서 사용되도록 고안됐다. 두 모델 모두 펌프에 연결해 사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휴대용 제품의 경우 펌프 없이도 사용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심장은 혈액이 필터를 거치도록 밀어내는 엔진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그림 참조].
이쓸론 사는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의 혈액에 대한 세포 배양실험을 위해 몇 개의 헤포퓨리파이어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보냈다.
헤로퓨리파이어는 비록 유망하긴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몇 가지 남아있다. 그 중 가장 큰 난관은 다름 아닌 인체실험의 성공적 완료다.
혈액에서의 바이러스 제거 원리
1. 감염된 혈액이 동맥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헤모퓨리파이어로 흘러 들어간다.
2. 독소 필터가 여과기처럼 기능해 작은 바이러스는 통과시키지만 큰 적혈구나 백혈구는 차단한다. 이 필터는 폴리설폰(polysulfone)이라 불리는 생체 친화적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되며 식물에서 추출된 특수 항체로 코팅 처리된다. 이 항체들은 병원균에 달라붙음으로써 병원균이 혈류로 재진입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3. 정제된 혈액은 또 다른 동맥에 삽입된 두 번째 튜브를 통해 체내로 다시 흘러든다. 인체에는 보통 약 5리터 상당의 혈액이 흐르고 있다. 이와 같은 혈액 전부가 약 12분 만에 헤모퓨리파이어를 통해 흐를 수 있다. 모든 독소가 제거되기까지 이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는데 대체로 몇 시간쯤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