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너도나도' 기업설립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7개~10개사 앞다퉈 추진… '급물살' 예고 성장 지원책 등 미비로 전시행정에 그칠까 우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정부 출연연의 연구소 기업 설립이 최근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성장 지원책 등이 미비한 상태로 전시행정에 그칠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덕특구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중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 ETRI 등이 12월초에 연구소기업을 설립키로 한데이어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도 내년초 설립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대덕특구내 연구소기업이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7개~10개사가 설립되는 등 급 물살을 탈 전망이다.


올 3월 첫 기업설립

연구소기업은 정부 출연연들의 기술개발 성과를 상업적으로 활용한다는 목표아래 과학기술부가 적극 추진중인 사업 모델로 이미 수년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실제 연구소기업은 한국원자력연구소와 한국콜마가 공동으로 올 3월에 설립한 ‘선바이오텍(대표 김치봉)’ 1개사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출연연의 연구소기업 설립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연구소기업 설립에 대한 세부규정의 미비로 연구소기업 설립에 따른 세부규정 및 운영방법 등을 각 출연연들이 독자적으로 마련해 기업설립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비켜가며 손쉬운 연구소기업 설립을 위해 일부 출연연은 새로운 연구소기업의 창업보다는 그동안 연구소와 기술이전 또는 연구원창업기업 등의 형태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기업들을 연구소기업으로의 전환하는 형태의 연구소기업 설립에 나서고 있다.

또한 연구소기업 설립에 대한 논의만 진행되고 있을 뿐 성장전략 등의 지원책이 미비한 상태로 개발자나 연구소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불명확한 연구소기업 설립보다는 기술이전료를 받고 기술이전에 나서는 것이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연구소기업은 출연연들의 기술개발 성과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 추진중이다.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은 재원세라텍과 손잡고 세라믹 코팅 기술을 활용한 연구소기업 설립을 추진중인데 자본금 6억2,900만원에 표준연이 3억7,900만원의 기술출자로 약 6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재원세라텍이 2억5,000만원을 현금 출자해 40%의 지분을 소유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분 구조와 상관없이 경영권은 연구소기업인 재원세라텍이 보유하는 것으로 합의된 상황이다.


내부규정 수정, 연구원 겸직 유도

재원세라텍(대표 임종원)은 올 3월 표준연으로부터 ‘알루미나,지르코니아 등 산화물 세라믹스 표면강화 기술’을 이전 받아 사업화를 추진해 오던 중 연구소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상용화 기술 및 추가 기술개발 등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표준연과 함께 연구소기업 설립에 나섰다.

재원세라텍은 이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생산장비에 사용되는 세라믹 베어링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표준연 지적자원팀 김구영 팀장은 “연구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소와 연구소기업간에 활발한 인적교류와 기술교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연구소 내부규정 등을 고쳐 기술개발을 담당한 연구원의 겸직문제 등을 해결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도 (주)템스(대표 홍순철)와 디젤엔진에 LNG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술로 연구소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자본금 11억5천만원 규모로 기계연이 약 2억5,000만원의 기술출자를 통해 연구소기업 설립 규정에 따른 20%의 지분을 소유한다는 계획이다.

(주)템스는 자동차 매연 저감장치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현재 기계연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으며, 기계연과는 디젤엔진에 LNG를 함께 사용하는 디젤 LNG 혼소기술을 이용해 연구소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디젤엔진을 개조해 저공해 연료인 LNG를 함께 사용토록 함으로써 매연감소 및 연료비 절감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이와 관련 기계연 성과확산실 이종우 실장은 “템스는 올 매출이 80억원에 이를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세의 벤처기업으로 내년에 코스닥 상장도 가능한 수준의 기업이므로 이번 템스와의 협력은 향후 연구소기업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설립”이라고 강조했다.


100%출자 기업 새 모델 제시

한국원자력연구소(이하 원자력연)의 경우는 1호 연구소기업인 ‘선바이오텍’을 설립한 경험을 토대로 2개의 연구소기업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재 엑셀코리아(대표 한장민)와 방사선감시장비 분야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비롯 100% 자체 출자를 통한 중성자 광학부품 제작 연구소기업 등이다.

엑셀코리아는 방사선감시 장치분야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연구자가 직접 창업한 ‘연구원창업기업’으로 기존 기업을 연구소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면 연내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초 설립예정인 중성자 광학부품 제작 연구소기업의 경우 외부 기업과의 협력이 아닌 원자력연이 100% 자체출자 형태의 사업모델을 세우고 있다.


벤처기업에서는 연구소기업이 성공적인 사업모델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자력연 원자력기술사업개발부 송기동 부장은 “1호 연구소 기업인 ‘선바이오텍’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2개의 연구소기업을 추가로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100% 출자기업 설립의 경우 대덕특구내 연구소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도 100% 자체 출자방식으로 차량용 텔레매틱스 분야의 기업을 연내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ETRI는 약 6개의 기술을 가지고 연구소기업 설립을 타진중이며 이중 차량용 텔레매틱스 분야를 포함해 최소 3개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연구소기업 설립 일정과 관련 ETRI IT기술이전본부 박권철 본부장은 “ETRI는 정통부 산하 이므로 국책연구과제로 개발된 기술을 이용할 경우 기술사용에 따른 정통부의 승인이 필요하고, 대덕특구내 연구소기업 설립을 위해서는 다른 출연연과 같이 과기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자본금 1억원 이하로 맞춰야

원자력연과 ETRI가 연구소기업 설립에 있어 기업과의 협력이 아닌 연구소 100% 자체 출자방식을 선택한 것은 연구소가 투자하는 기술의 가치평가 금액이 클 경우, 설립되는 연구소기업 지분의 20% 이상을 연구소가 소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기업투자 금액분이 높아져 중소기업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또한 국책연구사업 또는 공공연구개발사업의 경우 기술에 대한 소유권이 연구자나 연구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기술가치 규모도 크기 때문에 외부 기업과 협력해 연구소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 연구소가 직접 현금을 출자하는 것이 출연연 특성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술만으로 설립자금을 외부로부터 융자 받기 어려울 경우 100% 출자기업 설립 자체가 난관에 봉착하거나 자본금 규모를 1억원 이하 수준으로 낮추는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대기업인 CJ와 손잡고 ‘자연살해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제’분야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키 위해 기업의 투자금액과 지분결정 등 막바지 조율단계에 들어갔으며, 한국화학연구원 역시 IT부품 제작용 소재개발 기술을 이용해 연구소기업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대덕특구내 출연연들의 연구소기업 설립이 올 연말을 전후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지만, 연구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나 향후 성장전략 등이 미진한 상태로 자칫 전시성 정책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성장지원책 미비로 큰 기대 어려워

출연연 관계자는 “최근 연구소기업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기업 설립을 하나의 성과로 보고 있는 소관 부처인 과기부와 출연연 기관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연구개발 성과의 상업화라는 연구소기업 설립의 목적은 긍정적이지만 연구소의 기업 설립에 대한 세부규정 완화책 및 지속적인 성장 지원책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큰 기대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연구소기업 설립에 대한 세부규정이 제도화되지 않아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상업화한다는 목표만 부각되고 있을뿐 알맹이는 없다는 것이다.

즉 연구소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의 연구소기업 설립보다는 기술이전료를 받고 기술이전에 나서는 것이 보다 손쉬운 방법인 셈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출연연들은 연구개발만 해왔다. 하지만 기술의 상업화에 이렇다할 실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1~2건을 제외하고는 그럴듯한 기술이전 성과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몇 년에는 개발자가 직접 창업하는 연구원창업이니 실험실 창업이니 하는 것도 있었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다. 본질적인 문제는 연구소기업과 같은 사업모델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란 것이다”고 지적한다.


벤처와의 만남은 성공적 모델

한편 1호 연구소기업이 선바이오텍의 김치봉 사장은 “정부 출연연의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연구소기업은 큰 자산을 갖는 셈이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는 벤처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다 해도 현장에서 영업활동에 나서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욱이 일반적인 기술이전 방식은 1회에 그치는 것이지만 연구소기업의 경우 첨단기술의 연구인력과 연구장비를 갖춘 출연연의 기술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며 벤처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구소기업이 성공적인 사업모델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김 사장은 “선바이오텍의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 원자력연은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있다. 연구소기업을 설립한뒤 출연연이나 정부기관이 간섭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기술지원을 해주는 형태가 곧 연구소기업의 성공모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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