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와 한의학 연구개발 투자

이형주 한국한의학연구원장

고령화 사회가 화두(話頭)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지난해 전체인구의 9.1%에 이르렀으며 2018년에는 14.8%의 비율로 늘어나 본격적인 ‘고령 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급속한 고령화는 미래 사회의 의료상황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점차 그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우리가 ‘성인병’으로 알고 있는 제2형 당뇨병, 비만, 만성 간질환(간경변),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심장질환,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골다공증, 알레르기, 그리고 암 등의 생활 습관병의 발생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韓醫學)은 도약의 기회 뿐 아니라 국민의료에 기여해야하는 사명감을 동시에 짊어지게 되었다 하겠다.

감염성 질환 및 외과 수술위주, 치료위주의 양방의학에 비해 한의학은 평소 전신상태의 밸런스를 우선시하여 치료이전의 예방 및 만성질환의 관리에 강점이 있다. 이런 점은 현재의 의료상황에서 그 활용도 및 가치를 따로 논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한국의 경우, 여타의 전통의학 보유국에 비해 우수한 한의학 인력과 선진화된 제도, 독창적인 의료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발전의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의학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부족과 전통의학의 과학화 및 표준화 부족이 ‘보틀 넥’(bottle neck)으로 작용하여 아직까지는 세계 전통의학시장에서 점유율이 1%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쉬움이다.

이러한 현재 상황에서의 난제를 타결하여 지금 막 활성화되고 있는 한의학 관련 연구 및 투자를 확대하여 세계적인 전통의료로서 자리매김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기반이 되어야 하겠다.

특히 10여 년 동안 한의학 관련 연구의 주축이 되어온 한의학 연구원이 규모와 내실을 갖춘 한의학 전문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 대한 일부의 불신과 과학화, 글로벌리제이션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바짝 다가온 고령화 시대에 우리나라 한의학이 국민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한의학 본연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길 한의계와 함께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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