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사람의 공업적 발명품에 대해 그사람 또는 그사람의 승계자에게 독점할 권리를 법적으로 부여하는 행정행위’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수많은 업체들이 특허청의 문을 넘나들고 있다.
이중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히트상품, 첨단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아이디어 제품들은 물론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을 만큼 황당무계한 기술이나 상품화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템들도 다수 존재한다. [편집자주] 자료제공: 한국특허정보원]
다이어트 립스틱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있어 다이어트는 연령을 막론해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다이어트를 별다른 노력 없이 해낼수 있다면 어떨까.
지난 97년 서울의 남모씨는 립스틱을 바르는 것만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이어트 립스틱’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다이어트 립스틱의 제조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물탕, 차전자, 비혜, 택사(澤瀉), 동과(冬瓜), 빈랑 등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동의보감에 명시된 한약제들의 진액을 추출하여 립스틱 제조시 혼합하면 된다.
출원인은 “여성들은 말을 하거나 음식물을 먹을때 자연스럽게 립스틱을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립스틱에 한약제를 넣는 것만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운동 등 여타 다이어트 요법과 병행할 경우 더 큰 효능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출원인은 동규자, 율무, 통초, 도인, 대황, 등 일부 한약재의 경우 임산부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 립스틱은 일반인용과 임산부용으로 구분하여 제조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특허는 각 한약재들의 다이어트 효과 및 미량섭취시 효용성에 대한 계량화된 자료가 없고 적정 혼합량, 추출 및 혼합방법 등 기술적인 부분의 설명도 전혀 없어 출원후 2년 뒤인 99년경 등록이 거절됐다.
뱀 요리 자동판매기
음료수, 과자, 커피, 담배, 화장지 등 우리주변에는 굳이 슈퍼마켓을 가지 않더라도 자동판매기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있다.
자판기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우 속옷, 꽃, 생수, 쌀, 계란, 아이스크림, 구급용품, MP3 등을 자판기에서 살 수 있으며 살아있는 장수풍뎅이 자판기까지 존재한다.
이와관련 지난 2000년 우리나라에서는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다소 엽기적인 자판기가 특허출원됐다. ‘뱀 요리 자판기’가 바로 그것이다.
보신탕, 사슴피, 자라, 해구신, 웅담 등 정력식품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 자판기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보신음식의 대표주자인 뱀 고기를 즉석에서 조리하여 제공한다. 요리의 종류도 구이, 탕 등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출원인은 이러한 뱀 자판기를 주택가, 상가, 유원지, 관공서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설치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저렴하게 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은 혐오식품에 대한 반사회적 정서와 식품 안전성 등이 고려된 듯 특허청으로부터 등록거절 판정을 받았으며 상용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2월 발효된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구렁이, 살모사 등 대다수 야생 뱀의 포획 및 가공, 섭취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쌀통 겸용 전기밥솥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밥을 지을 때에는 쌀통에서 적정량의 쌀을 꺼내어 씻은 후 전기밥솥 또는 압력밥솥에 넣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쌀을 꺼낼 필요도, 쌀을 씻을 필요도 없이 쌀통 스스로 밥을 해준다면 어떨까?
지난 86년 김모씨는 이러한 아이디어에 근거한 ‘쌀통 겸용 전기밥솥’이라는 특허를 출원, 등록을 완료했다.
이 제품은 기존의 쌀통 하부에 전기밥솥 용기와 가열장치, 급수장치 등을 추가 장착한 것으로서 사용자는 쌀과 물의 량을 선택하기만 하면 쌀통이 알아서 쌀을 씻어내고 밥을 지어준다.
특히 출원인은 현대인들의 다양한 기호에 부응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잡곡선택기를 채용하여 완전한 쌀밥은 물론 보리밥, 콩밥, 현미밥 등 각종 잡곡밥을 짓는 것도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특허등록이 이루어진지 1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쌀통과 밥솥이 필요하다는 점, 공간활용성을 높이고 주부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상용화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아이템으로 평가된다.
디지털카메라 핸드폰, 진공 겸용 스팀청소기, 공기청정기 겸용 에어컨 등 다양한 성능을 하나로 융합하는 컨버전스가 최근 기술트렌드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상용화의 긍정적 요인이다.
단지 출원당시에 비해 상당한 기술진보가 이루어진 만큼 상품화를 위해서는 성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많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파트형 공동묘지
전국토의 1%가 묘지일 만큼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매장을 기본으로 한다.
정부에서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장례비 등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 납골당, 수목장 등 화장 중심의 장례를 장려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유지 또는 공동묘지 매장을 선호하고 있으며 화장을 했더라도 유골을 공동묘지 등에 매장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86년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매장(공동묘지)과 화장(납골당)의 장점을 혼합한 ‘아파트형 공동묘지’가 실용신안 출원됐다.
이는 수십층의 아파트형 건물을 짓고 각 그 안에 시신을 매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일정한 공간에서 일반 매장과 마찬가지로 관 속에 시신을 넣은후 흙으로 덮는 방식이다. 쉽게말해 콘크리트 건물 속에 흙과 풀로 덮힌 산소를 만드는 셈이다.
출원인은 기존 공동묘지의 경우 최소 수만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아파트형 묘지는 수백~수천평의 공간만으로도 대규모 묘지조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견 이같은 출원인의 주장이 상당부분 일리 있어 보이지만 밀폐된 공간에 제공된 봉분 하나를 만들 정도의 흙으로는 시신의 정상적인 부패가 어렵고 웬만한 환풍기로는 감당키 어려운 악취가 발생할 것이며 잔디의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아파트 공동묘지의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물론 각종 IT 및 바이오기술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해도 비용대비 효과면에서 현존하는 납골당의 효용성을 능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견된다.
코골이 방지 이어폰
다양한 잠버릇 중에서 타인의 숙면을 방해하는 것으로는 코골이가 단연 최고이다.
실제로 코골이가 심한 배우자를 만나기라도 하면 먼저 잠이 들지 않는 이상 새벽 늦게까지 잠을 설쳐야만 한다.
코를 고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출장, 여행 등을 떠나 가족이외의 사람들이나 웃어른들과 동침을 하게 될 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러한 코골이 환자(?)들을 위한 ‘코골이 방지 이어폰’이 지난 2003년 실용신안 등록됐다. 일반적인 귀마개가 코골이 피해자의 필수품인 것에 비해 이 이어폰은 코를 고는 사람 자신이 직접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이어폰 내에 내장된 마이크가 지속적·반복적인 코골이 소리를 인식하면 자극적인 경보음이 발생, 코를 고는 사람의 잠을 일시적으로 깨움으로서 코골이를 막기 때문이다.
이때 경보음은 잠이 살짝 깨어 돌아누울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서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만약 1차 경보음을 송출한 이후에도 코골이 소리가 지속되면 일시적 피곤함 등으로 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판단, 좀더 강한 레벨의 신호음을 발생시킨다.
배우자의 심한 코골이에 진력이 난 사람들에게는 코골이로 잠 못 이루는 고통을 코골이 가해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군입대에 대한 두려움 제거법
군입대는 대한민국 남성의 신성한 의무이지만 군 특유의 폐쇄성과 획일성으로 인해 두려움과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더욱이 입대후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탈영, 자살, 총기사고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전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군대와 동일한 환경의 민간 교육기관을 설치, 입대 예정자들이 갖고 있는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두려움을 해소하는 ‘군입대에 대한 두려움 제거법’이라는 명칭의 특허를 지난해 12월 출원했다.
교육기관에서는 약 1주정도의 시일동안 입대예정자들이 입소, 내무생활지도, 기초체력훈련, 기초군사훈련, 종합사열 등 5가지 과정을 이수토록 함으로서 군 생활에 대한 궁금증과 기초지식을 습득케 한다.
출원인은 일부 군생활 부적격자들 또한 개인별 맞춤형 지도를 통해 자신감을 확보, 성공적인 군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특허청의 공식 판단이 이루어진 상태는 아니지만 효용성 측면에서 볼때 출원인의 기대만큼 효용성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걸림돌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주변환경을 군대와 동일하게 조성한다해도 실제 군대가 아니므로 적응의지가 없는 입소자들에게 훈련과 교육, 규율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이를 강제하게 된다면 오히려 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역효과가 발생할 개연성도 배재할 수 없다.
항공기용 테러범 생포장치
9.11테러이후 전세계 항공사와 공항들은 항공기 납치를 통한 테러방지를 위해 탑승객들에 대해 철저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세태를 예견한 듯 9.11테러가 발생한지 2개월만인 지난 2001년 11월 ‘항공기용 테러범 생포장치’라는 실용신안이 출원되어 2개월만에 등록이 완료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모씨가 출원한 이 아이디어는 항공기 내부의 복도에 U자형 그물망을 설치하고 테러범이 복도를 걷고 있을때 작동시키면 천정의 로울러가 그물망을 끌어올림으로서 테러범을 구속하여 생포할 수 있는 장비이다.
출원인은 통로 여러곳에 일정한 간격으로 그물망을 다수 설치해 생포율을 높일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그물망 설치여부를 테러범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에만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비해 그물망을 보이지 않게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대부분의 항공기 납치가 다수의 테러범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에서 복도 이외의 장소에 또다른 테러범이 있을 경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상용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