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말하는 남자
이 책은 중앙대학교 의료원장 김세철 박사가 쓴 남자아이를 위한, 그리고 남자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를 위한 성교육 및 성의학 지침서이다.
남자아이의 성에 초점을 맞추어 임신에서 출생, 그리고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적 발달 과정을 두루 살피는 동시에, 성교육에 꼭 필요한 지식들이 담겨있다.
일반적인 지식이 아니라, 남자아이의 성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 정보로 채워져 있어, 아이의 나이에 따라 검진해야 할 사항과 각종 성 질환, 그리고 환경호르몬에 의한 성기 기형과 왜곡된 발육의 사례와 예방법, 적절한 수술 시기와 치료법 등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또
한 상세하고 정확한 삽화를 넣어 부모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실제로 남자아이들은 엄마라는 이성의 몸, 즉 부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라고 태어나기 때문에 성기 기형 같은 선천성 기형이 훨씬 많이 발생한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하거나 모체의 여성호르몬이 과다하면 온전한 남성으로 발육하지 못한다.
갓난아이가 완전한 남녀로 성장하려면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불임이나 성기 기형 같은 장애를 갖고 평생 살아가게 된다.
반대로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선천적인 기형이나 질병도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남자아이가 성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바로 같은 남자인 아빠이지만 아빠 스스로도 남자의 몸과 성에 대해 모를 때가 많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아빠들이 아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해줄 최고의 상담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해나무 펴냄|김세철 지음|9천5백원
카르데니오 납치사건
지난해 여름 문화계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던 영화 ‘괴물’을 두고 뒷이야기가 천차만별이다. 여름시장을 겨냥한 공포영화라는 관점에서부터 가슴 훈훈한 가족드라마, 심지어는 이데올로기를 숨긴 반미영화라는 견해까지 나왔다.
이처럼 트렌드를 리드하는 히트상품들은 대부분 정체성 논쟁이 뜨겁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대중은 먼저 느끼고 열광할 뿐, 깨진 틀을 기준으로 재해석하고 새 틀을 짜는 것은 평론가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재스퍼 포드의 ‘카르데니오 납치사건’ 역시 그런 성격의 작품이다. 시리즈의 첫 편인 ‘제인 에어 납치사건’이 세상에 나왔을 때 독자들은 흥분했지만, 평론가와 서점은 도대체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SF? 판타지? 대체역사? 코미디? 컬트? 이제 그런 논쟁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확실한 것은 이렇게 기존의 틀에 끼워맞추기 어려운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글쓰기(혹자는 이런 작품을 ‘Slipstream=경계소설’이라 부르기도 한다)가 점점 주목을 받고, 이 흐름이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은 1980년대 영국(그러나 우리가 아는 역사적 현실과는 전혀 다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영국과 러시아는 백 년이 넘게 크림전쟁을 계속하는 중이고, 사람들은 월드컵과 온라인게임 대신 문학에 열광한다.
부모들은 대문호의 이름을 따 아이의 이름을 짓고, 고전의 희귀 초판본은 세기적 절도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문학이 문화의 으뜸가는 코드가 되다 보니, 문학 관련 범죄만 따로 조사하는 부서(리테라텍)이 생긴다. 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는 바로 이 문학조사과의 특수작전요원이다.
▼ 북하우스 펴냄|재스퍼 포드 지음|송경아 옮김|1만5천원
이기적 유전자
진화생물학 분야의 과학자치고 리처드 도킨스만큼 대중적 인기와 학술적 논쟁을 결합시킨 사람도 흔치 않다. 그는 일찍이 촉망받는 젊은 동물행동학자로 간결한 문체와 생생한 비유, 논리적인 전개를 갖춘 글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도킨스는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유전자가 진화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했다. 인간이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된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생물학계를 비롯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곧 세기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30년 동안 이어진 학계와 언론의 수많은 혹평과 찬사 속에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과학계의 고전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것은 1993년 홍영남 교수에 의해서였으며, 초판이 발행된 이후 사회생물학의 논쟁이 되었던 유전적 요인과 환경, 문화적 요인 가운데 인간의 본질을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였다.
2002년에는 내용을 좀더 보완하여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생물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06년에는 리처드 도킨스가 많은 논쟁과 찬사 속에 30주년을 맞은 이기적 유전자를 기념하고자 새로운 서문을 썼는데, 이 서문에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 제목 탄생에 대한 이론적 해석과 함께 ‘유전자 의인화’에 대한 해밀턴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 그리고 독자들의 글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로버트 트라이버스의 초판 권두사와 이 책에 대한 여러 서평을 발췌하여 수록하고 있다.
▲ 을유문화사 펴냄|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 옮김|1만5천원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이 책은 졸업을 앞둔 이공계 여학생들이 조언자(mentor)를 찾아 세계를 누비고 돌아온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다섯 명의 학생이 저마다 가슴에 품고 떠난 의문, 인터뷰 여행을 통해 얻어온 희망, 그리고 긴 여행 끝에 되새겨 보는 조언이 모두 담겨 있다.
과학을 전공해서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과학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면, 고액 연봉과 자격증 취득이 선망이 대상이 된 요즘, 과학을 하면 먹고 살 수는 있을까? 과학도로서, 더구나 ‘여성’ 과학도로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행복해지려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 것일까?
‘세계의 여성 과학자를 만나다’ 프로젝트는 지난 2005년 1월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과학 커뮤니케이션팀(팀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이 예비 과학자들에게 비전을 주고 일반인들과 소통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선배에게 길을 묻는 인터뷰어로서, 과학을 사랑해서 과학을 전공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 생각도 많고 꿈도 많은 야심만만한 여학생들이 선발되었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동 중인 이공계 출신 여성 선배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 약속을 잡으며 숨 가쁘게 보낸 21개월, 이들이 서울, 도쿄, 뉴욕, 워싱턴, 시카고를 거쳐 총 일곱 명의 여성 과학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돌아왔다.
인터뷰 참가자들의 손으로 다듬은 원고가 햇수로 2년에 걸친 대장정이 마침내 마무리된 것이다.
이들이 분명 세계의 여성 과학계 모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학계에서, 언론계에서, 그리고 산업계에서 자신의 분야를 대표하고 여성 과학도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유리 천장’을 뛰어넘고 성공을 거둔 과학자임에는 틀림없다.
▼ 사이언스 북스 펴냄|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 기획|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