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다는 것은 곧 자신(지구)을 보다 명확히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갖게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는 우주에 대한 철학적 단상이 아니라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극미광 근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기술이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연 위성탑재체 연구그룹의 진호 박사팀은 최근 천문 관측용 근적외선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천문대의 대형 망원경에 장착해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 대역의 우주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열 감지 등에도 사용되는 적외선 카메라 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천문 관측용의 핵심은 정밀도다. 진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1∼3.5㎛ 파장 범위에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센서 부분은 절대온도 30도(섭씨 영하 243도), 카메라 내부는 절대온도 80도(섭씨 영하 193도) 수준으로 냉각 상태를 유지한다.
특히 이 시스템을 위성에 탑재할 수 있도록 소형화하고, 최적화 과정을 거쳐 지구를 바라보도록 지향점을 바꾼다면 야간에도 지구탐색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최첨단 군사용 위성에 적용되는 기술인 셈이다.
물론 진 박사팀의 연구 영역은 군사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우주 탐색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기반기술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박사는 “군사적인 목적이라면 핵심기술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지만 우주 관측용으로는 선진국과의 기술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고 귀뜸한다.
현재 진 박사팀이 개발한 장비는 보현산 천문대 1.8m 망원경에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됐지만 향후 개발 방향은 로켓 및 위성 탑재용 장비다.
실제 오는 2008년 로켓에 각종 탐사 장비를 장착, 15분 내외의 시간 동안 탐사를 벌이는 한·미(NASA)·일(ISAS) 공동 프로젝트에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을 장착하게 된다.
또한 2010년 발사 예정인 과학기술위성 3호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개발도 추진 중이다.
위성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현재 90kg 수준의 장비를 24kg 수준으로 소형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들 연구개발은 모두 바라보는 지향점이 지구가 아닌 우주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