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납치, 살인, 강간 등 평화로운 삶을 저해하는 강력범죄의 만연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안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빌딩과 사무실은 물론 가정에 들어갈 때조차 본인임을 확인하는 인증 절차를 거쳐야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이 가운데 사회, 경제, 민간, 국가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인력 통제와 보안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국토안보, 그 중에서도 국경지대의 보안이다.
9.11테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국토 자체가 방어되지 못하는 이상 사회와 민간의 보안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 IT 벤처기업인 노드시스템 (대표 이금석)이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해 철통보안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국경보안시스템을 개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과 인간의 융합
완벽한 국경보안을 이루기 위해 각 국가들은 대개 다음의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한다.
레이더, 센서, 무인정찰기 등 최첨단 장비를 총 투입해 침입자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거나 좀더 많은 병력을 동원해 감시의 시간과 범위를 넓히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자는 웬만한 국가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천문학적 자금이 요구되고, 후자의 인력동원에도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노드시스템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힘과 인간의 능력을 최적화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신 개념의 국경보안시스템을 고안해냈다.
이를 위해 꺼내든 무기는 무선통신 및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최신 PDA와 값싼 RFID 전자태그. 이 두 가지를 조합해 국경 전체를 무선 네트워크화 하는 것이 노드시스템 기술의 핵심이다.
시스템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철책선에 일정한 간격으로 RFID 태그를 설치하고, 국경을 순찰·감시하는 경계병들에게 RFID 인식모듈이 내장된 PDA를 지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PDA가 일정 반경 내의 RFID 신호를 자동 인식해 중앙관제센터로 정보를 보내기 때문에 상부에서는 별도의 보고 없이도 모든 순찰병의 위치와 이동경로, 이동시간이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효율적 인력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PDA를 통해 즉시 명령을 하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경계병은 침입자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에도 PDA에 장착된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보고하면 된다. 상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체 없이 전 병사들에게 침입자 수색, 경계 강화, 비상경계령 발동 등을 명령할 수 있다.
혹여 보안망이 뚫렸을 경우 경계병들의 시간대별 이동경로를 바탕으로 언제 어떠한 경로로 침입이 이루어졌는지 확인, 취약 요인의 보완이 가능하다.
병력, 무기, 차량 등 활용성 무궁무진
국경보안에 있어 PDA와 RFID 태그의 활용 범위는 단순히 철책선 경계의 효용성 증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RFID 부착 대상을 늘림으로서 효용성은 무궁무진하게 확장된다.
일례로 장병의 의복과 개인화기에 개인 및 총기 정보가 담긴 RFID 태그를 각각 붙이고 정문, 내무반, 벙커, 초소, 탄약고, 연병장 등 부대 내 주요거점에 감지기를 설치하면 어떤 병사가 어떤 무기를 들고 어느 지역에 있는지 즉각 확인된다.
이를 통해 근무 중 무단이탈, 탈영, 부당한 총기 반출이 원천 봉쇄돼 부대 내 총기사고 방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탱크, 장갑차, 트럭 등에까지 RFID를 부착할 경우 중앙통제센터에서 부대 전체를 한눈에 아우를 수 있으며 탄약, 수류탄, 포탄 등의 폭발물 보관 상자에 적용하면 입·출고 및 재고 파악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보급품을 공중 투하할 때 박스에 RFID 태그를 붙이면 PDA로 발신지를 포착, 물품 분실을 막을 수 있다.
또한 PDA에 테러리스트, 지명수배자 등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실시간 업 데이트 하는 방식으로 위조 신분증을 소지한 위험 인물들의 국경통과 여지를 최소화 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노드시스템의 이금석 사장은 “궁극적인 기술 활용성은 RFID 보다 센서가 더 크지만 아직은 가격이나 오작동 가능성, 내구성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초기의 보안시스템은 투자 대비 효용성이 높은 RFID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군 선진화 및 국경지대의 보안 강화를 꾀하고 있는 러시아가 노드시스템의 국경보안시스템에 커다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 같은 관심이 실제 장비 도입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6만km에 달하는 러시아의 국경을 한국의 기술이 지키는, 방위산업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1) 약 10m의 발신 능력을 갖춘 RFID 태그가 철조망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다.
(2) 경계병이 PDA를 휴대하고 순찰을 돌면 중앙관제센터에서 병사의 현 위치 및 이동경로가 실시간 파악된다. 병사의 의복과 총기에도 RFID 태그를 장착할 수 있다.
(3) RFID 인식 모듈, 무선통신 모듈, 카메라 등을 내장한 PDA.
(4) 탱크, 트럭, 장갑차 등 군용차량에 RFID 태그를 장착해 부대 진·출입 및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5) 초소에 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RFID 감지기를 설치, 경계병의 초소 진·출입을 파악한다.
(6) 공중투하 보급품에 RFID 태그를 장착, 분실을 막는다. 지상의 장병들은 어둠 속에서도 PDA로 보급품의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