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종 미생물 발견 강국 부상

2년 연속 미생물 발견 세계 1위 달성 , 미생물 기반 바이오산업 발전의 주춧돌 될 듯

‘2년 연속 미생물 발견 세계 1위’.
지난 2002년 과학기술부가 출범시킨 ‘미생물유전체 활용 기술개발사업단’(단장 오태광)의 5년 성적표다.

과기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07종의 새로운 미생물 박테리아를 발견해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한 해 동안 100건 이상의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해 내는 최초의 국가가 됐다.

이는 2위를 기록한 일본의 61종을 비롯해 미국 56종, 독일 55종, 중국 45종 등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또한 연구기관별로도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이 입주해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32종의 미생물을 발견했으며, 세계 10위권 안에만 한국농업생명공학연구원(18종)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16종)·서울대학교(14종)·제주대학교(11종) 등 우리나라 연구기관 5개소가 포함돼 있다.

미생물 발견이 그리 대단한 과학적 성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생물 발견자가 그 소유권을 갖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미생물은 바이오산업 발전 위한 중요한 자원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의 오태광 단장은 “미생물은 바이오산업의 1차적 자원”이라며 “자원도 없이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IT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탁월한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기술이 있었고, 조선업 역시 철강산업의 막강한 기술력이 토대가 됐던 것처럼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폭넓은 미생물 자원의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미생물이 발견될 경우 유전체 분석 등을 통해 기존의 미생물과 최소 3% 이상 유전정보가 다르다는 논문을 미생물 학회지나 유명 과학저널 등에 발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미생물임을 공인받기 위해서는 해외의 2개 연구기관으로부터 동일한 분석방법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는 확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미생물 발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곧 이 같은 연구과정을 거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미생물 발견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현재 새로운 미생물 발견 논문이 발표되고 이를 공인해주는 기관은 영국의 세계적 미생물 학술지인 ‘국제 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 지난해 한국이 새로운 미생물로 IJSEM에 논문을 발표한 것은 모두 99건으로 이 또한 일본의 43건, 미국·독일의 각 37건보다 크게 앞서 있다.

오 단장은 “지난 2002년 사업단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미생물 발표 논문이 세계 10위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면서 “하지만 사업단 출범과 함께 미생물 관련 대형·집단 연구체제를 구축함으로서 2004년 세계 2위, 2005년과 지난해에는 2년 연속 1위의 쾌거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발견된 미생물은 전체 미생물의 1% 이하

이 같은 두각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자들은 새로운 미생물 발견을 위한 우리나라의 본격적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미 생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미생물의 1% 이하에 불과하며, 나머지 99%는 아직도 미 발견 상태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토양 1g의 유전체 분석을 실시할 경우 약 1%만이 확인 가능한 반면 99%는 기존에 발견된 박테리아와의 비교를 통한 정체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1g의 토양에 최소 1억 개에서, 최대 10억 개의 박테리아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종 미생물 발견 순위에서 개인부분 세계 1위에 오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생물기능연구실의 윤정훈 박사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된 박테리아는 약 8,000종으로 추정된다”며 “이중 한국이 지난해까지 등록한 미생물은 288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윤 박사는 또 “미생물 발견은 특정 지역의 바닷물이나 토양에서 단순히 새로운 미생물을 채취한다는 개념이 아니다”면서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의 구현능력, 기존 미생물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능력, 각 미생물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능력 등 다각적·전문적 연구실험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미생물 발견자가 소유권 보유, 잠재가치 무한

이렇게 새로운 종으로 인정된 미생물은 발견자(국가, 연구자, 연구기관 포함)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돼 특허권자가 특허료를 받듯이 해당 미생물을 활용한 상업화가 이뤄질 경우 일정비용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미생물 발견자의 소유권은 국제협약인 부다페스트 협약에 따라 보호받고 있으며, 만일 불법적인 활용이 확인되면 국제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각 국가들이 자국이 보유한 미생물 소유권을 서로 맞교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T 분야에서 유사한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서로 특허권을 교환, 별도의 특허료 지불 없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즉 미생물 분야에서는 자국이 보유한 미생물 자원이 많아야만 다른 국가와의 교환을 통해 산업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신종 미생물이 높은 산업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극지, 화산지대, 오·폐수 등 비교적 특수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이 특수한 기능을 갖고 있을 확률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바이오산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치도 크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특수한 환경에서 특수한 능력을 가진 박테리아를 찾아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이 발견한 미생물 중에도 전기를 생산하는 박테리아, 철 성분을 먹은 뒤 자석을 배출하는 박테리아 등은 상당한 산업적 가치를 지닌 종(種)으로 꼽힌다.

오 단장은 “바이오산업 분야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매우 근접해 있어 미생물을 발견하면 곧바로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부터는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하는 노력에 더해 신종 미생물을 활용한 응용연구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 발견한 미생물에 독도와 동해 이름 사용

지난해 미생물 발견 분야에서 21종을 발견, 개별 연구자로 세계 1위를 기록한 윤정훈 박사는 지난 2005년 독도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미생물 박테리아 2속 3종 등 5개 균주의 이름에 ‘독도’와 ‘동해’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독도 한국’ (Dokdonella koreensis), ‘독도 동해’(Dokdonia donghaensis), ‘버지바실러스 독도’(Virgibacillus dokdonensis), ‘마리박터 독도’(Maribacter dokdonensis), ‘마리노모나스 독도’(Mari nomonas dokdonensis) 등이다.

일본 과학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국제 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는 최초 발견자의 의사를 존중, 이 같은 명칭을 공식 승인했고 올해 초 독일 과학자들이 네이처지에 기고한 논문에도 ‘독도’라는 이름이 게재됐다.

윤 박사는 “당시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제기하던 때라서 독도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며 “미생물 학계로부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전 세계 학자들이 이 미생물을 연구할 때마다 독도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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