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미래 자동차] 고효율 스마트 카 시대의 도래

Is America Ready to Get Smart?

지난 98년 이후 지금까지 유럽에서는 77만대 이상의 2인승 스마트 카가 판매됐다. 이 같은 인기 비결은 휘발유 1리터로 무려 25.5㎞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고효율의 연비. 단돈 10만원이면 2,500㎞의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덩치는 작지만 충돌 테스트에서 현존하는 그 어떤 경차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을 만큼 안전성도 뛰어나다.

현재 자동차 메이커들은 한층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2008년형 모델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작지만 강한 자동차, 스마트 카와 함께한 2,500㎞의 대장정을 쫓아가 보자.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 디트로이트
유류 사용량: 8.37ℓ, 소요 유류비: 5.83달러, 연비: 20.4km/ℓ



“힘들게 운전하지 말고 제 차 트렁크에 차를 실으세요.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 드리죠”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만난 대형 SUV 의 운전자.

미국 자동차산업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디트로이트.
이곳의 외곽에는 강철 고로(高爐)와 철로까지 갖춘 자동차 조립 라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245만평에 달하는 트럭 생산라인이 갖춰진 포드자동차의 루즈(Rouge) 공장도 바로 여기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17년 가동에 돌입한 이 공장은 당초 대(對) 잠수함 보트의 생산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후 트랙터를 거쳐 자동차 공장으로 변신했다. A 시리즈, V8 시리즈, 썬더버드, 그리고 그 유명한 무스탕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자동차들이 여기서 탄생했다.

이를 통해 황무지에 불과했던 이 땅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업지대의 하나로 부상하면서 각국의 대통령은 물론 정재계 인사들이 미국 방문시 반드시 찾았던 필수 견학지로 변모했다.

당시 루즈 공장에서는 10만여 명의 직원들이 하루 1,500톤의 철과 500톤의 유리를 생산했으며, 이를 원료로 매 49초마다 자동차 1대씩이 만들어졌다. 볼품없던 철강 덩어리가 72시간 만에 멋진 최신형 자동차로 탈바꿈하는 꿈의 공장이었던 것.

오늘날 현대화된 루즈 공장에서는 붉은색, 흰색, 검정색 등 3종의 F-150 픽업트럭이 생산된다. F-150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25년 연속 최고 판매고를 기록한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포드를 픽업트럭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모델.

현재 루즈 공장은 차체 프레임 조립라인의 길이만 무려 6.4㎞에 달하는 가공할 제조설비를 기반으로 단 3일이면 디트로이트 시내까지 14㎞에 걸친 도로를 F-150으로 세워놓을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이에 힘입어 포드는 오랜 세월동안 200마력 이상의 대형 픽업트럭 수요를 홀로 감당해 내고 있다.

다른 세상에라도 온 것처럼 엄청난 숫자의 F-150이 세워져 있는 주차장을 지나면 일반 견학자를 위한 미팅 룸이 있다.

이곳에서는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배경으로 루즈 공장의 찬란한 역사를 기록한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으며, F-150의 제작 공정에 대한 프리젠테이션도 들을 수 있다.

포드측이 마련한 프리젠테이션 자료에는 당연히(?) 언급돼 있지 않지만 최근 들어 루즈 공장의 영광은 점차 빛이 바래고 있다. 대형 SUV나 픽업트럭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F-150의 판매량도 전반적으로 감소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웨인주립대학 자동차연구센타의 스티븐 스자칼리 박사는 이러한 감소세의 원인을 고유가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동차 시장에 불고 있는 근본적 ‘구조 변화’의 탓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800원(미국 기준) 이상으로 뛰어 오르면서 포드의 트럭 부문 매출은 44%나 하락했으며, 경쟁업체인 GM 역시 28%의 매출감소를 감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포드는 전 세계 8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액보다도 많은 127억 달러(11조7,920억원)라는 역대 최악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미국 자동차 시장의 빅3 자리를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빼앗기고 말았다.

모든 공정에서 능숙한 숙련공들이 질서정연하고 매끄럽게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지만 최첨단 미래형 공장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을 찍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기름을 잡아먹는 탱크형 자동차들을 대체할 고효율, 고연비의 차세대 자동차인 스마트 카의 미국 횡단 대장정을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상징성에 기인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마트 카를 타고 미국의 심장부 도시들을 관통하는 1,500마일(약 2,414km)의 여행을 해 나가면서 미국인들이 이처럼 작고 비(非) 미국적인 자동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드쇼에 사용된 모델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프랑스 함바흐(Hambach) 공장에서 생산한 약 2.5m 길이의 2인승 스마트 카인 ‘스마트(Smart)’. 지난 10여년 간 유럽 36개국에서 77만대나 판매된 모델이다.

이 차는 4개의 바퀴가 자동차의 네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 차축거리가 포르쉐 911 보다 56cm나 짧은 1.8m 밖에 되지 않는다. 3기통에 0.7리터, 61마력의 엔진을 장착했지만 크기는 골프 카트보다 작기 때문에 차량들이 빽빽이 줄지어 있는 좁은 주차장에서도 손쉽게 평행 주차가 가능하다.

특히 리터당 연비가 17㎞ 수준으로 F-150의 6.4㎞와 비교해 3배 가까이 탁월하다.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이를 업그레이드한 2008년형 제품을 내년 1/4분기 중 미국 본토에 상륙시킬 예정에 있으며,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이미 44개 도시에서 공식 로드쇼를 시작한 상태다.

뉴욕, 마이애미 시애틀, 텍사스 오스틴 등지의 운전자들은 스마트 카의 시운전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smartusa.com’에서 인터넷 예약을 하면 미국 땅을 밟을 첫 번째 스마트 카 군단의 구매 예약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파퓰러사이언스 테스트 팀은 이번 비공식 로드쇼를 위해 시카고 교외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이 차량을 임대했는데,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을 비싸게 판매하는 합법적 암시장인 회색시장(gray market) 제품이다.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고 스마트 카가 디트로이트 도로에 나타나자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댔으며, 옆을 지나던 차량의 운전자가 스마트 카를 자세히 보기위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바람에 사고의 위험을 겪기도 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시속 120㎞로 달리고 있던 고속도로 상에서 차량의 내부를 보고 싶은 듯 창문을 내려 보라고 손짓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디트로이트를 출발, 미시건 주 마샬에 도착할 때까지 스마트 카가 사용한 휘발유는 단 8.37ℓ로 1리터당 20.4㎞의 놀라운 연비를 보여줬다.






일리노이주 윌밍턴까지 단돈 20달러
유류 사용량: 29.8ℓ, 소요 유류비: 20.19달러, 연비: 15.7km/ℓ



“자동차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 소유주 자신도 웃음 짓게 해야 한다. 중형차를 타고 꽉 막힌 도로 속에 갇히는 경험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자동차 수집가이자 스마트 카의 오너인 론 더친

미시간을 관통하는 94번 도시 고속도로는 폭이 넓은 직선 형태다. 그 덕분에 스마트 카는 마샬에 위치한 쉘(Shell) 주유소에 도착, 연료를 재충전할 때까지 시속 137㎞의 속력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마치 일반 세단을 타고 있는 듯 착각에 빠질 정도로 부드럽게 나아갔다.

주유소에서 내려 주유구를 열자 직원이 다가와 차를 보고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나 나올 법한 난쟁이가 타는 자동차처럼 생겼다”며 스마트 카의 첫인상에 대해 촌평했다.

두꺼운 안경을 낀 호리호리한 체구의 이 남자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차량을 들여다보며 주유를 하는 동안 테스트 팀은 첫 번째 주행에서 가장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인근 슈퍼마켓을 찾았다. 창문에 부착할 수 있는 컵 홀더를 사기 위해서다.

이 유럽산 스마트 카에는 큼지막한 재떨이는 있어도 컵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내년에 출시할 2세대 모델에는 이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다.

주유를 마친 주유원이 차 내부를 자세히 보고 싶다며 테스트 팀의 허락을 구했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마치 어항과도 같은 차내를 둘러보며 핸들, 변속기, 와이퍼 등 이것저것을 만져보더니 “트렁크 공간이 작다는 점이 흠이지만 멋진 차”라며 “미국에 출시되면 꼭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 주유원이 말했던 난쟁이 차는 지난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TV 시트콤 ‘Family Matters’에 출연했던 스티브 우르켈이 몰았던 BMW의 경승용차 이세타(Isetta)를 뜻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차 중 하나인 이세타는 삼륜 자동차로서 앞 유리를 앞문으로 사용했다. 운전자의 개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동차로 이것만한 예가 없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의 심리를 딱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실용성보다 감성 측면에서 더 많은 소구력을 발휘하는 차들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너 드라이버들은 자신의 구매 욕구를 설명하는데 항상 ‘필요성(need)’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여기 마샬에서도 테스트 팀은 스마트 카에 대해 뜨거운 감성적 매력을 느끼는 몇몇 사례들을 목격했다. 이는 하나같이 스마트 카의 이미지와 관련된 것으로 실용성과는 거의 무관하다.

‘난쟁이 차’라며 무시했던 주유원이 결국 구매의사를 표명한 것도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주유를 마친 테스트 팀은 몇 시간 가량 도로를 달려 스마트 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또 다른 한 남자인 론 더친 사장을 만났다.

그는 내년에 공식 런칭될 다임러크라이슬러 스마트 카의 미국 독점 대리점 사업권을 따낸 버짓 프랜차이즈(Budget franchise)사의 사장이자 테스트 팀이 타고 있는 스마트 카를 내어준 실제 주인이다.

큰 키에 사교성이 강한 이 자동차 수집광은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가장 큰 자신의 새로운 자동차 대리점 오토웍스(AutoWorks)에 놓인 6대의 스마트 카를 보여줬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업체에 의뢰해 미국의 도로 실정에 맞춰 개조한 제품”이라며 “세미 트레일러에 옆으로 나란히 세워 이곳까지 트럭으로 끌고 왔다”고 말했다.

차량이 작아 이동이 용이했을 것 같지만 스마트 카의 운송에는 평상시 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트레일러가 멈추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질문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전시 첫날에만 약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장을 찾았다”며 “직원이 잠시만 눈길을 돌려도 사람들이 운전석에 들어가 있는 바람에 지금은 아예 문을 잠가 놓고 전시 중”이라고 스마트 카의 높은 인기를 설명했다.

더친 사장은 또 지금까지는 스마트 카를 프랑스에서 수입, 개조, 운반하는데 대당 2만6,000달러(2,400만원)가 들었지만 내년에 출시될 2008년형 모델은 이 보다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직수입 방식을 채택,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으로 약 1만5,000달러( 1,400만원) 미만에서 소비자 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다. 초기 모델의 경우 1만1,000달러( 1,000만원)면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더친 사장은 이 스마트 카들을 하루 60달러(5만6,000원)를 받고 렌트카로 대여해 주고 있다. 그의 웹사이트는 스마트 카를 광고에 사용하면서 한 달 방문객 수가 4만명에서 10만5,000명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스마트 카의 매력은 합리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에게 스마트카의 경비절감 효과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스마트 카를 팔고는 있지만 자신의 애마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친 사장은 감성적 측면을 제외한 스마트 카의 장점으로 비포장 도로에서의 주행능력, 강철로 감싼 고강도 차체 프레임, 그리고 리터당 28km의 높은 연비를 꼽는다. 물론 습관적인 과속 운전자라면 연비는 약 17km/ℓ 정도로 떨어진다.

감정적이든 합리적이든 스마트 카가 그에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술집이나 음식점에 몰고 가서 사람들의 반응을 구경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며 “여성을 유혹할 때나 사교 생활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차”라고 웃음 지었다.






괴짜도시에서 만난 엉뚱한 노인
유류 사용량: 31.6ℓ, 소요 유류비: 21.62달러, 연비: 14km/ℓ



“누군가 스마트 카 보다 작은 차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들은 정말 바보다”
- 일리노이 주 소재 주유소 박물관의 운영자 빌 씨어


시카고를 벗어나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를 종착역으로 하는 3일째 여정에 돌입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데스트 팀은 66번 구 도로로 진입했는데, 이 도로는 세계 최초로 문을 연 맥도날드 1호점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데어리 퀸의 1호점 등이 위치해 있는 ‘가장 미국적인 도로’로 불리는 곳이다.

1930년대 이곳에서 자동차는 모래 폭풍을 피하는 피난처였고, 50년대에는 캘리포니아 여행객들의 거주지가 되기도 했다.

장소가 장소인 탓인지 도로 위에는 전 세계에서 단 1대 뿐임을 확신케 하는 휘황찬란하고 괴상하게 튜닝한 자동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윌밍턴 시에 접어들어 옥수수 모양의 헬멧을 뒤집어쓴 8.5m 크기의 우주인 거인상 아래 스마트 카를 주차해 두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과는 달리 사람들이 모여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누구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도 어떤 괴짜가 자기만족을 위해 튜닝한 자동차쯤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시민들로부터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스마트 카가 이미 테스트 팀이 예상한 용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었다. 통근용 자동차를 가지고 미국 내륙지역을 달리며 성공적인 장거리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카는 본인이 환경주의자임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싶어 하는 헐리우드 영화배우들, 희한한 신제품이라면 무엇이든 구입할 의사가 있는 얼리 어답터, 자본주의의 원칙들을 따르지 않는 도시의 창조적 계급층 정도나 호감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와 관련, 스마트USA의 데이브 쉠브리 사장은 스마트(스마트 카의 최대 경쟁자인 BMW 미니쿠퍼의 공식명칭이 ‘미니’ 이듯 스마트 카 또한 본래 이름은 ‘스마트’다)의 선전이 예상되는 구매계층을 도시 중산층으로 단순 분류하는 대신 다음의 세 가지 부류로 세분화한다.

자동차를 처음 구입하는 저가 모델 선호층, 2인승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 기존 차량에 더해 자녀통학 및 장보기용으로 자동차를 추가 구매하려는 베이비 붐 세대가 그것이다.


쉠브리 사장은 “스마트 카는 50%의 감성적 매력과 50%의 합리적 메리트를 갖춘 보기 드문 자동차”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66번 도로를 달리며 테스트 팀은 스마트 카의 합리성이 주는 이점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66번 도로 주유소 박물관’의 운영자 빌 씨어가 바로 그 사람이다.

85세의 할아버지인 씨어는 주유소 한쪽에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70년 전에 사용됐던 촌스러운 자동차 용품을 비롯해 각종 사진자료, 풍속자료 등 자신의 수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데스트 팀에게 뜬금없이 산에 오르다 목숨을 잃은 수많은 등반가들에 대해 일장연설을 한 뒤 “아무 목적도 없이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할 만큼 괴짜지만 스마트 카에 대한 평가는 로드쇼 기간 중 만났던 그 누구보다도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제대로 작동할지가 의문스러운 낡은 수동 카메라를 꺼내들고 스마트 카의 사진을 찍은 후 그가 남긴 말은 “공간이 너무 좁아 히치 하이커를 태워줄 생각은 아예 못하겠군”이었다.

아마 이 스마트 카의 제작자들도 씨어의 평가처럼 사람들이 스마트를 보고 외형상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자체를 하나의 자동차로 바라보고 장점을 알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아주 작은 벤츠 승용차
유류 사용량: 29.8ℓ, 소요 유류비: 18.38달러, 연비: 14.5km/ℓ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자동차 주위에 몰려들고 있어요”
-멤피스의 한 락카페 주차경비원


괴짜 노인을 뒤로하고 테스트 팀은 다음 목적지인 테네시 주 멤피스로 가기 위해 미시시피강 강변을 따라 형성된 그레이트 리버 로드로 들어섰다.

이 고속도로는 바람도 거세고 언덕길도 곧잘 나타나기 때문에 이따금 자동차 성능 테스트가 실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 이 스마트 카의 최고속도는 약 137km로 알려져 있다. 물론 테스트 팀은 지금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말이다. 사실 로드쇼를 진행하면서 스마트 카가 도로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였던 경우가 많았다.

특히 팀원들의 머릿속에는 스마트 카의 독특한 외모 때문에 설령 과속 단속에 걸리더라도 경찰이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하는 일은 뒷전인 채 차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까지 있었다.

스마트 카는 분명 장거리 주행용 차량은 아니지만 고속도로용 자동차임은 분명하다. 겉모습이야 어찌됐든 이것도 결국엔 성능 좋기로 유명한 벤츠 승용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 카는 구부러진 도로에서 액셀을 밟아도 바퀴가 노면에 밀착되어 아주 매끄럽게 나아간다.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에서 혹평한 가속 페달도 오르막길에서만 성능이 약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운전자와 동승자 2명 모두 자리가 비좁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사실. 운전석은 좌석에 앉으면 지면에서 상당히 높이 올라와 있는데, SUV 자동차보다 넓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여서 앞만 보고 달리다보면 뒤에 좌석이 없다는 생각조차 잊게 한다.

물론 이 조막만한 벤츠 차는 분명 단점도 존재한다. 테스트 팀이 느낀 가장 큰 불만은 변속기다. 수동방식은 그런대로 견딜만 하지만 오토는 심하게 요동친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아무 이유도 없이 나가버리는 전원이다. 시동을 껐더라도 차 문을 잠그지 않고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면 어김없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도 도난을 막기 위한 차량 보안시스템의 하나로 보이지만 시동을 걸기 위해 어두운 차 안에 앉아 문을 열었다 잠갔다하며 기어를 변속해야하는 상황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경험임에 틀림없다.

이 문제점 또한 2008년형에서는 완전히 보완될 예정이다. 미국형 신 모델은 또 미국인들의 특성에 맞춰 차체가 조금 커지고 최고속도 역시 시속 145km로 상향조정된다.

주행 중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쳐 예정에는 없었지만 급히 멤피스 그레이스 랜드의 RV파크로 대피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RV파크에서 하루를 묵은 테스트 팀은 로큰롤 카페의 주차장에 스마트 카를 세워놓고 그레이스 랜드 자동차 박물관을 구경했다. 하지만 그 한가로운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름을 마라라고 소개한 주차 경비원이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자동차 주위에 몰려들고 있다”며 급히 찾아왔던 것.

하지만 그녀 자신도 스마트 카의 정체가 궁금했던 듯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그게 무슨 자동차죠? 전기 자동차인가요? 아니면 하이브리드인가요?” 등등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녀는 스마트 카가 크기만 조금 작을 뿐 기본적으로 일반 자동차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설명에 무척 놀라워했다.







크면 안전, 작으면 위험?
유류 사용량: 15.5ℓ, 소요 유류비: 10 달러, 연비: 16km/ℓ


“외관이 멋지기는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 미시시피 주 훌카에서 만난 한 구경꾼


로드쇼 5일째의 최종 종착지는 미시시피 주 훌카. 하지만 멤피스를 출발하자마자 테스트 팀은 78번 고속도로에서 악몽 그 자체에 직면했다. 3차선 도로 모두가 세미 트럭들로 완전히 꽉 막혀버린 것.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자살행위처럼 보였을 만큼 거대한 트럭들 속에 갇힌 스마트 카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었다.

정체를 뚫고 앞으로 트럭 사이를 헤치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옆 차선의 트럭에서 한 여성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이거 컨셉트 카 시제품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컨설팅 업체인 오토 퍼시픽의 컨설턴트 댄 홀은 스마트 카에 대해 “적어도 주눅이 들지 않을 만큼은 운전석이 높다”고 평가했다.

사실 차체가 작고 낮아 사고발생시 안전하지 못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싸워야만 하는 스마트 카 제작자들에게 전문가들이 해줄 수 있는 칭찬은 이 정도 뿐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미국 전체 교통사고 사망 건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복사고의 주범은 일반 자동차가 아니라 트럭이나 SUV다. 차량 단독사고의 통계에서도 소형차는 픽업트럭보다 훨씬 비중이 낮다.

유럽의 신차평가제도(NCAP) 충돌 테스트에서 1세대 스마트 카는 외부 충격을 차 전체로 퍼지게 만드는 ‘운전자 보호용 프레임’에 힘입어 5점 만점에 3점을 받았다. 포드의 에스코트(Escort) 해치백보다 높은 점수다.

2008년형 모델에도 이 같은 ‘고강력 안전 공간 확보시스템’은 계속 채택된다. 또한 4개의 에어백과 ABS 브레이크, 미끄럼 방지 장치인 표준형 전자식 안정제어기(ESC) 등도 장착된다.

미국고속도로안전연구원(IIHS)에 따르면 ESC를 장착할 경우 단독차량 사고의 위험을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 2대 이상이 관련된 복수차량 사고에 의해 희생됐으며, 항상 작은 차량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형차 운전자의 복수차량 사고 사망률은 운전자 100만명 당 94명. 이는 평균치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SUV의 경우 100만명 당 21명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스마트 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스마트 카 자체가 아닌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현재 상황이다.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대형차를 선호하면서 SUV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나 혼자는 죽을 수 없다는 일종의 상호확증파괴(MAD) 심리인 셈이다.

만약 자동차업계의 트랜드가 SUV 중심에서 소형차 중심으로 이동한다면 스마트 카는 좀 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텐트 속에 쏙 들어가는 자동차
유류 사용량: 25.9ℓ, 소요 유류비: 17.15달러, 연비 19km/ℓ


“아이스박스 하나라도 실을 공간은 있나요?”
- 미시시피 주 훌카에 위치한 한 주유소의 손님


훌카를 떠난 스마트 카는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로 기수를 돌렸다.
로드쇼를 출발하기 전 테스트 팀은 5입방피트(1입방피트=가로·세로·높이 각 30cm) 크기의 트렁크에 배낭, 카메라 가방, 자켓 2벌, 노트북 컴퓨터 2대, 퀸 사이즈 에어 메트리스 1개, 침낭 2개 등 일주일간의 여행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실었다.(2008년형 모델은 트렁크 넓이가 8입방피트로 넓어진다.)
이중 침낭과 매트리스는 야외 캠핑을 위해 챙긴 것이다.

그동안은 적당한 장소가 없었지만 마침 몽고메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월마트의 주차장이라는 최적의 장소를 발견, 부슬비를 무릅쓰고 노숙을 단행했다.

이를 위해 테스트 팀은 50달러의 거금을 들여 커다란 텐트 하나를 구입했다. 텐트 속에 스마트 카를 주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월마트 지배인이 나와 ‘책임상의 이유’ 때문에 캠핑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텐트가 아니라 텐트 안에 있는 자동차에서 머문다고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머리를 짧게 밀어버린 이 거구의 지배인 이름은 그레이였는데, 얼굴에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테스트 팀이 캠핑을 포기하자 그는 “자신도 얼마 전 실버라도(Silverado) 픽업트럭을 처분하고 도요타의 소형차 싸이온(Scion)으로 바꿨다”며 스마트 카를 호의적인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는 3일마다 휘발유 값으로 60달러나 지출했지만 싸이온으로 바꾼 후에는 6일에 20달러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월마트와 함께 생활하는 이 곳 사람들은 효율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여정의 종착지 앨라배마 도단
유류 사용량: 11.8ℓ, 소요 유류비: 7.75달러, 연비: 16km/ℓ


“지붕 위에 커다란 손잡이를 만들면 고장이 났을 때 들고 갈수도 있을
것 같다” - 앨러바마 주 트로이에 위치한 바베큐 식당의 단골 고객


일주일간의 여정을 끝낼 최종 종착지는 앨라배마 주 도단.
이곳은 컨티넨탈 자동차 전용 극장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종착역으로 낙점됐다.

극장 도착 전 231번 고속도로 상에 있는 유일한 음식점인 BBQ 식당에 들렀다. 주차장에는 포드 F-350, 시보레 실버라도 등 픽업트럭이 즐비했고 식당 안에도 거구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만난 150kg의 뚱보 폴은 스마트 카에 대해 점잖았지만 별로 열의가 없는 논평을 했다.

그는 “트럭 운전사들은 이 차를 무슨 벌레라도 되는 것처럼 짓뭉개고 싶어 할 것”이라며 “저런 차를 타고 가다가 자칫 사고라도 났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 단골손님 중 한명인 론은 스마트 카를 아주 진지하게 살펴본 후 “출퇴근용 자동차로는 최고의 차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대형 간판을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일을 하는데, 기름 소모량이 아주 많은 포드 F350 4x4를 몰기 때문에 연비가 뛰어난 스마트 카가 엄청난 매력 덩어리로 보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론과의 대화를 바라보던 폴이 스마트 카 시운전을 제안했다. 뚱뚱한 자신이 탈 수 있다면 누구라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제안의 변이었다.

결국 운전을 마친 그는 “이 차가 수입되면 정말 잘 팔리겠다”며 “우리에게도 이런 차가 필요하다”고 스마트 카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180도 바꿨다.

스마트 카가 바라는 반응도 바로 이런 것이다. 그저 멋진 차가 아니라 기존 자동차들의 허점을 보완한 새로운 자동차로 바라봐 주는 것 말이다.

기분 좋게 도단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낸 테스트 팀은 차를 돌려주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주차장에서 스마트 카에 다가가자 프레다라는 호텔 종업원이 다가와 차의 주인이 맞는지를 묻더니 “지금까지 살면서 저렇게 작고 못생긴 차는 처음본다”며 “정신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양쪽 끝이 잘려나간 것 같은 저런 차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악의 섞인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자동차가 휘발유 1리터로 17km를 달릴 수 있다고 설명하자 그녀는 말을 멈추고 스마트 카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다른 색상은 없나요?”



소형 자동차의 변천사


1949년 폭스바겐 비틀 [사진1]

전장: 3.65m, 중량: 476kg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미국에 첫 선을 보였다. 출시 당시의 시장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지만 60년대 후반에 이르러 비틀은 미국의 아이콘이 됐다.

이는 말하는 비틀 자동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The Love Bug’의 영향도 컸다. 미국에서만 500만대가 팔렸다.


1970년 AMC 그렘린

전장: 4m, 중량: 1,194kg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미국산 준 소형차로 여기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비행기 멀미 봉투에 끄적였던 스케치를 기반으로 외형이 만들어졌다. 1978년까지 67만1,475대가 팔린 AMC사 최고의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1973년 혼다 시빅 [사진 2]

전장: 3.5m, 중량: 697kg



혼다를 오토바이 회사에서 자동차 기업으로 재인식시킨 모델.
출시 첫해 4만3,119대가 판매됐고, 이듬해에는 그 두 배가 팔렸다. 일본 업체들이 소형 자동차 분야에서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2002년 BMW 미니 쿠퍼 [사진 3]

전장: 3.6m, 중량: 1,050kg



SUV 자동차 위에 미니 쿠퍼를 얹고 미국의 여러 도시들을 순회한 파격적인 광고 캠페인 덕분에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2002년 이후 총 18만대가 팔렸다. 이는 BMW의 예상치보다 두 배나 많은 실적이었다.


2007년 ZAP 오비오 [사진 4]

전장: 2.7m, 중량: 602kg


최근 미국 ZAP사는 에탄올 겸용 가솔린 자동차를 선보이기 위해 브라질의 오비오사와 손을 잡았다. ZAP 관계자는 이 새로운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아주 높다고 밝혔다. 곧 1차분 5만대가 미국에 수입될 예정이다.


2008년 다임러크라이슬러 스마트

전장: 2.7m, 중량: 820kg


1998년 스마트가 처음 소개된 이후 현재까지 36개국에서 77만대가 판매됐다. 현재 미국 출시를 앞두고 성능개선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형 모델은 전장이 0.15m 정도 길어지고 기어변속도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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