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3’에서는 3명의 악당이 등장한다. 호버보드를 타고 하늘을 나는 ‘뉴고블린’, 모래로 만들어진 ‘샌드맨’, 최강의 적 ‘베놈’이 바로 스파이더맨의 상대다.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 개성 넘치는 악당들이 과연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지나치게 냉철하고 날 세운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뉴고블린은 아버지가 개발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고 강력한 무기도 장착돼 있는 호버보드를 개량했다.
현재 호버보드와 가장 유사한 장비는 제트팩이다. 제트팩은 과산화수소를 90% 이상 고농축해 태울 때 발생하는 연소가스를 엔진의 노즐 밖으로 방출함으로써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샌드맨은 자유자재로 사람이 됐다 모래바람이 됐다 하면서 스파이더맨을 곤경에 빠뜨린다. 모래가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 될 수 있을까?
지구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는 탄소ㆍ수소ㆍ산소 등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소는 탄소다. 탄소는 단백질은 물론 탄수화물과 지방의 주 원소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는 모래의 주 성분인 규소가 탄소와 같은 족이므로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샌드맨이 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최강의 적 베놈은 신비의 외계물질 심비오트로 탄생했다. 심비오트는 처음에 스파이더맨을 숙주로 이용해 블랙 스파이더맨이 되게 했다.
외계물질이라는 말을 붙이고 나면 그 다음은 작가 마음이지만 숙주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능력은 마치 기생생물 연가시(Spinochordodes tellnii)를 떠올리게 한다.
연가시는 물속에서 수십만 개의 알을 낳고, 부화된 유충은 주변의 풀에 달라붙는다. 메뚜기, 여치 같은 초식 곤충이 풀을 먹거나 사마귀가 이들 곤충을 잡아먹는 과정에서 연가시의 유충이 체내로 유입된다.
문제는 연가시가 수중생물이기 때문에 알을 낳기 위해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 숙주인 메뚜기나 사마귀는 스스로 물속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이때 연가시는 숙주의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특별한 신경전달물질을 배출한다.
그러면 숙주는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연가시는 숙주가 죽지 않는 선에서 미묘하게 숙주를 조정한다. 심비오트가 사람을 숙주로 이용해 조종하지만 그를 죽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글_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