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세포, 맞춤형 암 치료 시대 연다

T세포(T-Cell)는 바이러스의 침투 사실을 알면 며칠 만에 1만 배로 증강돼 공격에 나선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섬멸될 때까지 전투를 하게 된다.

면역계의 정보파일은 1억 종류 이상의 바이러스를 구별할 수 있으며, 이렇게 형성된 면역정보파일을 가지고 암세포의 전이나 재발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맞춤형 항암치료의 메커니즘이다.

인체의 면역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림프구에는 기원과 기능이 서로 다른 2개의 세포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바로 T세포와 B세포다.


이중 T세포는 인체면역시스템의 주역 중 주역이다. 세포의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B세포에게 정보를 제공, 항체 생성을 돕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같은 T세포의 특성을 이용한 면역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호주 빅토리아 주의 스티브 브랙스 총리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US Bio 2003 생명공학회의’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밝혔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모나쉬 대학 연구팀이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성공, 내년쯤 미국과 영국의 6개 의료기관에서 선발된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

모나쉬 대학의 리처드 보이드 박사는 이 항암제가 나이가 들면서 퇴화하는 흉선(胸腺)을 재활성화시킴으로써 암세포와 기타 감염원을 공격하는 T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이 새로운 항암제는 구토와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20명의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에서 모든 환자의 T세포가 50%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환자의 60~80%는 증세가 크게 호전됐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중소기업진흥공단


HIV는 헬퍼 T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결합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HIV가 헬퍼 T세포 표면의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면 에이즈에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면역시스템의 열쇠 갖고 있는 T세포

모든 혈액세포의 근원이 되는 간세포(줄기세포)는 골수(bone marrow)에서 만들어 지는데 흉선에서 림프구로 분화하면 T세포가 되고, 흉선과 관계없이 림프구로 분화하면 B세포가 된다.

T세포는 흉선 프로그램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아군에게는 절대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경우에만 혈액 속으로 나와 활동하게 된다. 비율은 대략 3~4% 정도.

1960년대까지만 해도 T세포는 오직 한 종류만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각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분자와 세포 외부의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근거로 T세포가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헬퍼(helper) T세포, 킬러(killer) T세포, 서프레서(Suppressor) T세포다.

헬퍼 T세포는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발견하면 킬러 T세포에게 연락한다. 물론 킬러 T세포는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맹렬하게 공격한다.

그렇게 바이러스나 암세포가 섬멸되는 상황을 보면서 서프레서 T세포는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환상의 협공 플레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헬퍼 T세포는 B세포로 하여금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해서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T세포에 의한 맞춤형치료 메커니즘

에이즈를 불러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헬퍼 T세포를 공격, B세포의 항체 생성을 방해한다. 즉 헬퍼 T세포의 숫자가 감소하고, B세포의 활동이 저하되기 때문에 면역에 문제가 생겨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HIV는 헬퍼 T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수용체 CD4)과 결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HIV가 헬퍼 T세포 표면의 CD4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면 에이즈에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현재의 에이즈 치료법 역시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그 중 하나는 헬퍼 T세포의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는 단일 클론 항체를 주입해 HIV가 체내 세포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많은 양의 CD4를 만들어 바이러스의 당 단백질에 결합시킴으로써 바이러스가 목표로 한 세포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는 차세대 맞춤 의약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팀과 기업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획일적인 치료제보다는 환자 특성에 맞는 개별화된 치료제의 개발, 그리고 발병 후 치료보다는 예방적 차원의 치료제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세포는 혈액 1ml 당 100만~200만개가 존재하는데, 각각 전문적으로 세분화돼 있어 어떤 바이러스에 대해 누가 공격할 것인지도 나눠져 있다.

T세포는 바이러스의 침투 사실을 보고 받으면 몇 일만에 1만 배로 증강돼 공격에 나선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섬멸될 때가지 전투를 하게 된다.

또한 면역계의 정보파일은 1억 종류 이상의 바이러스를 구별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면역정보파일을 가지고 면역계는 암세포의 전이나 추후에 발생하는 재발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맞춤형 항암 세포치료제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이다.


선택적 암 치료 신약 속속 개발

암은 일단 발병되면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때까지 집요하게 공격한다. 암으로 생명을 잃는 사람은 매년 세계적으로 500만명 정도며,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4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암을 정복하기 위한 노력은 단계적 발전을 거쳐 왔다. 1950년대까지는 주로 외과의사에 의한 수술이 지배적이었으며, 1960년대는 방사선 요법, 1970년대는 항암 화학요법(항암제)이 등장해서 암 치료의 3대 기둥이 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요법만으로 암을 정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의학계는 새로운 면역치료제를 통한 암 치료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항암제 사용에 대한 부작용 없이 자신의 체질에 맞는 항암제를 사용하거나 면역치료제를 이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괴사시키는 등의 신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질병이라는 암을 정복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T세포는 혈액 1ml 당 100만~200만개가 존재하는데, 각각 어떤 바이러스를 공격할 것인지 나눠져 있다.






박경민 테크타임즈 기자 jeno426@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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