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THE BIC IDEA?
영화 ‘선 샤인’의 감독 대니 보일은 과학과 공포를 결합시켜 잘 꾸며진 한편의 새디즘을 연출한다.
영화 ‘선 샤인’의 감독 대니 보일은 과학과 공포를 결합시켜 잘 꾸며진 새디즘을 연출한다.
보일은 우울한 딜레마를 좋아한다. 데뷔작인 '쉘로우 그레이브'에서는 런던의 룸메이트들끼리 누가 시체를 썰지 한 순간에 선택해야 했고, '28일 후'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염병에 걸렸던 생존자들 중에 한 사람을 죽여야 했다.
이처럼 보일의 영화는 끔찍한 선택을 해야하는 사려 깊은 사람들을 묘사한다. 보일의 새 공상과학 스릴러 영화인 선 샤인에서는 태양이 죽어간다.
Q볼(초대칭성 원자핵)로 알려진 실제 물리 현상에 의해 태양이 맥이 빠지자 과학자들은 태양을 다시 불타오르게 하려고 태양의 중심에 폭탄을 날려 보낸다.
이 영화의 주된 악역은 적대적인 ‘우주’, 그리고 관객들을 겁주는 최고의 수단인 ‘과학’이다.
그는 유럽공동원자핵연구기구(CERN) 소속 물리학자들이나 BBC의 유명 탤런트 브라이언 콕스 같은 사람들을 컨설턴트로 초빙해 영화에 나오는 위험한 상황의 개연성을 입증했다.
영화의 냉정한 산술처럼 우주선 승무원들에게 기회가 없다면 영화에서건 실제에서건 인류는 악전고투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독은 지구와 오만한 과학이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현실주의가 무서운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Q: 당신의 영화에 나타난 과학은 개연성이 높은 것, 즉 전염병이나 죽어가는 태양 등으로 나타난다. 작품에서 개연성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가?
A: 공상과학 영화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스타워즈나 스타 트렉처럼 뭐든지 가능한 세계를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드코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유형은 개연성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개연성에 근거한 영화들은 관객들을 진지하게 만들고 “이봐, 우리는 여기 놀러 온 게 아니야”와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다루는 거대한 주제들인 솔라리스, 외계인, 21세기 같은 대상들은 모두 개연성 있는 위협을 담고 있다. 현실주의야 말로 사람들을 절반쯤 무의식적으로 공포에 떨게 하는 강한 힘이다.
Q: 당신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특히 선 샤인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매우 잔인한 일을 해야 하거나 객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A: 그거야 말로 사람들이 직면하는 고전적인 딜레마 아니겠는가. 인간의 도덕성이 생존을 포기할 만큼 강한 것일까?
이 영화에서 나는 작가에게 주인공들이 산소를 절약하기 위해 누구를 죽일지 투표하고, 그러자 한 주인공이 투표에는 찬성하지만 만장일치로 통과되지 않게 하려고 빠지는 장면을 넣어 달라고 했다.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고 엉망진창인 상황에 뛰어들기를 거부한 그녀에게 공감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치면 누가 그럴 수 있을까?
Q: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모든 자연재해 중에서 태양의 사멸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A: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태양이 존재한다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한편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태양의 중요성을 무시해왔다.
그러나 태양 덕분에 모든 생명과 지구가 살아갈 수 있다. 거기에 대한 영화를 찍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놀라운 일본 영화 한 편과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제외하면 태양에 대한 영화는 하나도 없었다.
선샤인 같은 영화에서 다루는 거대한 주제인 솔라리스, 외계인, 21세기 같은 대상들은 모두 개연성 있는 위협을 담고 있다.
Q: 타 죽을 것 같은 뜨거움이나 살이 갈라져 나가는 추위 같은 우주여행의 위험을 어떻게 실감나게 표현했나?
A: 빌 브라이슨이 쓴 책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는 우주의 힘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잘 설명해 놓고 있다.
우리는 그 책에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전문가들을 시켜 우주의 위험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묘사하도록 했다.
우주는 영원불변하고, 무한하며, 또한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그런 우주에서 지구의 인간을 지켜주는 것은 얇은 대기뿐이다.
여기에는 좁은 방의 관점이 아닌, 영원한 큰 관점에서 본 폐소공포증이 있다. 각 주인공들이 죽는 모습에서 관객들이 그런 것을 느꼈으면 했다.
Q: 과학 고문들의 시각은 영화에 어떻게 반영됐나?
A: 고문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콕스는 유쾌한 사람이다. 영국 정부는 과학을 멋지게 표현해 달라고 그에게 돈까지 줬다. 그러나 그가 오만하다는 점은 밝혀둬야 한다.
그는 거만한 말투로 태양이 고작 중급 수준 크기의 별에 불과하다거나 로스 알라모스에서 원자폭탄을 터뜨릴 때 온 하늘이 불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말을 한다.
인간이 태양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오만함은 과학의 중대한 문제며, 또한 배우들에게 기가막힌 소재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우리 인간은 과학이라는 울타리의 보호를 받고 있다. 진보는 우리에게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혼란을 종식시키기도 한다.
우리 모두 생명을 부여받았으며 살아나갈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연장시킬 유일한 방법은 과학뿐이다.
Q: 오늘날 다양한 과학관련 오락 활동이 일반인의 과학에 대한 왕성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나?
A: 나는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런 것은 과학에 반하는 상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에 오락 산업은 진짜 과학과 마찬가지로 위험 부담이 컸고 모험적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안전함과 신뢰성을 추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잘 들어맞는 것이 과학 드라마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매트릭스’도 알고 보면 상술이다.
하지만 그 작품은 우리 모두를 한 발자국 나아가게 해 주었고 미지의 대상에 대해 경의를 표하게 해 주었다.
그런 판타지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태양을 다시 타오르게 하려고 떠난 과학자들은 죽음보다 더욱 나쁜 실패 위험에 직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