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안보의 열쇠 바이오농업

식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임에도 우리는 식량안보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요즘에는 식량안보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구시대적 발상으로 취급하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주곡인 쌀만을 자급할 뿐이며 밀, 콩 등 다른 작물은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이 바로 바이오농업이다.


식량위기의 전초지, 중국

현재 세계는 인구증가, 농업생산성 감소, 환경오염, 농작물의 바이오에너지 전용 등으로 식량수급 사정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쌀 40만톤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연간 생산하는 쌀의 10%에 해당하는 것이다.

식량자급률은 식탁위의 모든 음식물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하는 비율을 말한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1960년대조차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약 90%에 달했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 섭취로의 식생활 패턴 변화가 이뤄진 현재 식량자급률은 27%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7㎏의 곡물(사료)을 공급해야 하며, 돼지고기는 4㎏, 닭고기는 3㎏의 곡물을 필요로 한다.

각종 개발로 인해 농작물 생산을 위한 농지가 축소되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다. 식량안보 구축을 목표로 절대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1991년 새만금 간척사업을 시작했을 때 식량자급률은 40% 수준이었지만 16년이 지난 현재 식량자급률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매년 1%씩 줄어든 셈이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는 농지로 확보된 간척지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지 않고 어떤 수익사업을 할지에 더 관심이 많은 실정이다.

식량위기는 중국 변수로 인해 더 커지고 있다. 미래학자며 중국 전문가인 로히트 탈와르(영국 패스트퓨처 대표)는 “미래를 예측하려면 중국을 보라”고 주문한다. 식량에 있어서도 중국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식량위기는 중국이라는 변수를 만나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의 식량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도 없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미국 월드워치연구소는 급증하는 인구, 농지 부족, 농업용수 부족, 토지 생산성 감소로 인해 식량위기가 조만간 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이 연구소는 중국의 식량문제를 크게 우려하면서 지난 1994년 ‘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 라는 보고서까지 발간했다.

식량 자급국가였던 중국은 지난 2003년 약 6,000만톤의 식량(대부분 가축사료용)을 수입해 세계 최대 식량수입국으로 바뀜으로써 월드워치의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는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때 야산을 개간해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식량을 자급했지만 부작용으로 홍수 등 엄청난 환경재앙을 초래하게 됐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경사 25도 이상의 경작지를 다시 산림으로 되돌리는 ‘퇴경환림(退耕還林)’ 조례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현재 심각한 환경오염과 식량부족 문제에 동시에 봉착하게 됐으며, 이는 세계 식량수급 및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중국 발(發) 에너지대란 뿐만 아니라 식량 및 환경에도 엄청난 후유증을 낳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복병, 바이오에너지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국이 발간한 ‘국제 에너지 전망 2007’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소비량이 2004년부터 2030년까지 5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에너지 수요는 같은 기간 9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 이상에 달하는 중국의 에너지 수요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문제는 환경뿐만 아니라 식량부족도 초래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로서 바이오에너지가 각광을 받으면서 바이오연료가 앞으로 세계 농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은 바이오연료와 관계가 깊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 바이오연료로 이용되는 농산물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곡물 가격은 2~3년 사이에 2배 이상 올랐다.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미국 극장에서 파는 팝콘 값은 40%나 올랐으며, 우리나라 영화관의 팝콘 가격 역시 1년 사이에 20% 올랐다.

이에 따라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07년 7월 공동으로 발표한 ‘2007년도 농업 전망보고서’를 통해 곡물 가격의 고공행진이 10년 동안 이어져 농산물 값 강세 현상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또 바이오연료용으로 곡물, 식물성 기름, 설탕, 기름종자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식량과 사료로만 사용하던 옥수수가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바이오에탄올로 각광받으면서 세계 곡물 가격은 급등하고 있어 70% 이상의 식량을 수입하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량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오에너지 원료작물을 생산하는 지속 가능한 첨단 바이오농업 기술 개발이 요청되고 있다.







대안은 바이오농업

이처럼 식량문제는 먹을거리 자체뿐만 아니라 에너지 및 환경문제와 맞물러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바이오농업이다.

바이오농업은 유전체(genome) 정보와 형질전환기술(Transgenic Technology)을 이용한 분자육종(Molecular Breeding)으로 개발된 유전자변형(GM, Genetically Modified) 작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반복적이고 장기적으로 교배를 실시함으로써 원하는 품종을 얻어내려는 기존의 전통육종에 비해 분자육종은 필요한 형질을 가진 유전자를 특정작물에 인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원하는 품종을 얻어 내는 것이다.

현재 분자육종으로 개발된 작물을 유전자변형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또는 유전물질이 인위적으로 변형된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의미로 LMO(Living Modified Organism)라고 부르며, 유전자변형작물일 경우에는 GM작물로 표시할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GM작물의 상품화 연구는 우선 해당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제초제 내성 작물, 해충 저항성 작물, 바이러스 저항성 작물, 환경스트레스 저항성 작물 등 주로 경작자들이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하는 등 작물의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작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소비자들로부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기 위해 작물 품질과 기능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GM작물 상품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비타민A를 생산하는 골든 라이스, 콜레라 백신을 생산하는 바나나, 지방산 조성이 달라진 콩과 유채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GM작물의 상업적인 재배는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170만 헥타르(ha) 정도의 농지에 GM작물이 재배됐지만 2005년에는 전 세계 약 850만명의 농부들이 9,000만 ha에서 GM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2006년 들어서 GM작물의 재배면적은 처음으로 1억 ha를 넘어섰으며, GM작물을 재배하는 전 세계 농민수도 1,030만명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학, 기업연구소에서 제초제와 병, 각종 재해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거나 기능을 강화한 벼, 토마토, 감자, 콩, 고추, 배추, 고구마 등 GM작물과 화훼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2007 바이오안전성백과’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 9개 학술지에 게재된 GM작물에 관한 논문은 365편에 달한다. 특히 GM작물 개발에 핵심적인 식물체 재(再) 분화와 형질전환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연구실 수준에서 GM작물 개발 사례는 다수 보고되고 있지만 실용화 단계를 거쳐 제품화가 이루어진 경우는 아직까지 한건도 없다.


미래의 바이오농업은 의약품도 생산

바이오농업에 의한 GM작물의 재배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먹을거리가 우리 식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안전성 검정 등의 이유로 GM작물의 이용을 반대하는 주장도 상당수 있지만 향후 과학적인 검증이 가능한 높은 수준의 평가방법이 확립되고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완비되면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GM작물은 하나의 형질과 관련된 유전자를 도입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다수의 유전자를 동시에 하나의 작물에 도입해 복합기능이 부여된 GM작물의 개발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건조와 추위가 문제가 되는 사막화 지역에 잘 자라는 재해내성 GM 고구마에 기능성 사료성분과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된 복합기능의 GM 고구마를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농업으로 항암성분, 혈압강하성분 등 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GM작물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개발 초기단계로 가시적인 성과는 적지만 조만간 상업적인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되는 분야다.

콜레라 백신 바나나 등 먹는 백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의료진 부족, 유통 시스템과 냉장시설 미비 등으로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 큰 혜택을 주게 된다.

이처럼 미래에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GM작물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장소, 어느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것은 물론 병충해에 강하며 수확량도 높다.

특히 여러 가지 기능성이 보강되고, 각종 질병의 치료효과가 있는 GM작물의 개발이 궁극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단위면적 당 쌀 생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농업기술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의 식량안보 구축을 위해서는 해외농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지역은 시베리아, 연해주, 몽골 등이 될 수 있다.

이런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추위와 건조 등 여러 가지 환경재해에 잘 견디는 신품종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의 대안은 결국 분자육종을 이용한 바이오농업이다.

정치인, 지식인, 과학자, 국민 모두 국가 생존에 직결되는 식량안보 구축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 농업생명공학 연구에 국가적인 투자와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국제 경쟁력 있는 바이오농업의 기술개발, 해외농업 등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_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생명공학연구센터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