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 겸용 모자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 때문에 낭패를 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일기예보조차 틀릴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소나기의 마수(魔手)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유일한 길은 불편을 무릅쓰고라도 집을 나설 때마다 무조건 우산이나 우비를 챙기는 단순무식한 방법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손쉽게 휴대 가능하거나 늘 휴대하고 있는 물건들이 우산 또는 우비로 변형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신 모씨는 지난해 바로 이 점에 착안, 모자가 우비로 변신할 수 있는 ‘우비 겸용 모자’를 실용신안 출원했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계절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자를 착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

참신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없지만 특허청은 출원인의 바람과 달리 실용신안 등록 거절을 통보했다. 왜 그랬을까.

이 제품이 상업성을 갖기 위해서는 모자의 디자인을 헤치지 않으면서 얼마나 적은 부피로 우비를 내장시키는가가 관건이다.

하지만 출원인은 이 부분은 무시한 채 굳이 복잡한 전동식 시스템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모자 내부의 양쪽 측면에 초소형 전기모터를 달아 자동으로 우비를 꺼내거나 넣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기 모터의 효용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 방식대로 시스템을 구현하면 가장 먼저 모자의 무게가 과도하게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전기 부품들을 보호하기 위해 치밀한 방수기능도 요구된다. 특히 모자가 더러워져도 세탁을 할 수조차 없는 등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제대로 구현해야만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