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게이트, 그리고 뇌 과학

요즘 ‘신정아 게이트’가 세간의 화제입니다. 제가 아는 한 지인은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 무료 타블로이드 신문을 읽어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문 가판대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핫이슈라는 것이겠죠.

사건의 전후 관계야 사법당국에서 가리겠지만 과학기술 잡지를 담당하고 있는 저에게는 신씨에 대한 정신과 전문의들의 진단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더군요.

신 씨의 학력위조와 과시적 소비, 그리고 언론에 대한 대응을 보면 자기애성 인격장애, 경계성 인격장애가 의심된다고 합니다.

또한 자기가 상상하는 모습을 현실이라고 믿는 에즈이프(AS if) 인격장애, 그리고 스스로 했던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도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비단 신 씨만의 문제일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누가 과연 정상적인지,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뇌(腦)가 이상한 방식으로 작용해 괴상한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의 뇌는 길이 20cm, 너비 20cm, 깊이 15cm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 1,000억개의 뇌세포(뉴런)가 담겨져 있고, 저장된 정보량은 한질의 백과사전이 수록하고 있는 것의 500배에 달합니다. 한마디로 작은 우주(宇宙)인 셈이죠.

그런 만큼 각종 질환과 정신장애도 많습니다. 실제 뇌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질병의 종류만 600여 가지에 달하며, 정신장애의 종류는 더욱 많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아스퍼거 장애(Asperger's Disorder)는 전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정신질환입니다.

누군가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도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폭력 전과자의 상당수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는 아름다운 여성, 즉 성공한 모델이나 배우도 자신의 신체결함에 수치감을 느끼는 질환입니다.

이들은 코, 귀, 가슴 등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혐오스러워 합니다. 심지어 이 문제로 고문을 받고 있다고 느끼며, 다른 어떤 것들도 생각할 수 없다고 합니다.

캡그래스 증후군(Capgras Syndrome)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이 있다고 믿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증후군의 또 다른 유형은 가족이나 친구 같은 중요한 사람들이 본래의 그 사람이 아니라 그와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코타드 증후군(Cotard Syndrome)은 자신이 죽었다고 믿거나 심장 등 몸의 주요부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질환이며, 안면인식불능증(Prosopagnosia)은 친숙한 사람의 얼굴을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억은 다른 면에서는 완벽하게 정상입니다. 오직 얼굴 기억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죠.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신 씨는 일종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은 관용과 사랑,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염두에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집단의 맨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특이한 사람들을 관찰, 치료해 사회와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묘하게도 파퓰러사이언스 10월호는 뇌 특집을 싣고 있습니다. 여기서 파퓰러사이언스는 뇌수술이 인류의 가장 대담한 시도라고 평가합니다. 또한 뇌 과학은 어떤 행성에 착륙하는 것 이상으로 인류의 꿈이 될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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