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THE BIC IDEA?
진공청소기 로봇 룸바를 발명한 콜린 앵글은 인간형 로봇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콜린 앵글은 헐리우드를 비난한다.
왜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인간이 마음대로 우주를 여행하고 신체장기를 만드는 데도 유리창을 닦아주는 로봇이나 요리를 해주는 로봇은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40세의 앵글은 미국에서 가장 큰 가정용 로봇 제작사인 아이로봇사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오락영화에서 ‘C-3PO’나 ‘옵티머스 프라임’같은 인간형 로봇이 나오기는 하지만 인간형 로봇에 대한 집착은 로봇산업의 발전 방향과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집안일을 하는 로봇이 굳이 값비싼 인간형 팔과 다리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예를 들자면 접시처럼 간단하게 생긴 아이로봇의 자동진공청소기 룸바는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말조차 할 줄 모르지만 2002년 등장 이후 250만 대나 팔려 가장 많이 팔린 가정용 로봇이 됐다.
지난 8월 출시된 신형 룸바의 경우 외관은 여전히 검소하지만 막힘 방지 기술을 새로 갖췄다.
이 때문에 카페트를 청소하다가 공기흡입구가 막히는 일이 없다. 또한 개량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어 충전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실전 테스트를 받고 이라크의 지뢰지대를 탐사하는 이 회사의 바퀴 달린 로봇 ‘팩봇(Pacbot)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아이로봇은 조만간 가정용 로봇 라인업에 두 개의 신제품을 더 추가할 예정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직 일급기밀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앵글은 인간형 로봇보다 가정용 로봇이 더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Q: 로봇에게 적절한 도움을 받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인가?
A: 로봇 제조는 어렵고 돈이 많이 든다.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인간형
로봇을 만들려면 더욱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보다 실용적인 로봇 제작에 쏟아 부었더라면 진공청소 로봇이 10년은 더 일찍 나왔을 것이다.
룸바의 성공 원인에는 청소 성능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120~370달러)도 한 몫 했다. 엄청난 돈을 잡아먹는 팔다리 달린 로봇 개발에 무엇 하러 돈을 투자하는가?
Q: ‘우주 가족 젯슨(The Jetsons)’에 나오는 하녀 로봇 로지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당신은 로지의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보는가?
A: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일단 로지는 너무 크다. 때문에 뭔가에 부딪친다면 상당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력과 모터가 그만큼 더 필요하다.
모터 숫자는 아마 룸바의 20배, 가격은 1,000배는 족히 될 것이다.
로지와 룸바가 결투를 벌인다면 1초도 안 돼 룸바가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로지 같은 로봇은 앞으로 나올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게임이 될 턱이 없다.
Q: 당신 회사의 로봇은 대개 작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는 작고 값싸며 특정 임무에 맞게 설계돼 대량생산이 가능한 로봇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봇의 임무가 청소라면 작을수록 좋지 않은가.
Q: 당신 회사의 제품은 군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청소를 하는 로봇과 폭탄을 해체하는 로봇 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가장 큰 차이는 필요한 컴퓨터의 처리능력일 것이다. 그러나 양자 간에는 모든 면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바닥을 청소하는 룸바의 능력과 지뢰를 찾는 팩봇의 능력은 모두 똑같은 내비게이션 및 이동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물론 팩봇의 처리능력이 더 크기는 하다.
Q: 앞으로 어디에서 로봇을 가장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A: 앞으로 23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의 수는 지금의 두 배가 된다.
그러나 가정에서 간호를 해 줄 여력은 떨어질 것이다.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24시간 언제나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
약 먹을 시간을 알려준다거나 침대에서 일어서도록 부축해줄 수도 있다. 앞으로 로봇과 함께 살던가, 아니면 자녀들과 함께 살던가 양자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Q: 로봇에게 가장 맡기고 싶은 집안일은 무엇인가?
A: 빨래를 개어 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