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손 겸용 다용도 지휘봉

지휘봉(지시봉)은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수요가 있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지휘봉은 제품의 특성상 사용자가 계속해서 휴대해야 하는데 비해 용도는 지휘봉으로 한정돼 있어 다소 낭비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경남 고성에 거주하는 서 모씨는 지휘봉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다용도 지휘봉’이라는 아이템으로 실용신안 사냥에 나섰다.

안테나처럼 늘이거나 줄일 수 있는 지휘봉에 볼펜이나 레이저 포인터를 부착한 제품은 이미 상품화 됐지만 출원인은 이에 더해 호루라기와 효자손 기능까지 결합시켰다.

내부에는 볼펜을, 상단부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호루라기를 부착했다. 또한 하단부에 다수의 돌기를 형성해 가려운 등을 긁을 수 있는 효자손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지휘봉의 효자손 변신이라는 기발함 때문인지 특허청은 지난해 8월 이 아이템의 실용신안 등록을 수용했다.

하지만 볼펜이나 호루라기는 지휘봉과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있고 필요성도 느껴지는 반면 효자손 기능은 지휘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종의 사족(蛇足)과 같은 느낌이다.

지휘봉이라는 것이 회의, 프레젠테이션, 인원 통솔 등 비교적 엄숙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사용되는데 끝부분이 오톨도톨한 돌기로 뒤덮여 있다면 보는 이의 웃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상품화 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 아이템은 지나친 다기능이 본래의 용도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