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향해, 우주를 넘어

비행기 게임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눈부신 진화를 거듭해 왔다. 지난 1970년대 말 등장했던 비행기 게임들은 좌우로만 조작이 가능했고, 날아오는 적의 총알을 피하면서 적을 쏘아 맞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비행기 외에도 캐릭터가 직접 게임에 참여해 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빠르게 창공을 날고 우주를 넘나드는 짜릿한 비행의 세계가 게이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날개와 몸을 붙였던 밀랍이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 이카루스의 꿈은 곧 창공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었다.

인간은 이 같은 욕망을 현실로 만들기까지 수 천 년을 기다려야 했다. 몽고메리가 열기구를 띄우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완성하면서 인간의 꿈은 하늘로 향했다. 특히 우주에 대한 꿈이 실현되는 데는 불과 백 년 남짓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누구나 돈만 있으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그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상당한 교육을 받은 몇 사람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선택받은 케이스다.

게임의 시조로 불리는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겔러그’가 외계 우주선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라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는 하늘은 물론 우주를 정복하고 싶은 욕망이 게임을 통해 반영된 것이다. 그 결과 비행기 게임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장르로 자리 잡게 된다.


게임의 대명사, 겔러그

비행기 게임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눈부신 진화를 해왔다. 지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비행기 게임들은 비행기를 소재로 한 평면적인 게임이었다.

비행기의 움직임도 좌우로만 가능했고, 날아오는 적의 총알을 피하면서 적을 쏘아 맞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때 나왔던 게임, 특히 겔러그는 아직까지도 게임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초보 게임자임을 표현할 때 “겔러그 밖에 못해 봤다”는 말을 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겔러그가 게임의 시작임을 누구나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들어서 등장한 ‘제비우스’는 비행기 슈팅게임의 전형이 된 작품이다. 자신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땅에 있는 적들을 도입시켰다는 점에서 비행기 게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인 비행기 게임에서는 공중의 적과 지상의 적을 모두 동일한 무기로 공격한다. 이에 비해 제비우는 지상용 무기와 공중용 무기가 다르다는 차이점을 지닌다.

지대공 무기와 공대공 무기가 다른 게임은 이후 영국의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모델로 한 ‘헤리어’ 등에서 차용되기도 한다.


겔러그는 아직까지 게임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그 만큼 비행기 게임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제비우스의 뒤를 이어 오락실용 비행기 게임의 왕좌를 차지한 것은 캠콤의 ‘1942’였다. 태평양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1942년 비행기 한 대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1942 시리즈는 오락실용 게임뿐 아니라 가정용 비디오 게임의 타이틀로도 큰 인기를 끌어 ‘1943’, ‘1943改’, ‘1944’로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라이덴’, ‘에어로 파이터’ 등 보다 다양한 공격 방식이나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게임들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선보여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인텔의 팬티엄 시리즈와 개인용 PC의 보급으로 PC 패키지 게임의 황금기를 맞게 된다. PC는 오락실이나 가정용 게임기와는 달리 키보드를 입력장치로 하기 때문에 훨씬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비행기 게임도 이 같은 PC의 특성을 살려 단순한 슈팅게임에서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과 같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발전하게 된다.

비행 시뮬레이션은 실제 비행기와 같은 복잡한 조작을 통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국내에서의 저변은 넓지 못했다.

오락실용 비행기 게임의 상당수는 일본 게임들이었던 것에 비해 비행 시뮬레이션은 상당수가 미국산 게임이다. 아무래도 미국이 세계 최고의 전투기를 보유한 국가라는 점에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도 인기가 높은 장르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중 최고로 꼽히는 작품은 여러 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은 실제 조종사 양성 과정에서 사용될 만큼 극도의 사실감을 자랑한다.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은 전투기가 아니라 일반 항공기를 운행하면서 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항에 대해 대처하는 것을 습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사실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것을 익히는 것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비행기 게임, 온라인으로 날다

비행기 게임은 가장 오랜 시간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장르지만 온라인 세상에서는 산발적으로 게임들이 출시됐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비행기 게임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온라인 게임의 주류로 부상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나온 작품들은 게임을 오래하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레벨 업 시스템 을 도입했을 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살려 대결모드와 대전모드를 적절히 살려 게임의 재미를 높였다.

NHN의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될 ‘발키리 스카이’는 비행기 게임이라기보다는 비행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심부름꾼인 발키리를 소재로 한 비행 슈팅게임인 것이다.


오락실에서 인기 높던 비행기 게임이 장르로 자리잡지 못한것은 온라인만의 재미를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비행기 게임과 같이 게임의 진행이 화면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종 스크롤 방식을 택했다. 전통적인 비행기 게임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캐릭터가 성장하고, 게임이 진행되는 전장이 불규칙적으로 생성된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 달부터 비공개 테스트에 들어가는 위메이드의 신작 ‘나르샤 온라인’도 비행기 게임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비행기 게임은 어렵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법의 힘을 통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조작법도 간편해 남녀노소 누구나 익히기 쉽다.

마법의 힘으로 날아다니는 비행 유닛이기 때문에 하늘 위에서의 움직임이 훨씬 격렬하다. 마치 서핑을 하듯 곡예비행도 가능하며, 다양한 마법탄환과 화려한 기술로 대결을 펼치게 된다.

특히 최대 12명이 동시에 접속해 대결하는 대결모드는 물론 10명의 플레이어가 편을 짜고 거대 전함 나르샤를 조정하면서 전투를 펼치는 함대전 등 다양한 대결모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비행기 게임에 대한 요구 높아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로 유명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차기작 ‘에어로너츠’도 비행기와 조종사의 역할을 조화롭게 풀어내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 비행기 게임에서는 조종사의 역할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에어로너츠는 캐릭터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등 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세기 초라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해 동화적인 배경과 환상적인 전투기들의 조합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상용 서비스로 전환한 예당온라인의 ‘에이스 온라인’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광대한 비행기 게임이다.

비행기 게임이면서도 1인칭 슈팅게임(FPS)적인 요소와 역할수행게임(RPG)적인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편대 단위 전투는 물론 여단 단위의 대규모 전투도 가능하다.

25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미션모드와 음성채팅시스템 등을 통해 혼자 즐기는 것은 물론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 밖에 YNK코리아의 ‘카드던전 크레파스’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횡 스크롤 방식의 3차원 캐릭터를 조종하며 즐기는 비행기 게임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오락실에서 인기가 높았던 비행기 게임이 장르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온라인만의 재미를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성이 있었다.

그 결과 앞서 이야기한 새로운 개념의 비행기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카트라이더’나 ‘오디션’과 같이 대박게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게임이 선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비행기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요구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른 속도로 창공을 날며 펼치는 짜릿한 비행의 세계가 지금 게이머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광 서울경제 기자 chk011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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