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이용한 혈액검사법 개발…유방암·치매·파킨슨병 조기 진단해 맞춤 치료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급격한 의료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유방암과 치매, 그리고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인류가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 같은 질환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는 것.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을 때면 이미 손쓰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유방암과 같은 질환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져 앞으로 질병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생명공학회사 파워3 메디컬 프로덕츠(Power3 Medical Products, 이하 파워3)사는 최근 유방암과 치매, 파킨슨씨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단백질 기반의 혈액검사법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인 파워3의 유방암 검사법(단백질 기반 혈액검사법의 일종)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일명 단백질체학) 분야의 연구결과를 이용한 진단기법이다.
프로테오믹스는 유전자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프로테옴(단백질체)을 대상으로 유전자의 기능, 단백질의 기능 이상 및 구조 변형 등을 규명하고 질병 과정을 추적하는 분석기술을 말한다.
프로테오믹스를 이용하면 질병 유발 유전자를 찾아내는 유전자 검사법처럼 인체 내 혈액에서 질병의 징후가 있는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다.
특히 유전자는 지시만 내리지만 단백질은 신체를 작동하도록 한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떤 사람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판단할 수 있지만 단백질을 검사하면 특정 질병이 활성화됐는지를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판별해 낼 수 있다.
이 유방암 검사법의 가장 큰 장점은 방사선 촬영이나 절개보다 훨씬 부담이 적다는 것. 의사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파워3 연구실로 보내면 이곳에서 과학자들이 유방암의 조기 징후로 분류한 22가지 불규칙 단백질들을 찾아낸다.
파워3는 오클라호마의 머시 여성 센터에서 제공한 60개의 혈액 샘플을 무작위로 검사해 본 결과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은 97%, 유방암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여성은 93%의 정확도로 질병여부를 식별해 냈다.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실험은 올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파워3는 현재 파킨슨씨병과 치매용 단백질 기반 혈액검사법도 실험중이다.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치매 검사법은 치매 환자를 다른 퇴행성 신경질환 환자들과 확실하게 구분해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워3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래시는 “프로테오믹스를 이용한 암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는 의료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이 검사법은 유전적이거나 가족 병력상 발병 확률이 높은 40세 이하의 여성들에게 가장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