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EEN TECH
나노솔라 파워시트
스티커처럼 붙이는필름형 태양전지
태양전지 패널에서 딱딱하고 네모난 판을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필름처럼 얇고 유연한 막이 태양빛을 전기로 변환해 준다고 상상해보자.
아마도 집의 모양과는 상관없이 천편일률적 모습으로 지붕을 뒤덮고 있는 태양전지판 철근 구조물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수만㎡의 대지를 점령하고 넓게 펼쳐져 있는 기존 태양열 발전소도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
얇은 태양열 필름을 그냥 건물의 외벽이나 창문에 붙여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캘리포니아처럼 햇볕이 잘 드는 지역 뿐만아니라 중국, 인도, 케냐 등지에도 태양광 건물의 건설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패널형 태양전지판에 비해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 같은 태양전지의 개념은 수 십 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나노솔라사가 올해 이 상상을 현실화해 냈다.
구글 설립자들과 미국 에너지국(DOE)로부터 2,000만 달러(18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필름형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성공한 것.
이 회사의 파워시트(PowerSheet) 태양전지 패널은 인쇄기 형태의 장비를 활용, 알루미늄 호일 정도로 얇은 금속판에 햇빛을 흡수하는 나노잉크를 뿌려서 만들어진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1분에 수십m의 태양전지 필름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제조원가도 일반 태양전지 패널의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사실 태양전지 패널의 가격 문제는 태양광 발전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 걸림돌의 하나였다.
패널의 원재료인 실리콘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부족 상태에 처해 있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일반인들이 구입하기 어려울 만큼 고가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리콘은 반드시 유리 위에 입혀져야 하기 때문에 무게가 무겁고 취급도 불편하다. 운반 및 설치비용이 비싼 것은 당연지사.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값비싼 실리콘의 70%가 제조공정 중 손실돼 버린다는 점이다.
아무리 저렴한 태양전지 패널도 1W의 전력생산에 드는 비용이 3달러나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양광 발전이 석탄연료와 경쟁하려면 이를 1W 당 1달러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이와 달리 나노솔라의 파워시트는 실리콘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제조공정의 효율성도 높아 1W 당 생산원가가 일반 전지와 유사한 30센트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신재생에너지연구소의 초대 소장인 댄 캐먼 박사는 “필름형 태양전지는 대형트럭의 지붕, 차고 등 원하는 곳이면 어떤 곳에든 붙일 수 있다”며 “태양광의 활용성과 경제성을 뒤바꿔 놓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나노솔라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산호세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필름형 태양전지 제조공장을 설립 중에 있다.
내년 초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43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의 태양전지 필름을 생산하게 된다.
430㎿는 미국의 모든 태양광 발전설비의 전력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이에 맞춰 유럽에서 1.4㎿급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한 컨소시엄은 이미 파워시트 10만장을 선주문 해놓기까지 했다.
이제 나노솔라는 업계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파워시트를 생산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 태양광 주택 건설 프로젝트가 속속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캘리포니아 주는 향후 10년간 매년 10만 가구에 태양열 지붕을 설치하는 ‘밀리언 솔라 루프(Million Solar Roof)’ 계획에 착수, 이미 3만 가구의 설치를 완료됐다.
나노솔라가 향후 전 세계 태양전지 패널 시장을 주도하게 될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다.
나노솔라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기약 없는 연구개발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이 중요하다.
HOW IT WORKS
태양전지는 기본적으로 태양광의 광자(proton)를 전자(electron)로 바꿔주는 반도체가 다수의 전극 층들에 의해 샌드위치처럼 쌓여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태양빛이 반도체[C]에 부딪치면 전자가 방출되는데, P(positive)형 반도체와 N(negative)형 반도체를 접합시킨 P/N 접합층[D]이 이 전자들을 통과시켜 투명한 산화아연 전극[E]에 달라붙게 함으로서 전기가 발생한다.
나노솔라 파워시트의 가장 큰 특징은 유리 기판이 아닌 알루미늄 박막[A]에 몰리브덴(Mo) 코팅[B]을 입히고 그 위에 반도체[C]를 올려놓는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파워시트는 필름처럼 얇고 자유자재로 휘어진다. 특히 나노솔라는 구리(Cu)와 인듐(In), 갈륨(Ga), 셀레늄(Se) 등의 나노입자를 원료로 파워시트를 위한 완벽한 반도체 잉크 배합법도 완성했다.
이 나노잉크로 인쇄를 하면 잉크 스스로 박막 위에서 균일한 층을 형성하는데, 두께가 기존 태양전지 패널 흡광층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HOW IT MADE
알루미늄 박막 롤[1]을 대형 인쇄기[2]에 투입한다. 프린터가 박막 위에 태양광을 흡수하는 나노 반도체 잉크[3]를 얇게 인쇄한다.
잉크가 인쇄된 필름을 또 다 른 인쇄기로 보내 투명 전도성 물질로 코팅한다. 적당한 크기로 재단[4]해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