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국 달러화는 미국 조폐국에서 자체 제작한 잉크와 종이를 사용해 인쇄된다. 그리고 현재 최소 7,000만 달러어치의 위조 달러화가 유통되고 있으며, 그 중 75%가 100달러짜리 지폐다.
저렴한 스캐너와 프린터의 등장도 더 많은 위조지폐 양산에 한 몫 했다.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위조지폐 유통량은 두 배로 증가해 6,490만 달러어치가 됐다. 전문적 위조꾼들은 가면 갈수록 더욱 정교한 위조지폐를 만들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혁명 때문이다. 위조지폐 수사를 맡고 있는 재무부 비밀 검찰국의 마이클 메리트 부장보는 “지난 1990년대 초반에는 고품질 프린터, 스캐너, 복사기로 만든 위조지폐가 전체 위조지폐의 1%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그 비율은 56%에 이른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위폐범 중에는 지난 10년 동안 두 번이나 체포된 아트 윌리엄스 2세가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10월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스캐너와 고품질 프린터를 사용해 1,000만 달러어치의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비밀 검찰국은 현재 5,640억 달러 어치가 유통되고 있는 100달러 지폐 중 75%가 미국 외의 지역에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100달러 지폐는 이토록 흔하면서도 안정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경제 구조가 불안한 나라에서 사실상의 공인 화폐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한 기관에서 수많은 위조지폐를 수사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윌리엄스처럼 한탕으로 떼돈을 벌려는 악질적인 위폐범들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 20년간 북한은 오리지널 달러 제조기술만큼이나 정교한 인쇄기술로 슈퍼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이 위조지폐에는 정품 지폐에 있는 모든 보안 기능이 똑같이 복제돼 있었다.
북한은 이 위조지폐를 사용해 자국의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미국 달러를 평가절하 시키고자 했다. 비밀 검찰국에 의하면 2005년에만 530만 달러어치의 북한제 슈퍼 위조지폐가 유통되었다고 한다. 그 모두가 100달러 지폐였다.
대부분의 미국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자산을 전산화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미국 조폐국은 신뢰성이 입증된 최신 위조방지기술을 사용해 화폐 위조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새 지폐가 ATM에 들어가게 되면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위폐범이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조 전문가 VS 조폐국
파퓰러사이언스는 1,500만 달러어치의 위조지폐를 만들어 투옥된 바 있는 웨인 빅터 데니스에게 현행 100달러짜리 지폐의 보안상 허점을 찾아내보도록 의뢰했다. 미국 조폐국의 부장 래리 펠릭스는 앞으로 등장할 100달러짜리 지폐는 위조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거기에 쓰이는 첨단기술을 공개했다.
통합형 미세 인쇄기술
현재의 취약점: 대부분의 스캐너나 복사기가 읽을 수 없을 만큼 작은 글씨를 인쇄할 수 있는 미세 인쇄기술은 가장 오래된 위조방지 기술이다. 하지만 열성적인 위폐범들은 이것도 복제할 방법을 찾았다.
데니스는 “인간의 머리카락 굵기의 선을 그릴 수 있는 래피도그래프 펜만 있으면 미세 인쇄된 문자쯤은 바로 모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차세대 보호기술: 새 지폐에는 워터마크, 음각인쇄 도안 등의 다른 복제방지 기능이 들어간 영역에 미세 인쇄기술이 쓰일 것이다.
이 같은 통합형 보안대책은 위폐범들이 돌파하기 대단히 어렵다. 펠릭스는 이것이야말로 새 지폐 디자인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한다.
유리 돔이 깔린 안전선
현재의 취약점: 1996년에 도입된 현행 100달러 지폐는 매우 작은 글씨체로 USA 100이라고 적힌 안전선이 있다. 하지만 위폐범들은 이것 역시 복제해 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데니스는 “깨끗한 종이 위에 작은 문자를 출력해서 안전선을 만든 뒤 이 안전선을 라이스페이퍼 사이에 끼워두면 된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실물과 똑같은 위폐를 만들 수 있다.
차세대 보호기술: 차세대 100달러 지폐에 들어갈 안전선은 마이크로렌즈라고 불리는 65만 개의 작은 유리 돔(glass dome)을 몇mm 폭의 띠 위에 깔아 만든다.
빛이 안전선을 비추면 안전선 내에 미세 인쇄된 문자가 지폐를 돌릴 때마다 안전선 표면에 떠오른다. 이 같은 장치는 복제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광섬유가 들어간 워터마크
현재의 취약점: 위폐범들은 화폐 제조용 종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현행 5달러 지폐와 100달러 지폐가 동일한 위치에 워터마크와 안전선이 있음을 이용한다. 데니스의 말에 의하면 위폐범들은 5달러 지폐의 잉크를 지워버린 다음에 그 종이로 100달러 지폐를 만든다. 워터마크란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로 젖어 있는 상태에서 그림을 인쇄하고, 이를 말린 뒤 다시 양면을 인쇄하는 기술을 말한다.
차세대 보호기술: 차세대 100달러 지폐는 차세대 5달러 지폐와 마찬가지로 매우 크고 복잡하며 특이한 위치에 워터마크를 사용할 것이다. 또한 종이 자체에 광섬유 같은 작은 선이 들어갈 것이다. 이 종이를 자외선으로 비추면 빛이 난다.
복잡한 소용돌이로 만든 화폐 인물
현재의 취약점: 위폐범들은 아예 조폐국의 인쇄판을 그대로 모조하는 방식으로 위조지폐를 만들어왔다. 요즘은 고성능 프린터와 스캐너가 그 일을 대신해준다. 데니스의 말에 의하면 잘못된 부분은 포토샵으로 고치면 되고 일련번호를 새로 찍어 넣기만 하면 된다.
차세대 보호기술: 새 지폐의 디자인은 스캐너나 편집 소프트웨어가 읽는 즉시 작동을 멈춰버리도록 설계된 독점적 이미지를 사용할 것이다. 또한 다층 음각 패턴도 사용한다. 그리고 시중의 디지털 프린터로는 흉내 내기 힘든 복잡한 소용돌이로 벤자민 프랭클린의 얼굴을 만든다.
색 변화 잉크
현재의 취약점: 위폐범들은 공구상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녹색에서 흑색으로 색이 바뀌는 잉크를 모방하고 있다. 글리터(glitter)를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갈은 다음 투명 광택제에 혼합한 후 위조지폐에 바르면 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이것도 색 변화 잉크처럼 보인다.
차세대 보호기술: 차세대 지폐에는 이성체 잉크로 이미지나 패턴이 인쇄될 것이다. 이성체 잉크란 각도가 아닌 빛 파장의 변화에 따라 색이 변하는 화학물질이다. 이성체 잉크는 일광 하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전구나 LED로 비추면 보인다.
펠릭스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차세대 지폐는 영국의 20파운드 지폐에 있는 홀로그래픽 이미지도 갖추게 될 것이다. 홀로그램은 레이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정용 장비로는 복제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