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과학의 세계] 지구 재앙 초래할 행성 X는 존재하는가?

거대한 행성이 지구에 근접할 경우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끼쳐 자전축을 흔들어 놓거나 일시적이지만 자전 자체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또한 지구의 공전궤도에 영향을 줘 태양과 가까워질 경우 지구 전체가 열대 사막화되고, 멀어질 경우 차디찬 행성으로 변할 수 있다. 이 같은 지구 재앙을 초래할 행성으로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바로 행성 X다. 니비루로 불리기도 하는 행성 X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10번째 행성을 찾으려는 노력

지구가 속한 태양계에서는 지난 2006년 행성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을 포함해 모두 9개의 행성이 발견됐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명왕성 이후 10번째 행성의 존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팔로마 천문대는 지난 2003년 10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여기에 ‘2003UB313’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행성이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태양으로부터 명왕성까지의 거리인 44억3,000만Km보다 약 3배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행성의 특성을 보인다고 팔로마 천문대는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2003UB313은 직경 2,397km로 명왕성보다 30% 정도 더 크며, 560년의 공전주기를 갖고 있다. 위치는 명왕성보다 더 먼 곳인 ‘카이퍼 벨트(Kuiper Belt)’ 지역에 있는데, 카이퍼 벨트는 명왕성 뒤쪽의 얼음과 가스층 등이 뒤섞인 소행성 지대다.

미국은 자국 과학자가 유일하게 발견한 행성인 명왕성과 함께 2003UB313에 제나(Xena)라는 이름을 붙여 공식적인 행성으로 인정받으려고 했다.하지만 지난 2006년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는 명왕성을 행성으로 인정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명왕성과 유사한 제나 역시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규정됐다.

현재 행성은 달과 같은 위성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크기에 태양을 공전하고 있어야만 인정된다. 명왕성의 경우 크기가 너무 작고, 주변에서 비슷한 크기의 행성이 잇달아 발견되자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됐다.

결국 미국은 9번째 행성인 명왕성과 함께 제나를 10번째 행성으로 인정받으려 했지만 명왕성마저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됐다.지난 2월 일본 고베대학의 무카이 다다시 교수팀은 천문학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카이퍼 벨트 지역에 10번째(명왕성을 제외할 경우 9번째)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관측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무카이 교수팀은 이 행성이 직경 1만∼1만6,000km로 지구(직경 1만2,800km)와 거의 같은 크기라고 밝혔다. 또한 질량은 지구의 30∼70%고, 태양 주위를 약 1,000년의 공전주기로 도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관측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번째 행성의 존재 유무를 판별하는 근거가 되기는 불충분하다.

여기까지가 10번째 행성에 관한 논란의 공식적인 부분이다.

행성 X 또는 니비루의 존재

현재 인터넷이나 음모론자들 사이에서는 10번째 행성인 ‘행성 X’ 또는 ‘니비루(Nibiru)’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3,600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는 이 행성이 2012년께에는 지구와 충돌하거나 근접해 지구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NASA는 이미 1982년 이 행성을 발견했지만 독특한 공전주기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진실을 숨겨왔으며, 노르웨이의 한 정치가는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행성 X의 영향으로 지구 전체 또는 지구 표면의 상당부분이 파괴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거대한 음모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행성 X는 10을 나타내는 로마숫자 ‘X’를 써서 말 그대로 10번째 행성을 가리킨다. 즉 미지의 행성을 지칭하는 의미로서의 X는 아니라는 얘기다.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약 3,600년의 공전주기를 갖는 이 행성은 45˚ 정도의 각도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공전궤도를 갖고 있다. 이는 태양을 중심으로 원반형의 공전궤도를 갖는 다른 행성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것이다.

이 행성은 또한 태양계 생성 이후 3,600년마다 한 번씩 지구에 접근해왔지만 긴 공전주기와 유별나게 다른 공전궤도로 인해 그동안 발견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 예로 태양계에서 공전주기가 가장 긴 명왕성조차도 247.7년이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이 1년에 불과하다.

행성 X는 니비루라고도 불린다. 행성 X에 니비루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엉뚱하게도 고고학적인 발견에 토대를 두고 있다.

고고학자의 모험을 다룬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실제 인물로도 불리는 영국의 제차리아 시친(Zecharia Sitchin) 박사는 1976년경 인도 수메르 문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메르인들이 12번째 행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즉 6,000년 전에 기록된 수메르인의 설형문자에 따르면 이 12번째 행성이 바로 니비루며, 니비루 행성인들인 니비루안스가 지구를 지배하며 지구문명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또한 니비루안스에 대한 언급은 수메르 문명 뿐만 아니라 마야문명 등 세계 각지의 고대문명에 공통적으로 언급됐다고 주장했다.

외계인이 지구문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론적 토대로 자리 잡은 이 고고학적 연구는 곧 10번째 행성에 대한 관심과 음모론으로 이어지며 10번째 행성이 2008년에서 2012년께 지구로 근접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음모론자들은 10번째 행성을 가리키는 행성 X가 바로 니비루며 지름은 지구의 4배, 질량은 23배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600년마다 한 번씩 태양을 공전하는 니비루가 지구에 근접할 경우 커다란 재앙은 불가피하다. 이는 니비루의 실제 존재 여부를 떠나 지구보다 큰 크기의 행성이 지구 궤도에 근접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구 재앙의 과학적 근거

현재 과학자들은 거대한 행성이 지구에 근접할 경우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끼쳐 자전축을 흔들어 놓거나 일시적이지만 아예 자전 자체를 멈추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본지 2007년 10월호 참조)

또한 공전궤도에 영향을 미쳐 지구가 태양과 가까워질 경우 지구 전체가 열대 사막화되고, 멀어질 경우는 차디찬 행성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지구 자기장 교란은 거대한 폭풍이나 대륙을 덮칠 정도의 쓰나미, 슈퍼 지진 등으로 이어지며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처럼 지구가 얼어붙는 환경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거대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지 않더라도 근접하는 것만으로 지구의 환경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니비루와 관련해 인터넷 사이트(www.detailshere.com/niburu.htm)에 회자되고 있는 노르웨이 정치가의 경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의 말이라고 알려진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현재 세계 각국은 행성 X로 인한 대재앙을 숨기며, 지하 깊숙이 수많은 지하벙커와 시설물을 세우고 있다. 그런 만큼 자신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즉시 동굴 등 안전한 지하공간을 마련하고 최대 5년간 버틸 수 있는 통조림 등의 비상식량과 무기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어떤 정치가가 실제 언급한 것인지, 아니면 음모론자들이 만들어 낸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지구상의 모든 식물 종자를 지하 깊숙이 보관하는 국제씨앗저장고를 건설했으며, 다수의 지하벙커도 건설하고 있다.

니비루에 대한 NASA의 입장

현재 인터넷 상에는 행성 X, 곧 니비루가 해가 지는 석양 무렵에 보이며 촬영에 성공했다는 주장과 사진들도 나돌고 있다.

과학자들은 행성 X 또는 니비루의 존재에 대해 있다는 주장도, 그렇다고 없다는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그나마 과학적인 답변인 셈이다.

하지만 NASA의 입장은 좀 더 분명하다. 니비루 존재 여부에 대한 질문에 NASA 산하 NAI(NASA Astrobiology Institute) 소속의 과학자 데이비드 모리슨은 지난 3월 13일 “NASA가 여러 개의 왜소행성을 발견했지만 니비루는 발견한 적이 없으며,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한 니비루와 관련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내용들은 다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이트에 있는 내용들은 한낱 사기성 글에 불과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수 만 명 이상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탐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NASA가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NASA의 공식입장을 감안한다면 행성 X 또는 니비루 존재 논란은 10번째 행성을 찾으려는 천문학자들의 노력, 그리고 다른 행성이 근접할 경우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 음모론이 교묘히 짜 맞추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양계에 새로운 10번째 행성이 발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니비루는 아니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인 것이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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