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 기술자] 가볍고 단단한 자동차 실현하는 철강소재 개발

김성준 박사는 원가를 낮추면서도 더 단단하고 제조할 때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성까지 겸비한 철강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그가 1차적으로 내놓은 연구 성과인 변태유기소성(TRIP) 철강소재는 가볍고 단단한 자동차의 꿈을 실현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TRIP 철강소재는 자동차 부품 숫자의 감소, 생산 공정 단축, 경량화 및 안정성 향상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김 박사는 이와 함께 용접 기능공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우수한 품질의 용접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용접법도 개발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성준(사진)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박사는 ‘철(鐵)의 달인’이다.

그는 원가를 낮추면서도 더 단단하고 제조할 때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성까지 겸비한 철강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은 그가 개발한 소재가 들어간 보다 가볍고 단단한 자동차를 타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으로 사용되는 첨단 철강소재 분야는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격전장이다. 김 박사는 지난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등 환경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고, 고유가의 영향으로 연비문제까지 핵심 해결과제로 대두돼 가볍고 단단한 소재가 각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일본제철, JFE스틸 등 일본 철강사들이 이 분야에서 사활을 걸고 뛰고 있는 상태다.


김 박사에 따르면 철강 재료는 기본적으로 5가지의 ‘상(phase)’ 혹은 ‘조직(constituent)’이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분배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미세조직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는 세계 최고 품질의 철강소재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단 철강 재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원소이면서도 값이 저렴한 탄소(C), 망간(Mn), 규소(Si)의 총 함유량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철강 스크랩 내에 많이 포함돼 정련할 때 비용을 상승시키는 니켈(Ni)과 같은 원소를 0.5% 이내로 첨가시킨 매우 단순한 조성의 철합금 10여종을 설계했습니다. 이를 용해한 후 열간압연, 냉간압연, 2단 열처리를 거쳐 복합조직 판재를 만들었죠.”

단순한 조합과 분배만으로도 최고의 품질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놀랍게도 이 같은 제조 방식에서 ‘페라이트+베이나이트+잔류 오스테나이트’라는 3가지 상의 조합이 이뤄진 복합조직이 탄생했던 것.

특히 3가지 상 중 잔류 오스테니아트 상은 소재가 변형을 받을 때 마르텐사이트라는 상으로 바뀌면서 소재의 강도와 연성을 모두 증가시켰다.

김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을 변태유기소성(TRIP)이라고 하는데 탄소와 망간, 규소를 기본으로 하는 단순한 조성에서 재활용성이 우수하면서도 600~900MPa 범위의 고강도와 30% 이상의 고성형성을 지니는 철강 재료가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MPa는 압축강도의 단위다.

김 박사는 이 소재로 지금까지 두께가 얇고 복잡한 자동차 부품들을 하나의 부품으로 일체화하는데 성공했다. 당장 시장이 그의 연구 성과에 반응했다. ▶부품 숫자의 축소 ▶생산 공정 단축 ▶경량화 ▶안정성 향상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포스코, 화신, 성우하이텍 등의 기업과 11억7,000만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후속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의 상업화 실현으로 이미 자동차 프론트 서브 프레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에서는 괄목할 만한 기술 진보가 이뤄졌다. 기존 6개의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것이 단단하고 가벼운 1개의 일체화 부품으로 교체된 것.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그는 “이렇게 개발된 TRIP강은 현재 자동차 판재시장의 5%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2015년에는 점유율이 15%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의 연간 자동차용 판재류 매출액이 약 600만톤(5조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TRIP강 등 첨단 고장력강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6,000억원 이상의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조선 등 다른 분야에서도 그의 연구 성과가 속속 적용될 예정이다.

세계적 연구 성과와 더불어 그는 잔잔하지만 그 어떤 연구보다도 뜻 깊은 추가적인 기술 개발도 이뤄냈다. 갈수록 기술자들이 기피하고 있는 용접기술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한 것.

고열로 용접을 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등 기술자들에게조차 3D업종으로 불리는 용융용접법 대신 그는 회전마찰만을 이용해 두 금속판재를 접합시키는 표면마찰접합법을 개발했다.

김 박사는 “이 방법은 용접 기능공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우수한 품질의 용접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용융용접을 할 때 발생되는 유해가스가 없어 환경친화적 접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현재 국내는 물론 영국, 미국에서도 특허 출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박사는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KPC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티타늄 합금 밸브 주조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티타늄 합금은 반드시 진공을 유지한 상태에서 생산해야 하고 폭발 위험성도 커 이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이재철 서울경제 기자 hummi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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