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의 鳥人...모형 항공기 마니아

매년 4월 열리는 탑건(Top Gun) 대회는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 세계의 올림픽으로 동호인 중 가장 우수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다. 현재 태국에 살고 있는 마이크 셀비는 3성 장군, 제트엔진 공학자, 그리고 공군에서 일하는 가장 높은 민간인 등과 팀을
결성해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 A-10 워트호그를 만들어 냈다. 실제 항공기의 5.5분의 1 크기인 모형 항공기 A-10 워트호그는 정밀함과 완벽성으로 이번 대회에서 상을 휩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을 댄 논은 일견 부드럽고 연약한 땅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속 320km로 비행하는 모형 항공기를 비상 착륙시키는 데는 그리 좋지 않다. 이 때문에 마이크 셀비는 너비 3m, 무게 30kg 짜리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 A-10 워트호그가 태국 방콕 인근의 아스팔트 활주로를 이륙, 처녀비행 하는 모습을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셀비는 무려 1만2,000달러를 들여 한 해의 가장 좋은 계절 동안 이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를 만들었다. 그는 활주로 옆에 서서 청바지 벨트 고리에 엄지손가락을 끼우고는 쿠바산 시가를 꺼냈다. 발로는 계속 땅을 찍어댔다.

그의 옆에는 미 공군 장성인 테스트 파일럿 레이 존스가 서 있었다. 그는 대통령 전용기부터 U-2 정찰기에 이르기까지 뭐든 다 조종해 본 사람이다. 그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목에 맨 무선조종기의 무게에 맞서 몸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 등을 뒤로 제치고 있었다.

플로리다 주 레이크 랜드에서 열린 탑건 대회에서 셀비가 완성한 모형 항공기를 존스가 마지막으로 날린 지 거의 1년이 다 되간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그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매년 4월 열리는 탑건 대회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를 가리는 대회로서 제트기나 프로펠러기를 보유한 전 세계 130개 선수단만 초청한다.

이 대회가 열리기 전 셀비는 자그마치 2년의 시간을 들여 브라질산 터보프롭 훈련기 엠브레어 투카노 312를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로 제작하고, 미세 손질에 매달렸다.
최종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그 모형 항공기는 단연 앞서 나갔지만 마지막 비행에서 급선회를 하던 중 갑자기 조종 불능 상태가 됐다. 셀비는 “모형 항공기가 한쪽으로 쏠리더니 뒤집혀져 정글로 추락했다”며 “우리는 헬리콥터를 빌려서 잔해를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지구 반대편인 태국에 있고, 그의 재기작인 새 모형 항공기가 할주로로 택싱하고 있다. 이 모형 항공기는 정밀함으로 인해 이미 모형 항공기 동호인들 사이에서 화제가되고 있다.

탑건 대회 조직위원인 프랭크 티아노는 파퓰러사이언스 객원기자인 톰 클린스에게 전화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A-10기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대형 쌍발 제트기인데다 세부 묘사와 기능면에서 매우 뛰어납니다. 이만큼 독창적이고 카리스마를 갖춘 모형 항공기는 유례를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모형이건 실물이건 날지 못하면 항공기가 아니다. 존스는 방 남 프리오 활주로 옆에 서서 구경꾼들을 조용히 시키고는 무선조종기의 스로틀을 앞으로 밀었다.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욱 커 보였다. 모형 항공기 A-10의 쌍발엔진이 굉음을 지르자 활주로 저편에서 밀짚모자를 쓴 채 물소 떼를 이끌고 있던 여인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터빈이 분당 10만 번 회전하자 존스는 브레이크를 풀었다. A-10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옆바람이 불어 방향타가 흔들리고 이로 인해 A-10이 갈지자로 나가자 존스는 곧 무선조종기로 제어해 똑바로 나가게 했다.

스로틀을 최대로 밀자 모형 항공기는 굉음을 지르며 활주로 중앙선을 따라 달려 나갔다. 그리고 존스가 집게손가락으로 조종간을 살짝 당기자 A-10은 기수를 들고 급작스럽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셀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작품이 상승해 왼쪽으로 몸을 트는 것을 보았다. 모형 항공기의 실루엣이 태양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최고 중의 최고

여러 가지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 중에서도 제트기는 최고의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축소 모형 안에 제트엔진을 넣는데 따르는 기술적 난제는 일반 동호인으로서는 거의 해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호인 중에서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소수 정예가 수작업으로 만든 모형 제트기들은 최고 시속 480km로 비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셀비 정도의 수준이라면 실물 항공기와 똑같은 외관과 기능까지 겸비해야 한다. 셀비는 “우리 정도 수준이면 가히 구제불능의 모형 항공기 팬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53세인 그는 마르고 튼튼하며, 조용하고 잘 웃는 사람이다. 그는 뉴욕 주 로체스터에서 살던 어린 시절부터 모형 항공기를 만들어 날렸다. 그리고 20대 때 아시아 금융업계에서 일을 할 때도 그 취미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항공 운송업부터 물고기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선견지명을 가지고 투자했다. 그리고 브루나이 술탄의 재정자문 일을 그만둔 후 현재는 태국 왕가의 자산을 관리해 주고 있다. 그는 빠른 자동차, 큰 배, 크메르 미술품, 심지어는 희귀한 기타도 수집했다. 기타 중에는 키스 리처드와 피트 타운센드가 사인해 준 것도 있는데, 현재 태국인 아내 렉과 함께 사는 아파트의 전용 보관실에 있다.

하지만 셀비가 무엇보다도 열정을 쏟는 대상은 극도로 실감나는 축소 모형 제트기 제작이다. 셀비는 “이런 물건을 만들고 고치는 것은 일터에서 일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으로 정신이 쏙 팔린다”면서 “이런 모형 제트기 제작에 매달리는 것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5년 동안 그의 모형 항공기들은 더욱 더 정밀해졌다. 셀비와 같이 돈 많고 의욕이 있으며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은 첨단 복합소재와 작은 통제장치를 사용해 무게에 비해 대단히 강하고, 원격 거리측정기와 디지털 엔진관리 시스템을 사용해 모형 항공기 조종사들이 기체를 더 확실하게 조종하도록 한다.

물론 제품화되어 나오는 모형 항공기도 예전보다 더욱 실감나고 신뢰성이 높아졌지만 셀비와 같은 마니아들은 더 크고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즉 자신이 사용할 모형 항공기를 완전 자작해 버리는 것이다.

티아노는 “셀비 만큼 모형 항공기에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2,000명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2,000명 중에서 약 200명만이 원하는 것을 실현할 기술이 있다”면서 “특히 그 중에서 셀비 같은 20명만이 영원히 남을 모형 항공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셀비는 이렇게 말한다. “탑건 대회에서는 비행의 사실성을 가지고 점수를 매깁니다. 전투기를 재현했으면 전투기처럼 날렵하게, 폭격기를 재현했으면 폭격기처럼 둔중하게 움직여야 하지요.”

4월에 열리는 탑건 대회에서 셀비는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 그 중에는 월트 플레처라는 사람도 있다. 그는 미 육군 특수부대를 제대한 후 유타 주 세인트 조지에서 하비 헛이라는 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차 세계대전에서 일명 ‘붉은 남작’으로 불리던 만프레드 폰 리히트호펜 남작이 조종한 3분의 1규모의 포커 DR-1 3엽기를 준비하고 있다.

모형 항공기에 탄 조종사 인형의 머리는 좌우로 회전도 한다. 이 정도면 실제 비행을 할 때 심사위원들을 동요하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레 로네 로터리 엔진과 기관총 소리를 내는 스피커도 장착돼 있다고 플레처는 클린스에게 알려주었다. 뉴욕 주 스미스타운의 데이빗 위글리는 현실 세계에서는 아메리칸 항공의 보잉 767 조종사다. 그는 1950년대 영국 해군의 전투기인 웨스트랜드 와이번의 축소 모형을 들고 탑건 대회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한다.

위글리는 장장 4년에 걸쳐 이 모형 항공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그의 모형 항공기에는 동축반전식 프로펠러, 어뢰 투하, 모형 항공모함에 착함할 때 필요한 테일후크 등이 재현돼 있다.

하지만 53살의 동갑내기 셀비와 존스는 수년전부터 탑건 출전을 위해 드림팀을 조직해 왔다. 이 팀에는 별명이 ‘하드코어 포르노’인 방콕 출신 축소 모형 제트기 제작자 폰차이 새코어, 그리고 정비사 및 보급관 역할을 맡은 빌 데이비슨이 있다. 빌 데이비슨은 공군 장관의 행정 보좌관으로 미 공군에서 제일 높은 지위에 있는 민간인이다. 그리고 그만큼 군용기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그의 아내 펙의 말에 의하면 그는 집안에 앉아서 항공기 소리만 듣고도 어떤 기종인지 알아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팀원들이 모두 모여 훈련할 기회는 1년에 한번, 즉 1월의 한 주 뿐이다. 이 때 셀비, 존스, 데이비슨은 방콕에서 만나 모형 항공기를 정비하고, 파티를 연다. 그러면서 다음번 탑건 대회를 준비한다. 셀비의 팀은 탑건의 전체 팀 클래스에서 상을 탄 적은 없지만 비평가상을 받은 적은 여러 번 있다.

비평가상은 심사위원들과 외부 초빙 미술가들이 뛰어난 장인정신을 발휘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존스와 셀비는 처음 출전한 2001년에 그루먼 F7 타이거 캣으로 비평가상을 탔고, 2004년에는 브루스터 버팔로로 상을 탔다. 그 모형 항공기는 현재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의 해군항공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리고 2005년과 2006년에는 보우트 빈디케이터 SBU-2로 상을 탔다. 이 모형 항공기는 미 해군이 1930년대 개발한 항공모함 탑재 급강하 폭격기다. 지난해 그들이 만든 투카노는 비록 추락 사고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2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올해 그들이 만든 모형 항공기는 매우 야심차다. A-10 워트호그는 지상군에 대한 근접 항공지원을 위해 설계된 최초의 공군 제트기다.

이 항공기는 너무나 독특한 까닭에 모형화하기도 매우 어렵다. 실제 A-10의 무게는 13.62톤이며, 엔진 추력은 8.17톤이다. 워트호그(멧돼지)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항공기는 투박하고 둔탁할 뿐 늘씬하고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이 항공기는 생존율이 높으면서도 적을 압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조종석은 욕조형 티타늄 장갑으로 보호되며, 무장으로는 각종 폭탄 8톤과 분당 4,000발을 발사하는 30mm 개틀링 건이 달려있다. 데이비슨은 “전장에서 A-10이 기총소사를 하러 날아오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A-10의 비행 특성을 제대로 재현하는 것은 대단히 큰 기술적 문제가 따른다. 탑건 대회에 나오는 모형 항공기는 외관뿐만 아니라 비행 특성도 실물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셀비는 이렇게 말한다. “대회에서는 비행의 사실성을 가지고 점수를 매깁니다. 실물 항공기가 저속으로 폭격 항정을 한다고 하면 모형 항공기도 그 정도의 느린 속도에서 폭격 항정을 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실감난다고 봐주지 않습니다. 상승률을 높게 할지 아니면 낮게 할지, 전투기처럼 날렵하게 선회할지 아니면 폭격기처럼 둔중하게 선회할지도 모두 실제 항공기의 비행 특성과 같게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A-10은 참 까다로운 놈이지요. 이 항공기는 저공, 저속에서도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니까요. 우리는 그런 점을 그대로 재현해야 했습니다.”
셀비의 A-10 워트호그는 순전히 취미용으로 개발된 모형 항공기이기는 하지만 미 국방부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국방부 고위층에도 이들의 팬이 있는 것이다.
존스는 몇 년 전 공군 참모총장 버즈 모슬리 장군이 이번에는 공군 항공기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했던 것을 회상했다.

모슬리 장군의 권유는 명령이 아니었지만 점점 조바심을 냈으며, 언제 다시 모여서 새로운 모형 항공기를 날릴지 알고 싶어 했다는 것. 그 때까지 존스의 팀은 해군 항공기만 만들었다.탑건의 팀 클래스에서 참가자들은 특정 기종뿐 아니라 그 기종의 특정 기체를 골라 정확히 재현해야 한다.

셀비는 P.J. 존슨 대위가 조종했던 항공기를 골라 재현했다. 존슨 대위는 현재 대령으로 진급해 국방부에서 근무한다. 그의 사무실은 존스와 데이비슨이 일하는 곳과 홀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그가 조종했던 A-10은 1980년대 초반에 제작됐으며, 소속 기지는 조지아 주 무디 공군기지다.

1991년 제1차 걸프전쟁에서 존슨의 A-10 주익은 전투에서 부분 파손됐지만 그는 이 항공기를 무사히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5월 초 데이비슨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프 공군기지를 찾아가 실물 A-10기의 지상 사진을 촬영했다.

셀비는 존슨이 타던 A-10에 대해 책 한권은 될 만한 분량의 사진을 모았다. 그는 또한 각종 마크와 부대 마크에 대한 개요도와 공식 지침까지 구했다. 탑건 대회의 전시 분야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모형 항공기의 패널 라인, 마킹, 질감 표현, 심지어는 각종 흠집이나 긁힌 자국까지도 실물 사진과 꼼꼼하게 대조한다. 모형 항공기는 실제 항공기의 이력을 그대로 나타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티아노는 “실제 항공기에 흠집이 나 있다면 모형 항공기에도 똑같은 흠집을 내 주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A-10 워트호그의 내부

1. 착륙기어용 시퀀서 유닛
2. 배선 계통
3. 캐노피 제어장치
4. 등유 탱크
5. 배터리 묶음
6. 전원 박스
7. 비행등 제어장치
8. 압축공기 탱크
9. 자이로스코프
10. 터빈 제어장치

작지만 강하다

셀비의 모형 항공기는 탑건 대회에 출전하는 최초의 A-10기며, 대회 역사상 가장 큰 모형 항공기이기도 하다.

탑건 참가자들 중 85%는 기존의 키트를 사용하지만 셀비는 그의 30층짜리 아파트 건물 주차장에 있는 42평짜리 작업실에서 존슨이 타던 A-10기를 설계부터 제작까지 혼자 힘으로 제작했다.

이 작업실은 기술 마니아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것이다. 레이저 절단기, 컴퓨터 수치제어 절삭기와 선반, 3차원 레이저 스캐너, 플라스틱 진공성형기 등이 있다. 모형 항공기를 제작할 때 최대의 난점은 실물과는 완전히 다른 소재와 구조를 사용하고도 실물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추력 대 중량 비율, 양력 대 중량 비율을 잘 지켜야 뜰 수 있다.

셀비는 “날개가 너무 무거운 항공기는 마치 나는 벽돌 마냥 움직임이 둔해진다”면서 “따라서 저속으로 날 때에는 실속 현상이나 조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하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고 말한다. 셀비는 데이비슨이 구한 사진과 페어차일드 리퍼블릭사의 오리지널 A-10 썬더볼트 날개 도면을 가지고 날개를 축소했으며, 설계 및 에어포일 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방향타·승강익·보조익 등의 조종익면을 조정했다.
또한 A-10의 동체, 날개, 조종익면은 가벼운 유리섬유, 탄소섬유, 케블라로 만들었다. 외피에 사용 흔적을 재현하기 위해 도장이 끝나고 파스텔을 바른 후 스틸 울로 문질렀다. 그는 부분 색맹이었지만 꽤 효과가 좋은 방법이었다.

실물 A-10은 터보팬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팬을 사용해 외부 공기를 연소실 안으로 끌어 들인다. 하지만 모형 항공기는 보통 가볍고 단순한 1단식 축류형 터빈 엔진을 사용한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1단식 축류형 터빈 엔진은 공회전 상태에서 최대 추력을 내기까지 몇 초가 걸린다. 이 같은 시간 지연 때문에 착륙 실패, 또는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방콕에 본사를 둔 셀비와 새코어의 모형 제트기 회사인 PST 엔진스사는 자사 모형 항공기의 연소실에 추가 기화기를 설치하고 정밀한 디지털 연료제어 장치를 설치해 더욱 빠른 속도를 낸다. 내열 초합금과 세라믹 베어링을 갖춘 모형 항공기 A-10 엔진은 분당 회전수가 최고 12만회에 달하며 추력은 13.16kg이다. 엔진을 제외한 항공기 무게보다도 훨씬 강하다. 새코어는 이 엔진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어느 엔진보다도 더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양 날개를 붙이자 5.5분의 1 크기의 모형 항공기 A-10은 폭 3m, 이륙 중량 30kg의 대물이 됐다. 동체 내에는 15분간 비행할 수 있는 8.5ℓ 용량의 연료탱크 5개가 스파게티처럼 꼬인 탄소섬유로 둘러싸여 있다. 셀비는 모형 항공기의 무선수신 시스템을 설계할 때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사용하는 이중시스템을 채용했다. 무선수신기를 하나가 아닌 2개 탑재한 것. 메인 프로세서는 이 두 수신기 중 더 강한 신호를 포착한 쪽을 메인 수신기로 선택하게 되며, 수신된 명령에 따라 24개의 서브모터를 구동해 조종익면을 움직인다.

마이크로 스위치와 마이크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전원공급 시스템 또한 안정성 확보를 위해 2개가 채용돼 있으며, 별도의 리튬폴리머 전지를 통해 급격한 전력 손실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이와 함께 셀비는 착륙장치와 수납도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공기압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항공기용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유압식 쇼크 업소버 시스템과 자체 제작한 타이어도 달았다.

모형 항공기 앞부분에는 A-10에 장착된 개틀링 건의 모조품도 있다. 또한 캐노피가 열리면 방콕의 한 재단사가 정성스레 만든 P.J. 존슨의 비행복을 입은 인형이 조종석에 앉아있다. 특히 작은 플라스틱제 계기판의 모든 계기는 레이저로 조각한 것이다. 심지어 플라스틱제 계기판은 실제 계기판처럼 움직이며, 목표물을 포착했다고 알리기까지 한다.

셀비는 “조종석 디테일을 잘 만들었다고 추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면서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이라고 말한다.

작은 항공기, 큰 위험

이 모형 항공기를 만드는데 들어간 시간, 노력, 돈, 기술을 생각하면 셀비가 이것을 날리겠다는 것은 상당히 아까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행이야말로 탑건 대회의 본질이다. 복잡하고 정밀한 모형 항공기를 만든 후 추락해 부서질 위험을 안고 날리는 것이다.

셀비와 존스는 지난 탑건 대회에서 투카노가 추락한 것은 전파 간섭현상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경기장 외부의 전파가 범인이라는 뜻이 된다. 경기 도중에는 비행하지 않는 참가자들의 무선조종기가 모두 꺼진 채로 한 곳에 보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건 대회의 조직위원인 티아노에 따르면 전파는 매우 정밀하기 때문에 추락 사고를 일으킬 위험은 매우 낮다고 한다. 그는 “보통 장비 결함은 연료 또는 배터리 관련 문제가 많다”면서 “하지만 그런 문제도 갈수록 적어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투카노가 추락했을 때 존스 옆에 있었던 티아노는 그 모형 항공기가 회전할 때 속도가 충분치 못해 실속에 빠지고, 그 결과 추락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확실히 장담은 못하지만 그때 그 모형 항공기는 좀 느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셀비는 여러 대의 모형 항공기를 잃고 어렵게 자신의 한계를 알아갔다.

그는 한때 상업용 다발엔진 항공기의 조종사였지만 직접 만든 모형 항공기를 경기에서 날릴만한 근성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 중에 세계 최고의 조종사가 없었더라면 직접 모형 항공기를 날릴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존스는 16세에 최초의 단독 비행을 했고, 석사 학위를 받으면서 군에 지원하기 위해 상업용 조종사 면허장을 땄다. 비행 교관인 그는 미 공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투기와 공격기, 폭격기를 조종해 보았다. 특히 1990년대 미 대통령 전용기를 개조된 보잉 747-200기로 바꾸는 에어포스 원 프로젝트에서는 수석 테스트 파일럿 역할도 맡았다. 존스 역시 어린 시절부터 모형 항공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공군에 입대해서도 그 취미를 계속했는데, 아마 직업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가 2000년 싱가포르에 갔을 때 미국 부대사가 그를 셀비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당시 존스는 장군이라는 계급과 전략계획 및 프로그램 차장이라는 직위 때문에 A-10같은 단좌기를 조종해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모형 항공기를 통해 그 욕구를 해소했다. 그것은 여러 모로 까다로우면서도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존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형 항공기 조종은 실제 항공기 조종보다 더 어렵습니다. 처음 모형 항공기를 구입한 초심자들은 이륙 속도, 착륙 속도, 실속 속도 등도 모릅니다. 그리고 하늘을 날면 누구도 방향을 지시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따라서 모형 항공기가 자기 시야 안에 있을 때에만 조종이 가능하지요.

그리고 무선조종사의 시선이 완전히 잘못된 때도 있습니다. 모형 항공기가 조종사 쪽으로 날아오면서 착륙할 경우 모형 항공기의 조향은 반대로 해줘야 합니다. 무선조종사의 오른쪽으로 가게 하려면 조종간은 왼쪽으로, 무선조종사의 왼쪽으로 가게 하려면 조종간을 오른쪽으로 가게 하는 식이죠.”

엔진 점화

다음날 셀비의 팀은 3대의 자동차에 나눠 타고 작은 비행장으로 모형 항공기를 날리러 갔다. 존스의 말은 계속됐다. “모형 항공기를 실험할 때는 엔벌로프를 한 번에 조금씩 늘리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래야 뭔가 문제가 생겨도 만회할 여유가 생깁니다. 대통령 전용기나 모형 항공기나 똑같습니다. 실제 비행이야말로 유일한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뜨거운 토요일 아침 비행장은 적막했다. 비행장은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방콕 동쪽 부도심 바깥의 논 한복판에 있었다. 평탄하고, 어딜 봐도 녹색이며, 비옥한 땅이었다.

자동차에서 내리자 짹짹대는 새소리와 물소 울음소리가 셀비의 팀을 반겼다. 셀비와 새코어는 가져온 공구와 부품들을 나무 정자 안의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늘어놓았다. 다른 사람들이 모형 항공기를 조립하는 동안 존스와 데이비슨은 밖으로 나가 활주로를 산책했다.

존스는 껌을 씹었고, 셀비는 시가를 피웠다. 덩치 큰 데이비슨은 조용히 있으면서 필요할 때만 움직였다. 그의 큰 안경 뒤에는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눈이 있었다. 그 모습만 보면 그가 현재 국방부에서 일하고 있고 그 이전에는 20년간 공군의 비밀정보부에 있었다는 점을 거의 눈치 채기 어려웠다.

존스는 콜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내가 정보를 당신에게 말했다면 당신은 죽어야 해요.’ 정보 쪽에는 언저리에서만 맴도는 사람들도 있고, 데이비슨 같은 진짜배기들도 있지요.”
존스와 데이비슨이 활주로 상에서 완전 조립되고 연료까지 보급된 모형 항공기 A-10의 점검을 마쳤다.

모형 항공기가 멈추고 캐노피가 열리자 거기 탄 조종사 인형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열대의 햇살을 바라보는 듯 했다.

그러자 새코어는 모형 항공기 뒤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터빈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의 온도가 무려 섭씨 600℃나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나서 부탄 및 프로판 혼합물로 시동을 걸었다. 엔진의 분당회전수와 온도가 안정권에 이르자 연료공급 스위치를 작동, 내부 연료탱크의 제트A 연료가 엔진에 공급되도록 했다.
존스와 셀비가 공기압, 조종익면, 전파를 점검한 후 존스가 무선조종간을 잡았다. 모형 항공기는 비행을 하기 위해 활주로로 택싱했다.

어제의 첫 번째 이륙이 다소 불안했다면 오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오늘 착륙은 실패에 가까웠다. 기체가 착지하기 직전 갑자기 돌풍이 불어 A-10의 방향타를 때렸다. 그 결과 모형 항공기는 옆으로 고개를 틀었다.

모형 항공기는 좌우로 요동쳤고, 이 때문에 착지하자마자 활주로를 벗어나 데이비슨이 비행모습을 비디오로 촬영중이던 활주로 가장자리로 달려 나갔다. 존스는 무선조종간을 미친 듯이 조작해 모형 항공기가 데이비슨을 피하게 했고, A-10은 비틀거리며 굴러가다가 데이비슨의 바로 앞 몇m 지점에서 멈췄다.

아무도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셀비가 입을 열었다. “자네 때문에 숨넘어갈 뻔 했군. 빌, 오줌 안 쌌나?”

ENEMY FORMATIONS AHEAD

셀비와 그의 팀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게 제작된 무선조종 모형 항공기들과 경쟁해야 한다.

MIG-15
조니 헤르난데즈가 만든 6분의 1 크기의 러시아제 전투기. 무게가 불과 11kg이다.

F-18 슈퍼 호넷
조르게 에스칼로나가 만든 이 모형 항공기의 터빈엔진 추력은 23kg이나 된다.

F-4 팬텀
팀 리델만이 만든 이 모형 항공기는 시속 320km로 날 수 있으며, 특유의 색깔 덕분에 멀리서도 잘 알아볼 수 있다.

카메라 장착한 스포츠 제트기
탑건 대회 창시자인 프랭크 티아노는 이 작은 모형 항공기로 경기 중 비행 모습을 촬영할 것이다.

존스는 자신의 A-10 비행에 비판적이다. 그는 “고속으로 통과할 때 고도가 너무 높았어요. 임멜만 기동은 형편없었고, 스플릿 S기동은 너무 약했어요”라고 말한다.

더욱 부드럽게

그날 방 남 프리오에서 있었던 비행 후 셀비와 존스는 옆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존스는 무선조종간의 압력을 중간 정도로 조절해 더 적은 힘에도 작동하도록 했다.

셀비와 새코어는 앞바퀴가 움직일 때 왜 수납도어와 부딪치는지 알아본 끝에 그 원인이 기수 한쪽에 있는 모형 유압 캡 때문이라는 점을 알았다. 셀비는 모형 항공기 바퀴 앞의 시멘트 바닥에 드러누워 말했다. “모형 항공기에 실감을 더해주는 작은 액세서리에 집착하다 보면 작동 및 비행을 할 때 신뢰성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모형 항공기 A-10은 다시 이륙했다. 이번에는 상승하면서 착륙장치가 무사히 접혀 들어갔다. 존스는 A-10을 급상승시켰다가 반 루프 기동을 한 후 180° 롤링을 했다. 임멜만 턴이라고 부르는 공중 뒤집기 기술이었다.

그 다음 존스는 모형 항공기를 활주로 상공으로 저공 비행시켰다. 모형 항공기가 야자나무 높이로 굉음을 지르며 날아가자 너무나도 실감나게 느껴졌다. 청바지를 입은 셀비는 웃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긴장이 풀린 듯 했다.

다음 번 비행에서 A-10은 유리섬유로 된 폭탄 4발을 탑재했다. 하지만 폭격 항정 중 투하에는 실패했다. 셀비와 존스는 이 상황을 보고 2006년 탑건 경기 당시를 떠올렸다.

“존스가 보우트 빈디케이터 SBU-2를 조종하고 우리 팀은 일등석에서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존스가 폭탄 투하 구령을 외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우리는 전반적인 면에서 어느 팀보다도 우수했지만 불과 0.2점 차이로 2위에 머무르고 말았어요.”

다음 비행을 하기 전에 셀비와 새코어는 폭탄 투하 핀을 짧게 조절했다. 데이비슨과 존스는 비디오를 보았다. 존스는 자신의 조종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고속 통과할 때 고도가 너무 높았어요. 임멜만 기동은 형편없었고, 스플릿 S기동은 너무 약했어요. 그러나 플레어 투하는 괜찮았군요.”

마지막 패스

오늘은 한 번 더 비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면 이들은 부인들을 데리고 섬으로 떠나 해변에서 휴양을 즐길 것이다. 셀비는 이 모형 항공기를 플로리다로 공수하기 몇 주 전부터 공중급유 해치를 더 멋지게 손보고 GPS 기반 원격거리측정시스템을 장착할 것이다.

이 시스템에는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 즉 고도·대기속도·분당회전수·온도 등을 알려주는 음성 신디사이저도 들어가 있다. 그는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존스는 언제 선회할지 계획할 수 있고, 실속 속도를 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더 느린 속도로 착륙할 수 있고, 모형 항공기가 더 실감나게 비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존스는 A-10을 택싱시켜 활주로로 들여보냈다. 자신들은 비행장에 온 목적을 다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는다며 자신 있게 스로틀을 앞으로 밀었다.

A-10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활주로를 달려가 급상승했다. 그는 폭격 항정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폭탄이 제대로 투하돼 완벽한 탄도를 그리며 활주로 반대편의 진흙 밭에 떨어졌다. 그는 모형 항공기로 롤링과 스플릿 S도 선보였다. 그리고 공격 접근을 하다가 반(半) 8자 비행도 선보였다. 탑건 경기에서 그는 이 기동을 선보여 심사위원들을 놀래줄 것이다.

셀비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다. 마치 “다음은 레이 존스 장군께서 지미 헨드릭스 기동을 보여주시겠습니다. 모형 항공기에서 등을 돌리고도 멋지게 조종해 무선조종사 앞으로 나오게 하는 기술입니다”라고 하는 방송 멘트를 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존스는 모형 항공기를 완벽히 착륙시키고 유도로 위로 택싱시켰다. 모형 항공기가 멈추고 캐노피가 열리자 거기 탄 조종사 인형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열대의 햇살을 바라보는 듯 했다.

터빈이 꺼지고 데이비슨은 비디오카메라의 뷰파인더에서 눈을 뗐다. 그는 존스와 셀비에게 걸어갔다. 평소에는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오늘따라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처음에는 동료들을 보다가 다음에는 모형 항공기를 보며 오늘의 비행을 평가했다. “실제 A-10처럼 날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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