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작게 축소한 ‘아주 작은 인간’, 반대로 확대한 ‘거대 인간’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또한 고질라와 킹콩 같은 ‘거대 괴수’는?
공상과학(SF)이나 판타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들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게 과학적인 판단이다. 실제 사람이 아주 작게 축소될 경우 부피와 표면적에 따른 에너지 대사의 변화는 물론 소화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거대 인간의 경우 몸길이가 늘어나면 면적은 제곱 비례로 늘어나고, 부피와 체중은 세제곱 비례로 늘어나기 때문에 사실상 압력을 지탱하기 어렵다. 고질라와 킹콩 같은 거대 괴수 역시 자연계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없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공상과학(SF)이나 판타지 영화를 보면 사람을 아주 작게 축소시키는 장면이 가끔씩 나온다. 물론 이와 반대로 몸집이 커진 인간이나 거대한 괴수 등을 주제로 한 영화도 적지 않다.
이들 영화들은 영국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의 고전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 대인국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1726년에 나온 이 소설은 원래 인간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풍자 소설이었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해 SF 소설의 시초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노 수준으로 축소된 인간
아주 작게 축소된 인간들의 모험을 다룬 영화로는 스필버그 사단의 작품인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 1987)’가 있다. 조 단테 감독에 데니스 퀘이드, 마틴 숏, 맥 라이언 등이 출연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영화다.
스토리는 이렇다. 실리콘밸리에서 공군 조종사 일행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형화된 잠수정을 타고 토끼의 몸 안으로 투입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 악당의 습격으로 연구소장은 살해당하고 잠수정이 담긴 주사기는 다른 사람의 엉덩이에 꽂히게 된다. 이들은 사람의 몸 안팎에서 갖은 모험을 하며 악당과 치열하게 싸운 끝에 무사히 귀환하게 된다.초소형 잠수정이 혈관 속으로 돌아다닌다는 기발한 착상뿐 아니라 인체의 내부와 장기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나노 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오늘날 이 영화는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사람을 아주 작게 축소시킨다는 것은 지금이나 미래의 과학기술로도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영화에 나오는 초소형 잠수정 비슷한 기기가 실제 개발되고 있다.
자체 추진 프로펠러가 달린 초소형 의료기기를 사람의 혈관 속에 투입해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나노 의료기기가 바이러스, 세균과 싸워 이들을 퇴치하거나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않을까 기대해 볼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
나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들 정도로 작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상당히 많다.
코믹한 가족 모험극인 ‘애들이 줄었어요(Honey, I shrunk the kids; 1989)’는 국내에서 개봉돼 상당한 성공을 이뤘다. 줄거리는 괴짜 교수가 발명한 축소기계 옆에서 놀다가 실수를 저질러 아주 작은 크기로 줄어버린 아이들이 온갖 위험과 고생을 겪은 끝에 원래의 크기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이와 비슷한 영화로 아주 작은 난쟁이들이 등장하는 ‘바로워즈(The Borrowers; 1997)’가 있다. 무대는 어느 가족의 집. 물건들이 자꾸 사라지자 가족들은 건망증이 아닐까 의심한다. 하지만 어디에 두었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데도 물건이 계속 사라진다. 이유는 바로 인간들로부터 필요한 물건을 빌려서 살아가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난쟁이들인 바로워즈 때문이었다.
이 얘기는 유럽의 오래된 전설 가운데 하나인데, 메리 노튼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TV 시리즈로도 제작돼 미국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에서는 어느 집의 마루 밑에서 살아가는 바로워즈 일가가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등 모두 4명으로 이루어진 클록 가족이 그들이다. 바로워즈들은 나들이를 나왔다가 주인 가족에게 정체를 들키기도 하지만 살던 집이 헐릴 위기라는 것을 알고 함께 이사를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서둘러 집을 허물려는 욕심 많은 변호사의 음모를 우연히 알게 된 바로워즈들은 집을 지키기 위해 엉큼한 변호사에 맞서 싸우면서 갖은 모험을 겪는다.
SF 영화는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에 개봉된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와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The Spiderwick Chronicles; 2008)’에서도 난쟁이나 요정 이 등장한다.
액션 모험극인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들을 비롯한 작은 전시 인형들이 밤마다 살아나서 온갖 소란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판타지 영화인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에서도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별개의 세계를 살아가는 작은 요정들이 등장한다.
아주 작은 사람의 존재 가능성
그렇다면 과연 축소된 ‘아주 작은 인간’들이 일반적인 사람과 유사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로는 놀랍게도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있다.
‘신과학대화’ 등 그의 저서에는 사람이 아주 작게 축소되었을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 즉 부피와 표면적에 따른 에너지 대사의 변화, 소화 능력의 관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이 만약 키를 기준으로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면 표면적은 약 100분의 1 정도로 줄어들고, 부피는 거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키에 비해 피부 면적과 덩치는 훨씬 큰 비율로 줄어들게 되는 셈인데, 이는 에너지 대사에 있어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피부를 통한 열의 손실 등은 피부의 면적에 거의 비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의 소모가 큰 반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은 부피에 비례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섭취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된다. 또한 거의 비슷한 신체 구조를 생각한다면 소화 능력이 갑자기 몇 배 이상 늘어날 리도 없을 것이므로 아주 작은 인간들은 이론적으로도 존재하기가 무척 힘들게 된다.
물론 지구상에는 생쥐, 곤충 등 인간보다 훨씬 작은 동물들도 무척 많지만 이들은 신체의 구조나 에너지 대사 등이 인간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성인의 나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작았던 사람은 약 55cm 정도의 키에 5kg 정도의 몸무게를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갈릴레이가 걸리버 여행기가 나오기 훨씬 전에 이미 소인국 사람들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했다는 점을 들어 스위프트를 비판하거나 그의 소설은 SF 작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거대 인간과 거대 괴수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국처럼 사람이 커지거나 아주 거대한 괴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작품으로 애들이 줄었어요의 속편 격으로 나온 ‘아이가 커졌어요(Honey, I blew up the kid; 1992)’를 먼저 들 수 있다.
물체 축소기로 아이들을 잘못 줄여 고생했던 괴짜 박사가 이번에는 물체 확대기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즉 연구소에 갔던 두 살짜리 어린 아이가 레이저에 잘못 맞아 몸이 30m 이상 커지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
SF 영화라기보다는 가족 코미디물이라는 점, 그리고 전작으로 인해 내용이 뻔히 예견된다는 점 등으로 큰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다. 거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른 영화들 역시 대중들로부터 그다지 관심을 끌지는 못한 듯하다.
인간보다는 거대한 괴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SF나 판타지 영화 가운데 유명한 것들이 비교적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질라(Godzilla; 1998)와 킹콩(King Kong; 2005). 두 영화는 거대한 괴수가 주인공이라는 것 이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첫 작품이 나온 이후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었다는 점, 감독이 저명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혹평을 받거나 평가가 엇갈렸던 점이 그렇다.
또한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오류가 많거나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는 점도 비슷하다. 따라서 두 영화는 엄밀한 의미의 SF 영화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오락 영화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최악의 괴수 영화, 고질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고질라는 195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 ’고지라(Gogira)’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에서 프랑스가 30년간 수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한 결과 방사능에 노출돼 돌연변이가 된 거대한 도마뱀이 뉴욕에 나타나 시가지를 초토화시킨다는 이야기다.
개봉 전에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의외로 흥행과 평단에서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고, 1999년도 ‘최악의 영화상’에 뽑히기도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질라는 공룡보다 훨씬 큰 몸집을 지닌 영화사상 최대의 괴수 캐릭터다. 실제 몸길이 121m, 꼬리 길이 78m, 선 키 55m, 몸무게는 무려 6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이처럼 큰 괴수가 실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논하겠지만 영화 고질라는 이밖에도 과학적인 오류가 무척 많이 지적된 바 있다. 먼저 사람이 쓰는 임신진단용 키트를 이용해 고질라의 임신 여부를 알아내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포유류인 사람의 성호르몬 변화를 판별하는 임신진단 키트에 알을 낳는 고질라가 반응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또한 아무리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해도 길이가 몇 십 배가 커지는 돌연변이는 생물계에서 일어나기 힘들고, 열 추적 미사일 등으로 고질라를 공격하는 장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거대 괴수 영화의 원조로 꼽히는 킹콩은 고질라와 달리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적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오류가 지적되고 있다.
거대 괴수 영화의 원조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은 1933년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수많은 리메이크작과 속편, 시리즈 등이 제작된 거대 괴수 영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내용은 제작 연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거대한 고릴라를 닮은 킹콩이 뉴욕으로 생포돼 와서 큰 난동을 일으키지만 금발의 여자와 사랑을 나누며 그녀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는 이야기는 대체로 공통적이다.
킹콩은 고질라와 달리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적 측면에서는 역시 오류가 적지 않아 SF 전문가들은 킹콩을 SF 영화로 간주하지 않는다.
킹콩은 키가 보통 고릴라의 10배 정도인 18m인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자연계에서 육상동물로서 존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몸길이가 몇 배가 된다면 면적은 제곱에 비례해서 늘어나며, 부피와 체중 역시 세제곱에 비례해서 늘어나게 된다.
즉 엄청나게 증가한 체중에 비해 이를 받치는 발바닥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훨씬 크게 늘어난 압력을 지탱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키가 너무 크면 머리 부분까지 심장의 혈액을 공급하기도 어렵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흰 수염고래로서 몸길이가 약 30m에 달하지만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물의 부력에 의해 큰 몸집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질라나 킹콩 같은 크기의 거대 괴수는 판타지적인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자연계에서 실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