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 세계 최초의 감정지도

지리 정보와 인간의 감각 데이터를 결합한 지도로 합리적인 도시개발 추진

런던에 사는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크리스티안 놀드는 구글어스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한다. 구글어스를 보면 세계 어디나 다 똑같아 보인다는 것. 다시 말해 지역적 특색이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3년 전 지역적 특색을 나타내 보이기로 했다.

놀드는 그리니치에 100명의 지원자들을 보냈다. 이들에게는 GPS 위치측정기, 그리고 거짓말 탐지기처럼 피부에서 분비되는 땀을 감지해 신체적 변화를 알려주는 장치가 제공됐다.

그는 각 지원자들에게 이 장비를 장착한 채 밖으로 나가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빼놓지 말고 기록할 것을 요구했다. 6개월간의 실험을 마치고 놀드는 이 데이터를 구글어스와 통합, 세계 최초로 지리 정보와 인간의 감정을 동시에 제공하는 쌍방향 지도를 만들어냈다.이 지도는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색의 스파이크, 그리고 주석이 달려있다.

어떤 사람은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여기는 오리와 거위가 많다”는 주석을 달았으며, 어떤 사람은 “여기 꼬락서니 좀 봐. 어떻게 이런 데서 살 수가 있지?”라는 말을 남겼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의 감정 표시 스파이크는 아주 높게 치솟았다.
놀드는 미술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어 시행한 이 같은 절차를 바이오지도 제작이라고 부른다. 도시계획자들과 지역공동체에서는 놀드의 지도를 보고 그를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그의 감정지도는 도시 내의 황폐구역을 나타내는데도 쓸 수 있다. 놀드는 “이 지도를 보면 사람들이 공원이나 광장 같은 사회적 장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도로 교차점에서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도시계획의 기본지침을 잡는데 이 감정지도를 쓰고 있다.

놀드는 1,000여명의 지원자 덕택에 핀란드의 수오멘리나, 이탈리아의 시에나,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영국 내의 여러 도시에 대한 감정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다음에 그는 파리의 감정지도를 만들 것이며, 확장에 따라 비난을 받고 있는 런던공항 주변의 소음공해에 대해서도 감정지도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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