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얄팍해진 주머니는 휴가를 떠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만듭니다. 그나마 8일부터 24일까지 제29회 베이징 하계 올림픽이 열려 ‘방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짜증을 덜어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번 8월호 칼럼 주제를 고민하다 올림픽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 무거운 주제를 논한다는 것은 오히려 고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스포츠팬이라면 당연히 아는 얘기지만 문외한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사실을 전하는 것으로 칼럼 쓰기의 의무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고대 올림픽은 393년 로마제국의 황제 테오도시우스에 의해 폐지됩니다. 기독교를 국교화한 사람으로서 이교도의 신인 제우스를 기리는 경기가 마땅치 않았겠지요. 이처럼 폐지된 고대 올림픽이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부활됐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도 고대 올림픽을 모방한 경기가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열렸습니다. 이를 의사(擬似) 올림픽이라고 하는데, 결국 쿠베르탱 남작의 제창에 의해 시작된 근대 올림픽은 많은 의사 올림픽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올림픽 부활의 스포트라이트는 쿠베르탱 남작이 차지했지만 정작 씨앗을 제공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 바로 영국의 시골 의사인 윌리엄 페니 브룩스입니다. 그가 살던 슈롭셔의 웬록 주민들은 하루 종일 술집에 앉아 허송세월을 보냈는데, 이들의 건강을 위해 1850년 웬록 올림픽 경기를 개최합니다. 종목은 축구, 크리켓, 고리 던지기, 눈 가리고 손수레 밀기, 돼지잡기 경주, 그리고 할머니들의 차(茶) 마시기 경주 등입니다.
브룩스는 마을 단위의 이 경기를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로 확대하기 위해 영국의 아마추어 체육 동호회에 지지를 요청하지만 거절당합니다. 상류층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 이들 동호회는 노동자와 함께 경기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거죠. 결국 올림픽을 부활하자는 브룩스의 말을 들은 쿠베르탱 남작은 귀족이라는 신분을 활용,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됩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경기 종목은 모두 28개입니다.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당시의 10개에 비하면 무척 많이 늘어났죠. 하지만 잠깐 포함됐다가 퇴출된 종목도 많습니다. 뒤집어진 채 일렬로 서 있는 배의 위아래를 통과하는 장애물 경주, 줄타기, 줄다리기, 제자리멀리뛰기, 럭비가 대표적입니다. 럭비가 퇴출된 것은 19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미국이 홈팀인 프랑스를 꺾은 후 발생한 패싸움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림픽 우승자에 대한 대우는 어떨까요. 고대 올림픽 당시부터 우승자 외에는 찬밥이었습니다.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우승자와 준우승자만 메달을 받았으며, 그나마 3위에게 동메달이 수여된 것은 1908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입니다. 이 때문인지 우승, 즉 금메달을 따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눈물겹습니다. 규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게임스맨십(gamesmanship)이 횡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파퓰러사이언스 8월호는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미래의 스포츠 약물과 첨단 스타디움, 그리고 스포츠 통계의 진상 같은 다양한 스포츠과학 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강속구와 점프슛의 과학적 원리, 실감나는 미래의 스포츠 방송 등도 있습니다. 파퓰러사이언스로 시원한 여름휴가, 그리고 재미있는 올림픽 시청이 되길 바랍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