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의 삶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과학기술이 전제돼야만 더 좋은 성능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우주도 가고, 유전자를 연구해 질병을 고칠 수도 있다.

2008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총괄했던 과학기술부가 폐지되고, 교육부과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과학기술 부문의 추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파퓰러사이언스의 진단이다. 과거 과학기술부 산하에는 26개의 대표적인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었다. 지금 13개 연구기관은 기초과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 나머지 13개 기관은 돈 버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지식경제부 산하에 편재돼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주무부처의 변방에 머물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이처럼 위기국면에 처한 연구기관들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라는 시리즈를 신설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연구기관의 연구 목표, 전략, 활동, 그리고 성과를 알려 과학기술 입국의 꿈과 취지를 되살리고자 한다. - 편집자 註


우주를 향한 끝없는 도전

우주를 향해 무언가를 쏘아 올릴 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올 12월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우리 땅인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소형 위성 발사체(KSLV-I), 즉 로켓을 발사한다.

이 로켓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최근 기술지원을 담당한 러시아와의 협의에 차질이 생겨 내년 1·4분기로 발사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로켓 발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 12월 21일 발사일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발사 일정이 올 12월이든, 아니면 내년 1·4분기이든 시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발사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면 몇 개월 늦어진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이번 발사에 성공한 이후 2017년으로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KSLV-II)의 성공으로 이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운이 따라 준 인공위성 발사

그동안 우리나라는 아리랑 1·2호 등 2기의 다목적 실용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렸으며, 우리별 1·2·3호와 과학기술 1호 등 4기의 과학위성을 발사했다. 또한 민간에서 운용하는 4기의 통신위성(무궁화 시리즈)을 발사했다. 하지만 이들 위성은 모두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의 우주센터에서 해당국의 로켓을 이용해 발사됐다.

외국의 로켓과 발사장을 이용한 것이지만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란 발사상의 실패뿐만 아니라 우주 궤도에 무사히 올려진 인공위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동안 위성 개발과 발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외국의 발사기술을 이용하더라도 특정 국가가 10여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단 한 번의 실패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운도 따라줬다”고 말한다.

이 같은 운 덕분인지 인공위성 개발 사업은 지속적인 추진이 가능했고, 마침내 우리 힘으로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로켓을 발사하기 위한 우주센터가 없었으며, 또한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로 쏘아 올리는 로켓을 보유하지 못했다. 그만큼 우주로 진입하기 위한 장벽이 높았다는 얘기다. 당장 돈이 안 되는 연구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발사되는 최초의 로켓

우리 땅에서 최초로 발사되는 로켓인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I은 1단 로켓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다는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SLV-I은 약 100kg의 소형 위성인 과학기술 2호를 지구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것으로 중량 140톤에 총 길이 33m, 직경 2.9m의 2단형 로켓이다. 170톤급의 추력을 내는 로켓 엔진이 장착된 1단 로켓은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고, 2단 로켓은 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한다.

지난 2002년부터 올 12월까지 총 5,098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자국 내에서 위성을 발사한 9번째 나라가 된다는 것. 물론 성공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말이다.

현재까지 자력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이스라엘, 인도 등 8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발사에 성공한 8개국 중 미국, 일본, 중국, 영국, 인도 등 5개국은 첫 발사에 실패했다.

현재까지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여러 종의 발사체를 보유한 경우를 포함해 8개국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에 불과하다. 뒤집어 보면 우주로 발사되는 발사체의 73%는 첫 번째 발사에서 실패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 이상 위성 사업으로 대표되는 우주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단 한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않았다.이 같은 상황에서 KSLV-I 발사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의 투자계획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SLV-Ⅰ 발사 성공의 의미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말 과학기술 2호 위성을 탑재한 KSLV-I의 발사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KSLV-I의 두 번째 발사가 예정돼 있다.
2009년에는 고궤도 정지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을 시작으로 2010년 다목적 실용위성 5호, 2011년 다목적 실용위성 3호, 2012년 다목적 실용위성 3-A호까지 매년 인공위성을 발사하게 된다.

그리고 오는 2017년에는 외국과의 공동개발이 아닌 자력으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KSLV-II는 1.5톤급 대형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2017년 이후에는 완전한 자력발사가 가능하게 된다. 이 같은 일정이 차질 없이 이뤄지면 우리나라는 달 탐사용 달 궤도 위성과 무인 착륙선 등으로 이어지는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우주개발 일정의 중요한 갈림길이 바로 올 12월로 예정된 KSLV-I의 발사인 셈이다. 발사를 주관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다만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적 환경에서는 KSLV-I의 실패가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짜여진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단 없는 도전이 중요

백홍열 항공우주연구원장은 “만에 하나 발사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저나 저희 기관이 질것”이라면서 “하지만 한국 우주개발의 도약을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없이 추진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0여 년 간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입국을 내세우며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왔다. 지난 기간은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기술을 재빨리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과 어깨를 겨루며 선진국조차도 시도하지 않은 기술을 개발해 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다. 이를 통해서만이 미답의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다는 것.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된 KSLV-I의 발사가 성공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실패하는 경우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담보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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