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작가이자 SF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의 공동 제작자인 데이비드 X. 코헨과 함께 이야기해 본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과학의 영향, 그리고 물리학 관련 농담의 중요성
데이비드 X. 코헨의 학력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부모님이 모두 생물학자인 코헨은 고향인 뉴저지의 잉글우드를 떠나 1984년 하버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석사학위를 밟고 박사과정에 들어섰다. MTV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1993년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비비스와 버트헤드’가 만들어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코헨은 하버드 대학 시절부터 아마추어 코미디 작가였고, 1992년에 쓴 극본 덕분에 지금은 고전이 된 비비스와 버트헤드의 작가 자리를 얻었다. 이후 그는 대학원을 자퇴했다. 다음해 그는 TV 시리즈와 극장 판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심슨 가족’의 작가가 되었고, 1999년에는 에미상을 수상한 SF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의 공동 제작자가 됐다. 폭스TV에서 방영했던 퓨처라마의 새로운 에피소드는 올 가을부터 다시 방영될 예정이다.
코헨은 인터뷰를 통해 대중문화에서 과학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 극본 집필과 연구의 공통점, 진짜 과학과 엔터테인먼트가 왜 어울릴 수 없는지를 알려준다.
Q: 10년 전 퓨처라마가 처음 방송될 때에 비해 지금의 TV 시청자들이 과학에 더 흥미를 느끼는가?
A: 과학적 농담에 대해서라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의 시청자들은 아기 때부터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자란 사람들 아닌가.
Q: 작품에 과학적 지식을 얼마나 많이 보여줄지 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A: 일찍부터 퓨처라마의 공동 제작자인 매트 그뢰닝과 나는 과학이 코미디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했다. 그 원칙 아래 우리는 과학에 대한 많은 농담을 넣었다.
Q: 과학적 농담 중 일부는 그 뜻이 불명확하다. 예를 들어 ‘양자 결승선까지 계속 달리는 승마 경주’ 같은 것 말이다. 시청자 중에 과연 얼마나 이런 표현을 이해할 것인가?
A: 우리는 1% 법칙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그런 농담은 시청자들 중 1%만이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농담 때문에 작품 자체가 재미없어질 만큼 남용하지는 않는다.
Q: 퓨처라마에서 그린 31세기는 외계인과 알코올 중독 로봇들의 세계다. 미래 세계관의 영감을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A: 과학을 그만둔데 따르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많은 과학 잡지를 읽고 있다. 하지만 우리 작품에 나오는 과학기술 중 상당수는 공상과학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Q: TV에서 과학을 잘못 묘사한 부분이 있다면?
A: 수학자들이 무슨 마법사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되는 걸 보면 짜증이 난다. 그 중에서도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눈뜨고 봐주기 힘들었다. 어떻게 그런 방식으로 수학자들을 묘사할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서 수학자들은 마법사라도 되는 것처럼 수식을 다룬다. 그런 장면을 본 아이들은 “아, 저 사람들은 나한테 없는 마법으로 수학을 하고 있어. 난 그런 마법이 없으니까 수학을 못하는 거야”라며 오히려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아이들이 “저 사람은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저렇게 되었군. 나도 똑같이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Q: 극본 집필과 연구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A: 코미디 극본 집필은 협동을 요구하는 일이다. 코미디 극본도 동료 작가들의 평가를 거치는데, 여기서 관객들이 웃을지 안 웃을지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