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보면 욕조 속에 헤어드라이어나 토스터 등의 전기장치를 빠뜨려 목욕 중인 사람을 감전사 시키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전기를 접촉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

하지만 지난 2002년 특허청에는 이 같은 상식을 완전히 무시한 ‘전기 건강욕조’라는 명칭의 아이템이 특허 출원돼 담당자를 아연실색케 했다.

이 아이템은 욕조에 자동전압조정기가 부착된 전선을 연결, 물속으로 일정량의 저전압 전기가 흐르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출원인이 이처럼 다소 황당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병원에서 4.5~45볼트, 또는 0.1∼10밀리암페어의 단형파를 인체에 직접 접촉시킴으로서 전기의 이온화 작용을 활용해 환자치료를 하고 있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출원인은 이 사실에 근거해 인체에 자극이 없는 1~6볼트의 전기를 욕조 물속에 흘리게 되면 입욕자가 근육의 긴장완화, 피로회복, 혈액순환 촉진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백번 양보해 이 정도의 전기에 사람이 사망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자칫 전압조정기가 고장이라도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된다. 피로회복과 혈액순환 촉진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허청 또한 국민들의 안전한 목욕 문화 조성을 위해 이 위험천만한 제품의 특허등록을 매우 정중히, 하지만 신속히(?)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