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달 표면을 탐사하느라 지친 우주비행사들이 달기지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피로를 풀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쓰레기통 크기의 원자로를 만들어 전기를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020년까지 사람을 달에 보내고, 유인 달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전력공급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사람이 달에 머물기 위해서는 전기와 같은 에너지원이 필수적인 반면 전력생산 장비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최소의 시설로 최대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태다. 배터리나 연료전지는 단기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달의 하룻밤은 354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태양전지를 이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NASA는 원자력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NASA가 계획하고 있는 달 표면 원자력 발전(FSP)의 기술적 개념은 간단하다. 달의 지하에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자로를 매설하고, 이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 쓰레기통 크기의 원자로에서는 약 40㎾의 전기 생산이 가능해 4명의 우주비행사가 쓰기에 충분하다.
현재 NASA가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전력 변환기를 어떤 형태의 것으로 하느냐 여부. NASA는 오랫동안 스털링 엔진과 브레이튼-사이클 엔진 등 두 가지의 전력 변환기 설계를 검토해 왔다.
오하이오 주의 선 파워사가 제안한 스털링 엔진은 팽창계수가 높은 기체가 온도차에 따라 팽창·수축하는 힘을 이용해 피스톤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그리고 콜로라도 주의 바버 니콜스사가 제안한 브레이튼-사이클 엔진은 압축가스를 가열해 팽창시킨 뒤 이를 분사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전기 생산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스털링 엔진이 좀 더 우수하다. 반면 브레이튼-사이클 엔진은 이미 검증된 설계를 통해 고장발생 위험이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NASA는 내년 중 전력 변환기의 기종 선정을 마무리한 후 5년 동안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다호 국립엔지니어링연구소의 원자로 프로젝트 매니저인 짐 워너는 “어떤 전력 변환기를 사용하든 간에 원자력을 사용하는 FSP는 달의 환경에 가장 적합하다”면서 “FSP가 작동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신경 쓸 것이 없다”고 말한다.
1. 라디에이터
라디에이터 속의 물이 순환하며 폐열을 냉각시킨다. 전력 변환기는 가스의 팽창과 압축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스를 팽창시키는 열(원자로)과 다시 냉각(압축)시키는 라디에이터간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FSP는 외부 온도가 낮은 밤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2. 전력 변환기
3. 원자로
미국 에너지부가 개발하고 있는 FSP용 원자로는 산화우라늄으로 채워진 연료봉을 이용한다. 고온에서 액체 상태인 나트륨·칼륨 혼합 냉각재는 원자로 노심과 전력 변환기를 순환하며 원자로의 열을 전력 변환기로 전달한다. 원자로는 지하 2~2.5m 깊이로 매설하기 때문에 거대한 방사능 차폐 장치가 필요 없다. 달기지의 경우 거주 지역에서 약 100m만 떨어져도 방사능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원자력을 전기로 바꾸는 전력 변환기
효율이 우수한 스털링 엔진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A)은 진공용기 내의 헬륨(B)을 반복적으로 팽창, 압축시킨다. 이 힘은 서로 마주보는 한 쌍의 피스톤(C)을 앞뒤로 움직이고, 이 운동에너지는 다시 교류발전기(D)를 통해 전기로 바뀐다.
신뢰성이 우수한 브레이튼-사이클 엔진
원자로의 열(A)이 압축가스(B)를 팽창시켜 터빈(C)속으로 분사되고, 이 힘으로 터빈이 회전 한다. 터빈의 회전에너지는 교류발전기(D)에 전달돼 전기를 생산한다. 터빈을 돌리고 난 가스는 회수기(E) 안으로 들어가 폐열을 라디에이터에 보내 냉각시킨다. 이후 가스는 압축기(F)로 들어가 앞의 과정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