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휴대폰 시장은 외국산 휴대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80~90%에 육박하는 반면 외국 업체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3세대(3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통신이 확산되면서 외국산 휴대폰의 본격적인 국내시장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위피(WIPI) 탑재 의무화 제도가 폐지되고 국내시장을 베타테스트 무대로 활용하려는 외국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산 휴대폰의 국내시장 공습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외국산 휴대폰이 밀려와도 기존 시장판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국내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큰데다 국산 휴대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호도 역시 높기 때문이다.
2009년은 외국산 휴대폰의 국 내시장 진입 원년이 될 전 망이다. 3세대(3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 속(WCDMA) 서비스의 확산, 위피(WIPI) 탑 재 의무화 제도 폐지 등의 환경 변화가 해외 업체들에게 국내시장 진입의 문을 활짝 열어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휴대폰 시장인 만큼 해외 업체들의 관심도 크다. 세 계시장에서 2위와 5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은 모두 국내시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특히 노키아 등 해외 업체들은 국내시장 을 트렌드를 테스트하기 위한 무대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 자사의 서비스 확대도 호시탐 탐 노리는 상황이다. 물론 외국산 휴대폰이 밀려와도 그 여파 는 미지수다.
국내시장은 한국 휴대폰 업체 들의 지배력이 큰 만큼 외국산 휴대폰의 실 질적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권 이 넓어지고 시장구조가 변할 가능성은 충분 한 상태다.
외국산 휴대폰 진입 본격화 전망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팬택계열 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시장에 외국산 휴대폰 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만의 HTC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을 통해 터치듀 얼폰을 선보였으며, 올 1·4분기 중에는 터 치다이아몬드폰도 공급할 예정이다.
리서치인모션(RIM)은 최근 SKT를 통해 블랙베리 9000 볼드를 기업용으로 출시했 고, 노키아도 연초 6210 내비게이터와 6650 등 2종의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만 업 체인 기가바이트는 KTF의 법인고객을 대상 으로 스마트폰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 업체들 역시 국내시장에 높은 관심 을 보이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1·4분기 중 윈도 모바일 탑재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X1을 SKT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며, 샤프와 도시바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야말로 별들의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 이다.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시장은 외국산 휴대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국내 업체 들의 시장 점유율은 80~90%에 육박했고, 모토로라와 카시오의 캔유 정도만이 명함을 내밀었다. 그나마 시장점유율도 미미한 수 준에 그쳤다.
외국산 휴대폰이 하나 둘 국내시장에 진 입할 수 있게 된 것은 3세대(3G) 광대역코드 분할다중접속(WCDMA) 이동통신이 본격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3월 SKT와 KTF가 상용화에 돌입한 후 3G 가입 자가 약 1,600만 명에 달하면서 규모의 경제 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유럽형이동통신 (GSM) 방식이 아닌 미국식 코드분할다중접 속(CDMA) 방식을 채택한 까닭에 해외 업체 들은 국내시장을 위한 제품을 별도로 개발해 야 하는 부담이 컸다. 지난 2003년 노키아가 철수한 것도 당시 국내시장이 노키아가 취약 했던 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반면 WCDMA는 전 세계에서 80% 이상 사용하고 있어 글로벌 소싱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SKT, KTF 등은 외국산 휴 대폰 도입을 통해 단말기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제조업체간 경쟁을 통해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SKT의 한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공급되는 휴대폰 제 조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폭도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피 탑재 의무화 제도 폐지돼
방송통신위원회의 위피(WIPI) 탑재 의무화 제도 폐지도 외국산 휴대폰 공습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한국형 무선인터 넷 플랫폼인 위피(WIPI) 탑재 의무화 제도를 2009년 3월까지 유예기간을 거쳐 4월 1일부 터 폐지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세계 모바일 플랫폼 시장이 개방 형 OS체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추세나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할 때 위피 정책을 고 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위피 탑재 의무화 제도는 지난 2005년 4 월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와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 도입됐 다.
하지만 위피 탑재 의무화로 인해 블랙베 리, 아이폰 등 해외 업체들의 휴대폰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장벽이 됐다. 해외 업체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 하는 비중이 1~2%밖에 되지 않는 국내시장 을 위해 별도의 개발비용과 시간을 들여 위 피를 탑재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 다.
또한 위피를 탑재하면 자사의 서비스를 100%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꺼려했다. 물론 외국산 휴대폰이 밀려와도 당분간 은 상당수 휴대폰에 위피가 탑재돼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출시된 HTC의 터치듀 얼폰과 조만간 선보이게 되는 노키아 모델은 위피를 장착할 예정이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단말기 한 대 당 약 1,000개의 위피 콘텐 츠가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이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는 입장이다. 즉 부가서비스를 위해 앞으로 2~3년간은 위피 탑재 휴대폰이 나온다는 의 미다.
베타테스트 무대로 활용
노키아, 애플 등의 해외 업체들은 새 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트렌드에 민 감한 한국시장을 베타테스트 무대로 활용한 다는 전략이다. 이미 모토로라는 한국 디자 인연구소(CXD)에서 개발한 제품을 해외에 선보이고 있다.
일본 업체들도 내수시장에 머물러 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시장 을 시험무대로 선택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모토로라의 한 관계자는 "형태, 색상을 디자인할 때 휴대폰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를 통해 글 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런칭한 경우가 많 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는 국내시장이 다른 국가의 시장에 비해 최대 1년가량 앞서 있다고 평가 한다. 그 만큼 배울 점이 많다는 것. 여기에 휴대폰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본토 를 공략한다는 의미도 크다. 특히 휴대폰뿐 만 아니라 다른 정보기술(IT) 트렌드의 장점 을 휴대폰에 적용할 수도 있다.
노키아와 애플은 국내시장 공략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한 단계 업그 레이드할 계획으로 있다. 우선 노키아는 오 비, 노키아맵스 등 자사 콘텐츠 및 맵 서비스 등의 보급을 넓힐 계획이다.
노키아의 자회 사인 나브텍은 이미 한국에서 주요 내비게이 션 업체들에 원도를 공급하는 등 위치기반서비스(LBS) 시장 공략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애플도 이동통신사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자 사의 사이트인 아이튠즈를 통해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아이폰, 도입 논란만 무성
지난해 여름부터 지속됐던 아이폰의 국내시장 출시 루머는 결국 루머로 그칠 공 산이 크다. 위피 탑재 의무화 제도 폐지가 내 년 4월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내년 1·4분기 이내에는 나오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SKT와 KTF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애플과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4월 1일 나오게 되더라도 출시된 지 거의 1년이 지난 구형 모델이 되기 때문에 이미 공급시기를 놓쳐버렸다는 지적 이다.
아이폰 도입이 쉽지 않은 것은 애플의 고 자세 때문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우선 애플은 위피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라 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은 이 동통신사와의 협상 자체에도 소극적인 것으 로 알려졌다.
또한 애플은 한국 이동통신사 들이 많은 물량을 담보해 주기 원하는데다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SKT와 KTF의 고민도 한층 깊 어지고 있다. 아이폰을 출시하더라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글로벌적으로 자사에서 광고를 진행하기 때 문에 이동통신사가 개별적인 광고나 프로모 션을 할 수 없다. 또한 이동통신사를 통해 공급되는 아이 폰은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199달러(8GB) 에 판매된다.
'모든 지역의 가격에 차이가 있 어서는 안 된다'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 영자(CEO)의 주장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동통신사는 약 50만~60만원을 보조금으 로 부담해야 한다. 특히 아이폰은 위피가 탑재되지 않고 나 오기 때문에 상당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 기 힘들다.
결국 이동통신사로서는 비싼 돈 을 주고 들여와도 자사 가입자 당 매출액 (ARPU)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 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허가 없이 게임 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것이 법률에 저 촉되기 때문에 아이폰 콘텐츠 사이트인 앱스 토어가 반쪽 서비스에 머무를 수 있다.
시장판도 변화 쉽지 않아
업계 전문가들은 모토로라가 한국에 서 5~10%가량 밖에 시장을 차지하지 못했 듯이 외국산 휴대폰이 밀려와도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업체 들은 하이엔드·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이 뛰 어나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 입장에서 보면 국내시장은 한 국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높을 뿐더러 시 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적극적으로 공략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애플, 소니에릭슨 등 특정 제품 마니아층도 어느 정도 있지만 우 리나라 사람들의 한국 제품 선호현상을 깨 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한국에 맞는 현지화 된 제품을 내놓거나 애프터서비스(AS)망 구축 등과 같은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환율이 상승하면서 이동 통신사들에게 외국산 휴대폰 도입이 부담되 는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들은 외국산 휴대폰을 통해 저가폰 라인업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고환율로 인해 이 같은 전략도 쉽지 않아진 상태다.
외국 산 휴대폰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버린 것이다. 휴대폰 제 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산 휴대폰이 들어오더라 도 시장 판도를 뒤흔들 기는 쉽지 않을 것"이 라며 "이에 따라 앞으 로 2~3년간 지금의 체제 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원 서울경제 기자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