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기술적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주 방사능을 막아야 하고, 식량공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주비행사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 물론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화성까지 갔다 오는 길에 정신적인 안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
바로 이 때문에 올 봄 유럽우주기구와 러시아 생물의학문제연구소에서 6명을 선발, ‘마스 500’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6명을 모스크바 근교의 실험장에 있는 폐쇄된 강철 통 안에 넣고 520일간 견디게 한다.
520일이라는 시간은 화성까지 1억6,000만km를 비행했다가 한 달간 지낸 후 지구로 재차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제대로 된 목욕도 못하고 바깥 풍경도 보지 못한 채 견디기에는 좀 긴 시간이다.
그 동안 심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이 사회적 연결이 차단된 채 폐쇄공간에서 지내는 이들 실험 참가자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실험 참가자는 러시아인 4명, 그리고 45개국에서 몰려온 조종사 및 과학자 출신의 지원자 5,000명 중에서 선발된 2명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다고 실제 화성탐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참가자들은 소변을 정수해 만든 음료수와 냉동건조식품, 그리고 직접 구운 빵과 온실에서 기른 채소를 먹으면서 생활하게 된다.
실험 설비에 기계적 고장이 발생하거나 기타 이상이 생기면 실험 참가자들이 직접 고쳐야 하며, 참가자들의 행동은 18대의 카메라로 끊임없이 기록된다.
실험본부와의 통신 역시 실제 화성탐사 때와 유사하게 통신문을 주고받게 되는데, 보통 40분이 걸린다.
실험이 시작된 지 250일이 지나면 6명 가운데 3명은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60평짜리 실험시설을 떠나 화성 지면처럼 생긴 또 다른 실험시설에서 한 달 동안 지내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 후 이들은 원래의 실험시설로 돌아와 또다시 240일을 견뎌야 한다. 참가자들이 이 지독하게 긴 기간을 견딜 수 있을까.
러시아 생물의학문제연구소에서는 지난 1999년에도 비슷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때는 참가자들 간의 싸움, 성적학대, 그리고 탈출 등이 발생해 110일 만에 실험을 그만두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