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순히 샤머니즘적 요소나 미용적인 성형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러 문명권에서 이 같은 두개골 변형이 이뤄진 것은 외계인의 영향을 받은 초고대문명의 흔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냉전시대인 1957년.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분)는 구(舊) 소련의 한 비행장에서 특수부대의 추격을 가까스로 뿌리친다. 얼마 후 정부의 압력 때문에 대학을 떠나려던 인디아나 존스에게 윌리엄스라는 청년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수천 년간 풀리지 않은 마야문명의 보물 ‘크리스털 해골’을 찾아 나서자고 제안한다.
소련의 특수부대 역시 크리스털 해골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 세계를 정복할 야욕으로 그들을 쫓는다.’ 이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4편, 즉 ‘크리스털 해골 의 왕국’ 줄거리다. 영화에 등장하는 크리스털 해골은 지난 1920년 마야문명의 유적지에서 탐험가 미첼 헤지스에 의해 발견된 보물.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고 불치병을 치유하는 것은 물론 누구든지 죽일 수 있는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털 해골은 실제 그런 힘을 갖고 있을까.
물론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지난 2005년 미국 스미 소니언박물관의 인류학 연구팀이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문제의 크리스털 해골은 마야문명이 아니라 현대, 그것도 보석세공 기술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크리스털 해골에 왜 그렇게 많은 관심이 쏠렸을까. 이는 크리스털 해골의 형태가 외계인의 두개골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크리스털은 아 니지만 이를 닮은 형태의 변형된 두개골이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초 러시아 옴스크 지역의 숲속에서 외계인의 것으로 추정될 만큼 낯선 두개골이 발굴됐다.
약 1,700년 전의 어린아이 것으로 추정되는 이 두개골이 관심을 모은 이유는 두개골 구조가 정상적인 인류의 것과 달리 둥근 형태가 아니라 머리 윗부분이 길쭉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두개골의 측면은 마치 뇌수술을 받은 것과 같은 흔적도 남아 있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인위적으로 두개골의 윗부분이 늘어지도록 한 흔적이 있으며, 두개골 측면 역시 부상 당한 부분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손상되지 않은 상태의 두개골을 수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발굴 작업에 참여한 옴스크 역사박물관 고고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고대 이 지역에 살았던 부족들이 어 린아이들의 정신적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두개골을 변형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이처럼 낯선 두개골이 러시아 옴스크 지역에서만 발굴됐다면 이 지역의 거주자들이 유난히 별난 풍습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낯선 두개골은 남미의 잉카문명과 마야문명, 그리고 태평양 북서부 등에서도 나타났다. 심지어 가야문명이 있었던 우리나라에서도 발굴됐다.
나스카와 마야문명의 변형된 두개골
수년전 페루 남부 해안지대의 나스카 지역에서 이마 위쪽부터 정수리까지 길쭉하게 변형된 어린아이 두개골이 발굴됐다. 나스카문명의 중심지였던 쿠아치에서 발굴된 이 어린아이 두개골은 길쭉한 외형뿐만 아니라 무게는 정상인의 절반에 불과하고 골밀도 역시 40%나 낮았다. 또한 광대뼈와 턱뼈가 정상인의 3분의 1정도 크기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음모론자들은 ‘별의 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두개골이 바로 외계인의 두개골, 또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혼혈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인디애나 브루밍턴 대학의 한 골학자는 이 두개골의 변형은 크루저병에 걸린 흔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루저병은 신체의 기형을 유발하는 뇌 질환의 일종으로 뇌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별의 아이 두개골은 크루저병에 걸린 것처럼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혈관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크루저병에 걸린 두개골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같은 형상으로 태어난 아이의 두개골이라기보다는 인위적인 변형을 가하는 과정에서 별의 아이와 같은 두개골이 남겨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3세기 잉카문명에서는 두개골 변형은 물론 두개 골에 구멍을 뚫는 뇌수술을 시행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미국 툴레인 대학의 존 베라노 박사와 사우스 코네티컷 주립대학의 발레리 앤드루쉬코 박사는 잉카문 명의 수도였던 쿠스코 지역의 고대 유물 매장지 11곳 에서 411구의 유골들을 수거, 연구했다. 이중 66개의 두개골에서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두부천공(頭部穿孔) 수술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이들 중 90%는 뇌수술 후에도 상당기간 생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초기에는 이같은 뇌수술 흔적이 전투 중 부상당 한 머리를 치료했던 결과로 추정됐다. 당시에는 돌망치 형태의 무기를 사용했으며, 이 무기는 긴 막대에 별 모양처럼 날카로운 모서리가 튀어나온 돌을 결합시킨 형태였다. 즉 이 같은 무기로 공격을 당하면 머리 부위의 두개골이 함몰되는 부상을 입게 되고, 이를 치료하 는 과정이 뇌수술의 흔적으로 남게 됐다는 것. 하지만 66개의 두개골 중 19개는 여성의 것이었으 며, 전투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 었다. 부상치료가 아닌 인위적인 뇌수술을 시행했다는 의미다.
멕시코 남부에 존재했던 마야문명에서도 인위적으로 길쭉하게 늘린 두개골이 다수 발견됐다. 연구결과 이들 두개골은 유전적 결함이 없었으며, 기형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두개골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당시 마야문 명이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았으며, 옥수수 신(神)을 숭배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의 머리를 옥수수처럼 변형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태평양 북서부와 가야문명의 두개골
태평양 북서부의 차누크족에게서도 길쭉하게 변형된 두개골이 발견되고 있다. 인류학자인 엘렌스타인 버 그는 차누크족들의 경우 신생아의 머리에 코코넛 열 매의 질긴 섬유질로 만든 띠를 1년 동안 착용시켜 두 개골의 모양을 변형시키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그는 이 같은 풍습이 부족 고유의 고대신앙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차누크족 사이에 서는 두개골의 모양이 특이할수록 전투를 더 잘하고, 길쭉한 형태의 두개골을 가진 사람은 신의 지혜에 보다 근접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것. 한반도에서도 이 같은 형태의 두개골이 발견됐다. 지난 1976년 경상남도 예안리에서 집단 무덤 형태의 유적지가 발굴됐는데, 바로 이 유적지에서 길쭉하게 변형된 두개골이 발견된 것. 조사결과 이는 1,600년 전에 살았던 가야인들의 유적지라는 것이 밝혀졌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이 두개골은 선천적인 기형이 아닌 인위적인 변형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야 인들의 편두(偏頭) 풍습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편두 풍습은 신생아의 머리에 납작한 돌 또는 판자를 앞 뒤로 대고 끈으로 묶어 두개골을 변형시키는 것을 말 한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다시 묶어주는 과정을 반복하 면 이마에서 정수리 부분까지 길쭉한 형태로 두개골 변형이 이뤄진다.
중국의 역사서인 삼국지 위지동이 전에도 당시 가야인들이 납작한 돌로 신생아의 머리를 눌러 머리를 납작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가야문명의 유적지에서 이 같은 편두 두개골 이 보편적으로 발굴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가야지 역에 편두 풍습이 존재했으며, 중국에 알려질 만큼 확 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있는 변형된 두개골이 단순히 신앙적인 이유나 미용을 위한 성형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
두개골 변형을 시도한 이유
러시아의 옴스크 지역에서부터 잉카문명과 마야문명, 태평양 북서부의 차누크족, 그리고 가야문명에 이르 기까지 전 세계에서 왜 이 같은 두개골 변형이 이루어 졌을까. 단순히 옥수수 신을 닮기 위한 것이나 미용적 인 성형 측면에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의 문점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신생아의 경우 두개골의 뼈가 단단하 지 않아 외부의 힘으로 변형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똑바로 뉘어 키운 아이와 엎어 키운 아이의 두개골 형 태가 달라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 부분을 묶는 형태로 신생아의 두개골 을 변형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잉카문명에서 처럼 뇌 천공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서는 뇌수술이 그처럼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과 100년 전만해도 뇌수술 후 생존하기는 어려웠다.
잉카문명에서의 뇌수술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이 지역에서 마약의 원료인 코카인 재배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코카인을 마취제로 사용한 것. 또한 이 지역은 고산지대의 한랭 기후였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세균 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 목적만이 아니라 신비주의적 요소에의한 뇌수술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신과의 소통을 필요로 하는 무당이나 간질 등 정신과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뇌수술이 시행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두개골 변형과 뇌수술의 목적이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음모 론자들의 주장이다. 바로 외계문명의 영향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것. 이들은 초고대문명이 외계인 또는 외계문명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 같은 초고대문명의 잔재가 잉카문명과 마야문명, 그리고 가야문명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외계인의 두개골이 길쭉한 형태 였다면 후대문명의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길쭉 한 두개골을 원했을 것이다. 바로 길쭉한 두개골이 강력한 힘과 권위의 상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두개골 변형을 시도했던 이들 문명들이 직접적으로 외계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적더라도 외계인의 영향을 받았던 초고대문명의 흔적이 토속신앙이나 샤머니즘적 풍습으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잉카문명이나 마야문명은 신비적인 요소들이 많다. 상당한 과학적 발전을 이뤄냈음에도 하루아침에 몰락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신비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가야문명 역시 신비적 요소를 갖고 있다.
가야문명 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철기문명을 발전시켰다. 이는 대륙을 통한 철기문화 전래라는 도식과 맞지 않는다. 또한 출토되는 각종 유물도 주변지역보다 훨씬 앞선 문명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라에 의해 쉽게 몰락한 것은 잉카문명이나 마야문명처럼 다른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변형된 두개골과 문명 사이의 관계
이처럼 신비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문명권에서 길쭉 하게 변형된 두개골이 동시에 발굴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음모론을 낳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년전 스페인어 및 중남미학을 연구하는 국내의 한 학자는 아즈텍문명과 잉카문명의 기원이 우리 민족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고고학적 연구라기보다는 언어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 인데, 우리민족의 고대 언어와 이들 문명의 고대 언어가 매우 근접해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아즈텍 지역과 잉카 지역의 고유 언어인 나와틀어와 케추아어에는 문장 구조면에서 우리 언어와 같은 ‘주어+목적어+동사’의 어순을 가지 고 있다. 또한 아즈텍은 ‘아사달’을 의미하며 날(nal), 오다(wala), 가다(ga), 여기(ye), 누구나(noo’yuna), 어제(izi’i) 등도 우리말과 상당히 닮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연구결과는 언어학적 측면에서의 접근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초고대문명의 영 향을 받은 어떤 민족의 한 갈래가 한반도로 찾아들고, 또 다른 갈래가 베링해를 건너 중남미 지역으로 이동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하나의 발원지에서 출발한 이들 문명이 옛날에 행했던 풍습을 답습 한 결과 전 세계에서 비슷한 유형의 두개골 변형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 공상과학(SF)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모습처럼 길쭉하게 변형된 두개골. 이 두개골이 단순 히 샤머니즘적 요소나 미용적인 성형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러 문명권에서 이뤄진 두 개골 변형이 이처럼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강력한 힘과 권위를 가진 외계인을 모방하려 한 것이며, 외계인들이 가진 정신적 힘을 재창조하려던 목숨을 건 노력 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개골 변형을 시도했던 문명들이 직접적인 외계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외계인의 영향권에 있었던 초고대문명의 흔적이 토속신앙 형태로 전해졌을 개연성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