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타개의 선봉장 수소

갈수록 심화되는 에너지 위기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는 한정된 자원이다. 이 때문에 언젠가는 고갈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경부터 화석연료의 고갈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세계 석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8,000만 배럴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감소가 시작돼 2020년에 이르면 하루 6,000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현재 전 세계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인 6,900 만 배럴보다도 낮은 수치다.

특히 2040년경에는 석유 생산량이 지난 1960년대도 못 미치는 1,500만 배럴에 머물 전망이다. 유전을 보유한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면 돈이 있어도 석유를 구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하게 되는 것. 물론 심해유전, 오일샌드 등의 개발을 통해 이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막을 수는 없다.

현재 세계 각국의 정부 와 과학자들이 미래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지속가능에너지 등의 이름으로 대체에너지의 개발에 전(全)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미래에 닥칠 에너지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해줄 구원투수는 무엇일까. 에너지 전문가들은 1순위로 수소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효율성, 환경성, 지속성 등을 감안할 때 화석연료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수소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소 외에도 원자력발전을 비롯해 핵융합 발전, 태양광·태양열, 풍력 등 다양 한 분야의 기술이 개발되고는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위험한 방사능 폐기물을 남긴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은 언제 상용화가 이뤄질지 정확 한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들도 투자 대비 효율이 낮아 보조에너지 정도로 사용될 수 있을 뿐 한 나라를 책임지는 중심 에너지원의 역할을 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인류의 희망으로 떠오른 수소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는 또한 전기 생산이 주목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미국의 경우 원유의 67%를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의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등 세계의 에너지 체계는 화석연료를 직접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 이들이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면 궁극적으로 전기가 기존의 내연기관들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현재의 기술로 다양한 운송수단의 동력원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과학자들은 회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용량 배터리와 같은 고성능의 전기에너지 저장장치가 필요한데, 현 기술 수준으로는 가격이나 중량 대비 성능에서 경제성 및 상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내구성 측면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도 어렵다. 이와 달리 수소는 연료전지를 활용, 운송 수단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동력원으로 쓸 수 있는 효용성 만점의 에너지다.

또한 지구상에 공기 다음으로 풍부한 물에서 얻을 수 있는 무한에너지며, 공해물질의 배출도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다. 현재 연구 중인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형태보다는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로 바꿔 사용하는 형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경우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에너지 효율성은 14%인 반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효율성은 42%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만들고 물만을 배출 하는 형태의 전기발생장치로 설명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는 물의 전기 분해와는 반대 방식이다.

즉 물에 전기를 가 해 전기분해하면 기체 상태의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데, 수소 연료전지는 이와 반대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와 물을 만들어 내는 형태다.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수소 연료전지로 달리는 자동차, 기차, 선박, 심지어 항공기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만을 사용해 가정에서 쓰는 전기와 난방열, 온수 등을 만들 수 있다. 아파트나 대형건물에는 보다 큰 용량의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면 된다. 또한 석유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는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로 대체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듯 수소에너지의 사용으로 인류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화석연료를 뛰어 넘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당장 이를 상용화시키는 것은 무리다. 저렴한 수소 생산기술을 비롯해 수소의 안전한 저장·유통·이용 기술 등 새로 개발해야할 기술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이 개발됐더라도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한마디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00여년 이상 기술이 발전돼온 석유와 내연기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단시일 내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 패권을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2015 년부터 수소에너지 시대가 개화될 것이며, 2025년 이후에는 수소가 경제·산업계 전반에 전면적으로 부상하는 이른바 수소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열한 수소에너지 선점 경쟁
현재 수소에너지 연구의 선두주자는 미국, 일본,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와 캐나다, 중국, 인도 등의 국가들이 후발주자로서 이들을 뒤쫓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국가에너지정책을 발표하며 오는 2040년까지 수소경제 진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의 일환으로 2004년 12억 달러 규모의 수소연료실행계획을 세우고 170억 달러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연구 과제를 가동한바 있다.

또한 2015년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 상용 화, 2020년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2015년경에는 글로벌 에너지 구조를 재평가해 수소 관련 연구개발을 가속화 할지, 아니면 속도를 늦출지 등의 세부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전체 수소에 너지 연구는 지난 1992년 수립된 수소에너지기술 연구개발계획에 맞춰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통해 오는 2010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5만대, 그리고 2020년까지 500만 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료 보급을 위한 수소충전소도 3,500개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은 이미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지난 2007년까지 11개의 수소충전소를 건설 했으며, 자국 내의 도로를 달린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의 주행거리 합계는 무려 73만 1,200km에 이르고 있다. 중국은 수소에너지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적인 연구투자비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평가가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수소 에너지 연구를 군사용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초기술 분야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용화 수준인 700bar 압력의 수소 저장용기를 생산 중에 있으며, 수소충전소 또한 다수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 당시 수소 연료전지 버스 3대와 승용차 20대를 운용한 이후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실증작업도 전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 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계획도 수립 했다.

한·중·일 수소 전문가 한자리에
이 와중에 아시아 지역의 수소에너지 연구개발 현황을 한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국내에서 마련됐다.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에서 ‘제10회 아시아 수소에너지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기 때 문이다. 한국 수소 및 신에너지학회(이하 수소학회)가 주최하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아시아 7개국의 과학자들이 제출한 13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또한 한국·일본·중국 등 3국의 수소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 그 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수소에너지의 현재와 미래를 심도 깊게 논의하게 된다.

130여 편의 논문 주제를 분석한 결과 수소제조 분야 41%, 수소 연료전지 등 이용 분 야 33%, 수소 저장탱크 등 저장 분야 및 기타 분야 26%의 비중을 보였다. 특히 수소제조 분야에서도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수소생산 기술 관련 논문이 눈에 띄게 증가된 것이 예년과 차별화된 점이라는게 수소학회 김종원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현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수소에너지사업단장을 맡 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수소에너지학회장을 맡고 있는 마오 충칭 칭화대 교수가 지난해 중국의 수소에너지 연구개발 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오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7 년 연간 18만 톤 규모의 석탄을 사용하는 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또한 수소 저장용 기의 재료인 란타늄니켈합금(LaNi5)의 생산 능력이 연간 1만5,000톤으로 생산량과 사용 량 모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일본 수소에너지학회를 이끌었던 오타 겐이치로 요코하마 국립대 교수가 방한, 기조강연을 통해 일본의 수소에너지 연구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또 일본 엔지니어 링진흥협회의 미야시타 박사가 수소기술 국 제표준을, 요코하마 대학의 타니쇼 교수가 바이오수소 연구현황을 발표한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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